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8.
구글과 나
작년 내 생일을 가장 먼저 축하해준 건 가족도 친구도 아닌 구글이었다. 과제 때문에 구글 이미지검색을 자주 사용했는데 생일이 되자마자 0시경 구글 첫 페이지에 접속하니 생일축하 두들(기념일이나 행사에따라 변형되는 구글 로고)을 만난 것! 나도 잊고 있던 생일을 구글이 알려줬다.
대학입학 때에 맞춰 검색 외의 다양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구글은 내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구글 검색은 물론 첫 스마트폰인 구글 넥서스원(당시 폐쇄적인 애플보다 개방적인 구글이 낫다는 생각으로 구매, 후에 사용자 경험디자인에 끌려 아이폰으로 옮김), 안드로이드 계정차 만들고 현재까지 꾸준히 사용 중인 지메일, 미국 동부 여행 시절 유용하게 사용된 구글맵스(필립존슨의 글라스하우스를 찾아가는 등 여행의 일상에서 유용했다, 한국에서는 다음맵을 사용), 학생기자 시절 언제 어디서나 내 글을 쓰고 수정할 수 있는 구글독스와 드라이브,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하며 다룬 구글 스케치업과 3D 맵핑과 합성을 위해 애용한 구글 이미지검색, 좋아하는 가수의 공식음원이 출시되기 전 뮤비를 만나볼 수 있는 유튜브, 한때 내 블로그에 수익이 될까 싶어 달았던 구글 애드센스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나와 같은 사용자가 전 세계에 수없이 많으니 구글의 영향력은 오늘날 그 어떤 브랜드보다 강력하다. 그런 브랜드를 매거진B에서 다뤘다. 이번 매거진B는 교보문고보다 빨리 입고되는 홍대 땡스북스에서 구매, 고마워 책들 ㅎㅎ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매거진B 구글 리뷰
이번 B는 구성이 탄탄하다. 사용자, 협업자, 생산자라는 세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고 이에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여 다각도로 구글이라는 브랜드를 분석했다. Impressions 와 Comments 카테고리에서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본 브랜드, Google Generation, Creators 카테고리에서는 구글 오픈소스 등을 활용해 프로그램 또는 작품을 제작하는 창작자 입장에서 바라본 브랜드, 구글 본사에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7개 핵심부서 임직원을 통해 구글러의 생각을 담았다. 이전에 B에서 다루었던 좋은 브랜드가 그랬듯 대표, 직원, 소비자 간에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서비스를 갖춘 구글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래서 구글이 좋은 브랜드고 B에서 다뤘다.
4명의 전문가 인터뷰가 포함된 Opinions의 구성도 깔끔했다. 컴퓨터 공학자인 김인성교수는 프로그래밍 측면으로, 투자전문가 소니홍은 마케팅 측면으로, 구글코리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정석 파이브락스 최고전략책임자는 구글러(구글 사원)입장에서, O+A 인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드리즈 셰리는 구글 플랙스라는 환경적 측면에서 구글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여기서 또 놀라운 건 프로그래밍, 마케팅, 오프라인환경 등 회사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하나의 철학을 공유함으로써 공통된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보면 구글이라는 브랜드는 사용자, 협업자, 대표, 직원, 일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 서비스, 제품을 결속시키는 명확한 철학이 강한 중력과 같이 존재하고 있다. Globalization에 대응하는 Googlization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구글브랜드는 지구의 두 번째 중력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 - 매거진B 홈페이지
사진 - 매거진B 홈페이지
에피소드 - 구글과 애플
이외에도 창업, 채용, 기업인수, CEO의 주요 언론인터뷰 등 구글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중 가장 재밌던 것은 구글의 경영을 책임질 CEO를 찾아 나섰던 때의 에피소드다. 당시 CEO였던 래리 페이지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영입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요, 이제 구글도 CEO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다만 그가 스티브 잡스일 경우에만 말이죠"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에피소드를 접하고 문득 든 생각은 구글과 애플은 두 브랜드 모두 사용자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지만, 구글은 프로그램적으로, 애플은 디자인적으로 집중했다는 점.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 히록시 록하이어는 B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딩에 집중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제품(서비스) 자체에 집중하죠."라든가 검색 엔지니어링 총괄자 벤 곰스는 B와의 인터뷰에서 검색과 웹접근성 등을 사용자 중심으로 프로그래밍했다고 말한 점이 이를 대변한다. 스티브잡스가 경영하던 시절의 애플이 사용자에게 강하게 어필한 점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사용자경험을 중심에 둔 디자인(UX)이었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는 완전히 다르다. 서비스 중심의 구글, 서비스와 제품이 함께 결합된 애플이라 그런 경향이 강했겠지만 구글의 디자인은 약간 유치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ㅎㅎ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적 감각으로 미루어 봤을땐 구글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회사였지 않을까?
사진 - 매거진B 홈페이지
구글에 대한 기대
구글은 본연의 "검색"서비스에 집중하며 사용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해나간다. 개인정보수집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생겨나는 가운데에도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그들의 슬로건을 믿고싶은건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켄야가 말했듯 실수할 여지를 안고 있는 인간에게 핸들을 맡겼던 과거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워 할 미래, SF영화 속에서 볼 법한 주거자가 설정하는 값을 분석해 최적의 실내온도와 조도를 자동으로 맞추는 세상을 구글이 만들고 있다.
B평
이번 B에서 아쉬운 점은 구글 스케치업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 스케치업은 앞으로 3D 프린팅이 보급되며 오픈소스로서 엄청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것을 놓칠리 없는 B일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Impressions 부분에서 건축가 한분만 인터뷰해 "내게 구글은 건축이다."라는 인터뷰 한쪽만 할애해도 됐을 텐데 말이다. (구글이 스케치업을 2012년 매각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지만 16,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콘텐츠다.
매거진B를 발행하는 제이오에이치(JOH.) 컴퍼니
언제부턴가 매 호 발행소식을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나. 조수용 대표는 발행인의 글에서 "내부의 우수한 임직원에게 자부심을 주고, 유저들이 그 존재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기업이자 좋은 브랜드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매월 좋은 브랜드를 분석하며 제이오에이치 내부적으로도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사장, 직원, 사용자와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느낌. 지난주 새롭게 출시한 조앤코 에드백-듀플렉스도 조만간 구매하고 아직까지 못 가본 일호식 2호점도 들러볼 예정. 언젠가 100호기념 호 쯤에선 B에서 제이오에이치를 다룰만큼 사랑받는 브랜드로 더욱더 성장하리라 기대해본다. 그 과정을 함께하는 즐거운 소비자가 기꺼이 되고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