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프랭크게리 건축 리뷰

2015. 1. 29.

파리로 출장가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우선순위 상위에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이 있었습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게리(Frank O. Gehry)의 작품인 만큼 괴상한 외관이 인상적입니다. 아크데일리(Archdaily)에 들어가서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외관이었죠. 그의 작품이 독특한 만큼 논쟁도 많은 건축가입니다. 비평가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만큼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회장인 Bernard Arnault은 한일월드컵이 열리기도 전인 2001년에 프랭크 게리에게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계획에 대해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5년뒤 2006년에 첫번째 프로젝트 발표가 있었는데요, 총 예산 €100 million(약 1,20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투자되고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목표대로 완공되는 건축프로젝트가 많지 않죠, 루이비통 파운데이션도 완공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Photo : www.fondationlouisvuitton.fr


Photo : Luc Castel/French Select



파리 시에서는 2007년 승인을 받았지만, 건축물이 좁은 도로에 너무 가까워 공공 권리에 침해된고 Bois de Boulogn 공원의 경관을 해친다는 시민단체의 법정 소송에 패소해 특별 법을 개정하는 등의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저명한 건축가 장누벨 또한 “꽉 조이는 수트를 입고, 그들은 파리를 살균제 속에 넣으려 한다. 이는 꽤 애처롭다.(With their little tight-fitting suits, they want to put Paris in formalin. It’s quite pathetic.)”라고 비평했다고 하네요.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주된 예술 작품(A mjor work of art for the whole world)'라는 인정을 받고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56년 뒤에 파리시로 귀속될 예정입니다.


2014년 10월 문을 열자마자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서 파리 패션위크를 개최했다고 합니다. 조금 뜬금업지만 2013년 서울 패션위크를 첫 행사로 연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생각나네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자하히디드의 작품으로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고 완공되기까지 많은 사건이 있었죠. 이래저래 닮은 구석이 많은 두 건축물입니다. 외관은 범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닮았구요. 빙하를 닮은 건물을 가벼운 반투명 표피가 감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깊은 볼륨감이 바람을 한껏 머금은 돛을 닮은 듯합니다. 건축물 전체가 물로 둘러싸여 있는 것도 범선의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여행을 기반으로 성장한 루이비통 브랜드의 역사가 물씬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런점에서 루이비통과 프랭크 게리의 코드가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과 개선문 사이를 귀여운 셔틀버스가 편도 1유로로 운영중이라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아 현장에서 1시간 30분간 줄서서 기다리며 외관을 어쩔 수 없이 꼼꼼히 보게 되었는데, 외관은 참 아쉽습니다. 마감재료도 너무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된듯하고 디테일도 아쉽습니다. 마감재가 다양하니 마감재 끼리의 이음새도 많아지고 그 이음새를 매끄럽게 처리하지도 못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외관 마감이 말끔한 것과 비교되는군요. (한국의 건설 능력은 참 대단합니다)













내부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딱 이거였죠. 어디로 가야하는지, 엘리베이터는 어디고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방향도, 위치도 제각각입니다. 백화점과 같이 편리하고 예상가능한 건축물에 익숙해서 일까요? 건물을 이용하기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계속해서 방문하며 내부와 친해졌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의 내부의 복잡함도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같습니다. 전시는 전시별로 충분히 몰입감도 있었구요. 오히려 방문객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니 좋게 생각합니다. 야외로 나가 멀리 보이는 파리 시내풍경이 장관이었습니다. 외관이 그렇듯 야외공간도 다양한 볼륨과 레벨이 풍부한 공간경험을 제공합니다.


건축물이 너무 인상적이라 건축물 이야기만 계속했네요.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는 재단 소장품을 전시합니다. Jean-Michel Basquiat, Jeff Koons 등의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죠. 건축 공간에 맞게 설치된 재단 커미션 전시인 Olafur Eliasson 작가의 Contact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축물 지하로 입장해 내외부를 관통하는 전시는 무한하고 분절된 공간으로 관객을 몰아넣는 작품을 통해 건축물의 경험을 더욱 극대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