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8.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리뷰
건축계와 언론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놓고 시공단계부터 비판이 거셌다. 과한 비용, 정치적 욕망, 도시맥락 무시 등이 주된 이유였다. DDP가 완공된 후에도 비판적 시선은 계속됐고 그 칼 날이 건축가인 자하하디드로 향했다. 오프닝에 맞춰 방한한 그녀에게 도시적 맥락을 놓고 건축가의 책임을 묻기 바빴다.
일본 건축가인 구마겐고는 건축가가 더이상 상대를 내려다보며 일을 고르는 엘리트가 아니라 매번 레이스에 나서는 경주마라 말한다. 이번 SPACE 인터뷰에서 자하하디드가 말한 "DDP 설계경쟁에 냈고, 당선됐을 뿐"이라는 분위기에 경주마의 스트레스가 역력해 보였다.
지난 SPACE 4월호에 DDP를 두고 엘리트와 대중의 충돌이라 분석한 기사가 있다. 엘리트는 건축가가 아닌 정치세력에 가까운 프로젝트였고 건축가의 책임이라는 타이틀로 모든 것을 하디드에게 묻는 우리의 풍토는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DDP의 야경 ⓒSeoul Design Festival
직접 방문한 DDP는 엄청난 스케일의 첫인상에 압도당했다. 내부를 걸으니 내가 지금 어디를 걷고 있고 원하는 방으로 가려면 어느 곳으로 가야하는지 어렵기만 했다. 층 구분은 쉽지 않고 방향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 새로운 공간은 익숙치 않은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나 높이 올라가고 있나를 한계단 한계단 발걸음을 옮기며 느끼고 직각으로 구획된 벽과 빛을 통해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던 지난 공간체험과는 달리 DDP는 혼란 그 자체다. 대드스페이스(Dead Space)로 가득 찬 DDP의 내부는 새로움에 압도당한 이후 흥분히 가라앉고선 건축언어의 폭력이라는 차가움으로 느껴졌다.
디자인붐 DDP 영상 ⓒDesign Boom
DDP는 쉽지 않은 건축이다. 정치적이기도 하고 건축가의 욕망표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새롭고 놀라운 것은 사실이다. 디자인붐에 소개된 DDP의 영상은 내부를 조명하는 중반부를 제외하고 동대문 일대의 하루와 함께 담은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역사를 딛고 일어선 서울의 역동성이 느껴져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DDP는 건축이 아닌 미디어적 성격이 강하다. 건축물 뿐만 아니라 건축가인 자하하디드도 미디어적 성격이 강한 건축가다. 서울이라는 지역그리고 동대문이라는 장소에 기념비처럼 세워졌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을 상징하기도 한다. 미래를 향한 하나의 정신이다. 이곳에서 건축적 완성도, 경제성, 합리성을 따져봐야 아니꼽기만 할 뿐이다.
UFO는 동대문 일대에 터를 잡고 착륙했다. 처음보는 외계인은 낯설다. 그들이 안전한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이륙장치가 고장난 UFO는 부수지 않는이상 우주로 되돌려 보낼 수 없다. 그저 친해지고 지구의 삶을 가르치고 또 그들에게 자극받으며 미래를 향해 상생하는 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