2016. 1. 7.
어쩐지 <브레빌> 이후로 매거진B 리뷰를 못했습니다. 매번 다루는 브랜드의 개성이 제각각이다보니 지난 세 편은 제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스타워즈 편은 <깨어난 포스>를 즐겁게 봤으니, 시간을 두고 점점 의미 있어 질 것 같은 예감). 이번에 발행된 매거진B <베를린>은 지난 42편의 잡지와 표지의 제호만 빼고 다 바뀌었다고 할 만큼 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도시를 브랜드로 다루었기 때문!
그동안 B가 다루었던 브랜드 중 로컬-넓게는 도시와 국가-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편을 유난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ACE 호텔>과 <츠타야>, <인텔리젠시아> 그리고 <이솝> 편이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브랜드 스토리가 탄탄한 <레페토>와 <딥티크>를 즐겁게 읽었죠. 매거진B의 자매지였던 페이퍼B에서도 역시 경리단길, 도산공원, 한남동 등 서울의 <로컬마켓>을 조망한 마지막 호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니 <베를린>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도시를 브랜드로 다루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자칫하면 여행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 독자에게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전해야 했기 때문. 아마도 이번 편은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면 지역을 읽을 수 있고 그 지역들이 모이면 하나의 도시를 파악할 수 있다."라는 기획자의 가정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베를린을 6개 지역-과 그외-로 나누고 각각의 지역을 대표할 만한 매장을 소개하고 그곳을 운영하는 베를리너를 인터뷰했습니다.
매장 소개보다도 많은 베를리너 인터뷰 내용이 좋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도시의 이미지와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미테지역에서 아디다스 전문 셀렉트 숍 No74를 총괄하는 플로리안 겜리히는 베를린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곳으로 쿤스트 베르크 갤러리를 추천했는데 이 갤러리의 헤드큐레이터인 엘렌 블루멘슈타인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해 그들이 공유하는 예술관을 읽을 수 있었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온 도시의 역사, 20여 년 전부터 예술가를 지원해 온 도시 정책과 최근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등에 입을 모으는 베를리너의 생각과 도시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읽는 내내 베를리너의 세련됨에 동화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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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과 구성이 달라져서 기존의 B 구성에 익숙했다면, 저처럼 콘텐츠에 몰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앞과 뒤에서 브랜드를 이해하는 전반적인 맥을 짚어주었던 발행인의 글과 편집장의 글이 빠지기도 했고 매장 소개와 인터뷰가 거의 쉼 없이 나열되어서 호흡이 전에 비해 빠르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은 브랜드로서 베를린을 다루는 장이 하나쯤 있어도 유익했을 것 같다는 것. '비 베를린 Be Berlin'으로 대표되는 도시 브랜드 이미지 정책과 관련 의견과 현상을 함께 파악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서울시의 새 슬로건인 I SEOUL U 이슈 때문이기도 하고). 책을 덮어도 뭔가 허전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