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헬로월드 리뷰

2014. 9. 25.

 

"디자인 좋다"고 말하는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디자인 하면, 돈이 많이들고 내실이 없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든다. 게다가 디자인이란 용어는 어디에나 쓰여서 모호하다. 뜻만 모호한 것이 아니라 마켓에서 또한 디자인이란 범위는 꼭집을 수 없을 만큼 넓다. 디자인 회사라 하면 그래픽을 전문으로 다루는 회사, 인테리어 설계하는 회사,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회사 등 무궁무진하다. 정치에서도 디자인은 작동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을 표방하며 디자인 우선 정책을 펼쳤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디자인을 키워드로 도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겉잡을 수 없이 영역을 확대한 디자인. 나도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디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많은 디자인 학과 졸업생들이 진로를 고민한다. 영역이 너무나도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취직해서 배운다'라는게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는 분위기고 그만큼 임금이나 대우도 떨어진다. 영역이 넓은 만큼 현 시대에는 디자인 전공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높다. 그럼 도대체 디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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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라픽스 헬로월드 리뷰

 

디자이너마다 "디자인이란 -이다." 한마디씩 한다. 그리고 그에대한 자신의 철학을 내뱉는다. 디자인이란 정답이 없기 때문에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디자인 강연을 하거나 '인터네셔널 뉴욕타임스'에 글을 쓸만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디자인 평론가가 디자인에 대해 설명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앨리스 로스손(Alice Rawsthorn)이 디자인에 대해 300여 쪽에 걸쳐 써내려간 헬로월드(Hello World, 2013)를 얼마전 안그라픽스에서 번역 출판했다.

 

너무나 자주들어 식상할 범직한 '디자인 이란 무엇인가?', '디자이너란 누구인가',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부터 차근 차근 이야기 한다. 전혀 식상치 않고 현 시대에서 바라본 가장 세련된 관점으로. 사실 디자인이란 그 용어가 생겨나기 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사고방식'으로서의 디자인의 의미를 강조한다.

 

디자인은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 저자는 휴대전화에서 상대방 번호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게 우리가 무식해서가 아니고, 지하철 역에서 길을 잃는 것 또한 우리가 방향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놓쳤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흥미있는 6장 '왜 모두 '애플처럼' 되고 싶어 하는가'부터 읽었다. 애플처럼 되고 싶은 이유는 애플이 '디자인 사고'를 중심으로 비지니스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제 6장을 중심으로 1~5장은 디자인 전반에 대한 설명을, 그 뒤인 7장부터 13장까지는 친환경디자인의어려움, 나를드러내는디자인, ‘소외된90퍼센트’를위한디자인 등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디자인 담론을 소개한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디자인이 도대체 무엇이고 그것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마 읽고 나면 다행이도 세상 모든게 디자인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가슴 속에 움튼다.

 

꽤 두꺼운 책인데 책 읽는 느낌이 좋았다. 각 장의 글과 이미지는 재질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글이 인쇄된 종이는 손끝으로 잡았을 때 까슬까슬 하고 끈적임이 있어서 한장 한장 넘기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종이 냄새도 좋았고. 안그라픽스는 책을 참 잘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