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2.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매거진B 윌슨 리뷰
대중에게 스포츠는 놀이다. 남중, 남고를 졸업한 나는 공놀이에 대한 추억과 로망이 있다. 점심시간이면 급식도 잊은채 친구들과 농구게임을 했고 가을 체육대회 때는 반 대항전 축구게임이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아버지는 "골프가 지금껏 세상에서 즐긴 것 중 가장 재밌다"고 가끔 말한다. 이런 놀이에는 용품이 당연히 필요하고 그것을 만드는 브랜드는 사용자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욕망을 판매한다.
지난번 리뷰했던 매거진B 아우디편이 '뉴 프리미엄'에 관한 책이었다면 윌슨편은 '친밀도'에 관한 책이다. 스포츠용품 브랜드시장규모는 1위는 나이키(연 253억달러) 2위는 아디다스(196억)로 압도적이다. 이런 브랜드는 스포츠 과학의 하이테크를 내세운 프리미엄 이미지를 브랜드에 심어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이와는 반대로 다소 구식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친근함을 어필하는 브랜드가 윌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윌슨의 모회사 아머스포츠는 연간 27억의 연매출로 스포츠용품브랜드 시장규모 8위다.) (자료 출처 : 아머스포츠 2012년)
나이키, 아디다스 브랜드가 스포츠 용품과 운동복, 패션까지 아우르는 브랜드인 반면 윌슨은 라켓, 공, 글러브와 같은 스포츠 용품에 집중한다. 'MORE WIN'이란 캐치프라이즈를 갖고있는 윌슨은 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더 나은 기록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윌슨은 프로 선수 자문단 시스템을 초창기 때부터 운영하는 등 선구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그 후 합리적 가격의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프로 뿐만아니라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마케팅도 나이키와 확연히 다르다. 나이키가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공격적으로 드러내는 하이테크의 이미지와는 달리 윌슨은 현장위주의 마케팅이다. 초·중·고교에서 사용하도록 적합한 모델을 선보인다거나 NCAA 대학농구리그 연습, 공인구로 사용된다는 것은 이릴 적 부터 윌슨을 사용하도록 해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마케팅이다. '갖고싶다'라는 느낌보다 '저거면 되겠군'이란 느낌을 준다. 윌슨의 마케팅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영화 '캐스트 어웨이'다. 광고비를 지불하고 영화속 배구공의 이름을 '윌슨'으로 한 것. 영화의 성공과 함께 윌슨 브랜드가 하나의 친근한 인격체로 알려지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네이밍도 친근하다. 옆 집 살것같은 외국인 형 이름이지 않은가.(1900년대 초반 답게 초창기 회사 사장의 이름이다.)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가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 오랜 시간 소비자와 함께 해야한다. 그러면서도 좋은 품질을 가져야한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속내를 알고보니 시커먼 흑심으로 가득했단 걸 알고 배신감을 불러일으키면 브랜드로서 살아남을 수 없을테니.
매거진B는 '최고'를 다루기보다 '제이오에이치의 관점으로 균형잡힌' 브랜드를 소개해서 좋다. 인지도와 수익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브랜드의 가치를 하나하나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