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OUT OF THE BOX 건축가 오픈 토크 리뷰 / 프로젝트 팀 문지방

2015. 11. 1.

예고해드렸던 대로 지난 토요일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건축가 오픈 토크에 대해 포스팅하려 합니다. 40분가량 강연이 열렸고 그 후 20분 정도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졌습니다. 문지방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면 조민석 건축가의 건축 사무소인 매스스터디스에서 함께 실무를 쌓은 권경민, 박천강, 최장원이 함께 결성한 건축 프로젝트 팀입니다.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열린 젊은건축가프로그램에 첫 번째로 그들의 작품 '신선놀음'이 당선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현재는 각자의 설계 사무소를 꾸리며 이번 전시처럼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모여서 작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 금호미술관 OUT OF THE BOX 전시 리뷰


왜 미술관은 문지방에게 작품을 의뢰했을까.

문지방은 처음 금호미술관 측에서 전시를 의뢰받았을 때 왜 자신들을 초대했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이고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신선놀음을 보고서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번 전시의 주제가 재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보니 신선놀음에서의 재료에 대한 탐구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선놀음에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입간판 풍선이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간단한 풍선의 시스템에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고 마치 나무나 구름처럼 느낄 수 있는 형태에 조명과 미스트를 연출해 신비로운 느낌을 전하고자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로젝트 팀 문지방의 오픈 토크. 왼쪽부터 박천강, 권경민, 최장원 소장님.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이번에 전시한 작품도 문지방이 신선놀음에서 했던 건축 전시의 고민들과 닮아있습니다. 일단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인 플라스틱 골판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과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작품을 천장에 매달에서 소리 등을 활용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전하려 했었다고 하는데 좀 더 관객이 가깝게 느낄 수 있는-예를 들면 만지는 등의-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골판은 축사나 식물원 간이 오두막, 판잣집에서 볼 수 있는 재료인데 빛과 만났을 때 다양한 효과를 연출하고, 반대편의 형상을 왜곡하는 형태가 흥미로워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하고요.


미술관 설치 직전의 모습

눈꽃사원, 템플 플레이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저렴한 재료를 가지고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이러니가 콘셉트였다고 합니다. 신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원과 같은 공간을 리서치 했고 고대로부터 공통적으로 평면이 원으로 구성된 것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원형의 평면은 효율상 현대 건축 공간에서 발견하기 힘든데,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이 원형 평면이 주는 몰입되고 신성한 느낌을 경험하도록 의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품은 큰 원을 중심으로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작은 원이 여덟 개의 알코브(alcove)를 이루어 마치 눈꽃 모양의 평면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위로 3개 층의 플라스틱 골판이 쌓여져 올라가 전체 공간이 구를 형상하고 있습니다.


템플플레이크 최종 3D 이미지

템플플레이크 모형. 박천강 소장님 머리에 올라갈 만큼 안정적인 구조임을 확인한 장면.

작품이 만들어지기 까지.

이 토크에서 전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초기 스케치부터 재료 연구, 모형 제작의 과정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자료들에는 재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겹쳤을 때 빛과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스터디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구조적, 미학적으로 이상적인 형태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옅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만들어지는 현장 사진들과 변경된 사항들(쌓아 올리는 층 수)도 있었죠. 실제 건축보다는 제약이 훨씬 덜하겠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실물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 것과 같아 보였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그들의 작업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작품 설치 장면

작품 설치 장면. 플라스틱 골판을 쌓아 올리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실제와 전시의 간극.

Q_ 작품에 대한 소개가 끝난 뒤 질문 시간에 문지방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었습니다. 와이즈건축이나 네임리스건축은 실제 건축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을 전시한 만큼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앞으로의 건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문지방의 작업은 전시에 맞게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을 제작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문지방에게 어떤 의미인지 넓게는 건축 전시가 건축가의 실제 작업과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A_ 문지방은 전시에서 실험한 재료가 실제 건축에 쓰이느냐 마느냐는 클라이언트의 요구,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는지의 여부, 예산 문제, 법규 등의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며, 그런 부분들이 해결되면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술관이 건축가에게 테스팅 그라운드가 되는 것은 분명 건축가의 입장에서 좋은 기회라고도 말했습니다. 실제 건축과정에서는 재료를 실험할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작품 자체으로 관객에게 건축적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부분도 건축가로서 고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작품 입구 모습

작품 전경.

아래에서 비추는 조명으로 나타나는 천장 그림자가 마치 물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 청계천에서 본 듯한 장면.

플라스틱 골판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또한 흥미롭다.

작년을 기점으로 미술관에서 건축가의 작품을 볼 기회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건축가들의 다양한 실험을 독려하고 관객에겐 건축을 가깝게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요, 건축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들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놓는지 미술관 작품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오는 토요일의 네임리스건축 오픈 토크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