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봄날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2014. 6. 2.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리뷰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는 말 그대로 젊은 기획자 일곱 명과 선배기획자 두 명을 만나 '기획'에 관해 물은 책이다. 저자도 밝혔듯 기획에는 뚜렷한 방법이나 획일화된 과정이 없다. 각자의 경험과 상황대처능력 그리고 직관·감각에 맡겨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란 공통된 물음을 두고 에피소드와 피드백 위주로 다뤘다. 그래서 마치 독자인 내가 누군가를 만날 준비를 하고 대화하고 느끼는 것 같은 현장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땐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을 만난 기분에 벅차기까지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공통된 점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각각의 기획자는 어린이미술, 공연, 마을, 베이커리, 홍보, 도서공간, 비영리단체 모금 등 확연히 다른 분야에서 일했지만,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이자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그러기에 기꺼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세상에 없던 것을 기획하게 되는 것이고 기획자로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창업한 기획자와 취업한 기획자를 두루 다루어 좋았다. 창업했든 취업을 했든 훌륭한 기획자는 일을 사랑하고 자기 주도적이다.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를 균형있게 다룬 저자(김영미)의 기획력이 빛난다. 창의적인 분야(최근엔 어느 분야나 창의력이 필요하다)를 꿈꾸는 학생들이 꼭 봤으면 한다.


특히 에필로그가 인상 깊다. 선배 기획자와의 인터뷰를 곁들여 본문의 감동을 끝까지 유지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눈빛 출판 이규상 대표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총감독의 인터뷰가 실린 에필로그는 일의 기획을 넘어 인생의 기획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단편이었다. 기획자, 아니 창의적인 사람들끼리 통하는 무언가로 강하게 결속된 느낌의 책이었다.








남해의 봄날의 기획


<남해의 봄날>의 정은영 대표를 만난 건 2013년 2월 대구 강연에서였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를 발행한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의 강연을 쌈짓돈 털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기획은 창업과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실린 선배 기획자 이규상대표가 기획에 대해 정의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창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정은영 대표가 강연에서 한 "취업하더라도 창업한다는 마인드로 일에 임하라"는 조언이 문득 떠오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말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이자 "삶의 주체로 살아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제 그의 조언을 이렇게 바꾸어 가슴에 담아두어도 될 것같다. "취업하더라도 기획한다는 마인드로 일하라."  <남해의 봄날>에서 출간하는 앞으로의 책들, 특히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는 내 삶의 양식으로서 탐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