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켄고의 자연스러운 건축을 읽고

2013. 5. 23.



ⓒ design boom / 쿠마켄고 전시포스터, 2009

쿠마켄고는 20세기의 건축을 '콘크리트의 시대'로 정의하며 비판한다. 국제화 시대에 맞춰 보편적으로 제작 가능한 재료가 콘크리트였다. 장소를 선택하지 않는 콘크리트는 다양성을 상실하고 사회를 획일화시켰다. 한번 굳으면 되돌릴 수 없는 재료의 성질은 급속한 변화를 겪은 20세기 사회의 불안감을 확고한 형태로 고정하려는 시대를 대변하며 본질을 숨기고 덧칠이 만연한 콘크리트는 표상이 중시되던 시대에 적합했다고 해석한다.

그는 강한 물성의 콘크리트가 사실은 강하지 않다고 역설하며 목재와 비교했을 때 시간에 따른 변화를 감지할 수 없어 보이지 않는 변화에 따른 위험에 대응할 수 없기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재료를 매개로 장소와의 행복한 관계를 맺는 자연스러운 건축을 추구한다.


"생산은 장소와 표상을 하나로 엮어 낸다. 장소는 단숞나 자연 경관이 아니다. 장소는 각양각색의 소재이며,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생활이다. 생산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소재와 생활과 표상이 하나로 꿰어지는 것이다."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된 본문을 읽어나갈수록 쿠마켄고가 건축을 대하는 순수하고 진지한 모습에 몰입된다. 그는 자기 건축철학의 뿌리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하나의 건축을 구축한다. 예를 들면 <흘러가는 물>에서 "훨씬 더 가까운 곳까지 바다를 끌어당겨 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라던지 <돌 미술관>에서 "물질의 본질을 되찾고, 그러면서 현시대의 공기를 느끼게 하는 현대 건축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그 질문은 20세기 건축에 대한 비판이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20세기 건축을 콘크리트 재료로 정의한 그는 자연스러운 건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자연재료'를 제시한다. <그레이트 월 코뮌>에 사용된 대나무와 <산토리 미술관>에 와시를 사용한 것은 역사 환경과의 관계성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자연재료'란 단순히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을 뜻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환경, 기술, 문화, 민주성, 지역성이 포함된다. 기술을 통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역문화를 존중하며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태도를 재료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프랑크 푸르트의 차실'과 '파빌리온 KxK', '워터블록'은 대중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민주적인 건축에 대한 그의 고민이 잘 드러난다.


"자연 소재를 구해내는 것은 타협도 연설도 아닌 겸손과 노력이다."

자연재료를 사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건축에서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사실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건축에 적합하지 않은 대나무라는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한 '그레이트 월 코뮌 프로젝트'는 모두가 고개를 내 저었지만 쿠마만의 순수함으로 가능하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는 대나무를 건축재료로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작년에는 중국의 건축가 왕슈가, 올 해는 일본의 건축가 이토도요가 수상했다. 자국에서만 수학한 왕슈의 수상는 지역성 짙은 건축에 대한 존중이었고 엘리트건축가 이토도요의 수상은 자신의 건축철학을 바탕으로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 것에 대한 존중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보이는 화려한 건축의 내면에는 지역과 사회를 향한 건축가의 따듯한 마음이 있다. 쿠마켄고의 '자연스러운 건축'은  자신의 건축이야기를 통해 건축의 따듯한 온기를 독자의 마음으로 전달하고 있다. 버스 창밖으로 서울신청사를 바라다보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한국의 건축에 한타까움을 느끼며 감상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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