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성로의 재발견, 카페삼덕상회 방문기

2013. 7. 31.

지난 달 방문한 한남동 '세컨드키친(Second Kitchen)'을 리서치하며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단국대학교가 이전한 뒤 잠시 주춤했던 한남동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새롭게 들어선 2층 짜리 단독 건물"로 소개하며 도심재생프로젝트의 관점으로 레스토랑 신축을 접근했다는 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청 도시계획과에서나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을 민간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신축은 아니지만 대구 도심에도 민간차원에서 도심재생프로젝트의 관점으로 리노베이션한 상업시설이 있다. 바로 '카페삼덕상회'다.

 

2013/07/01 - [review] - 한남동 세컨드키친(SECOND KITCHEN)

 

 

 

 

대구지역 건축가 예술가 인문학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대구의재발견' 민간단체는 한때 공구골목으로 유명했지만 현재 쇠퇴한 북성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북성로의재발견'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작년 10월 27일에 개관한 '카페삼덕상회'가 그 첫 결실이다.

 

카페삼덕상회가 들어선 건물은 꽤 역사가 깊다. 일제시대였던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은 1층은 상점이 들어서고 2층은 주거 형태였던 전형적인 일식가옥이다. 1953년부터 '철원상회'라는 철물점으로 운영 되다가 '삼덕상회'라는 이름으로 바꿔 최근까지 공구자재상으로 운영되었다. 그 후 건물이 낡고 운영상의 문제로 한동안 빈 점포로 방치되다 '대구의재발견'팀이 임대해 복한문화공간으로 리노베이션을 계획했다. 대구 중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에서 설계지원비를 투자해 지역 대학교수가 설계를 맡았고 '대구의재발견' 회원이 운영한다. 리노베이션은 목구조나 기와지붕 등 최대한 원래있던 것들을 살렸고 거기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균형을 맞췄다.

 

 

 

 

해가 어둑해질 무렵 직접 찾아간 카페삼덕상회는 진흙 속 진주처럼 공구상가들 사이에서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들어선 1층 내부는 한 손에 잡힐 듯 아늑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가운데 젊은 연인이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하고 혼자인 중년의 남성이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은 그 공간의 분위기와 함께 현실과 과거를 뒤섞이는 듯한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1층에서 과일빙수를 주문하고 2층으로 가려면 화장실이 있는 뒷 마당을 지나야 했다. 하늘이 올려 보이는 야외계단을 따라 오르면 2층 야외테라스와 2층 다다미방으로 갈 수 있다. 다다미방은 십자수 실로 팔찌를 만드는 일행이 차지했다. 1, 2층 벽면에는 '대구사진마을' 작품전시를 하고 있었다. 인문학, 예술관련 강좌나 민간회의도 열린다고 하니 그야말로 문화공간이다.

 

 

 

내가 북성로를 처음 찾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카페삼덕상회'에 방문하기 위해 북성로를 찾았으리라.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중구청에서 근대역사문화벨트 등 도심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이 나눠진 부분이 있다""민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민간에 맡겨 함께 도심재생 사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소비하게 하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경험이다. 도시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절대 그 세부적인 경험까지 예상하거나 계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청의 한 공무원이 말한 것처럼 민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민간에게 맡겨 사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의재발견'은 '구) 야마구찌 도예점'과 '구) 꽃자리 다방' '이기붕 부통령 박마리아 옛집' 건물도 건물주를 설득해 리노베이션을 통한 근대건축물 복원과 상가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관심있게 지켜봐야 겠다. '북성로의재발견'과 같은 민간차원에서 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활동이 대구에서 더욱 활발해져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