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미래로, 그래픽 디자인의 진화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자사의 시계 역사에서 조용하지만 혁신적이었던 순간을 다시 불러냈습니다. 바로 1988년 처음 선보인 LV I·II 컬렉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몬터레이(Monterey)’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신제품은 단 188점만 제작되는 한정판으로, 원작의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메커니즘과 미세한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 시계는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루이비통이 과거의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의 유산을 잇다
1988년,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가 디자인한 LV I과 LV II 시계는 유려한 곡선의 케이스와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미학으로 당시 시계 디자인의 틀을 깼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몬터레이는 루이비통의 제네바 워치메이킹 부서 라 파브리크 뒤 땅(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에서 제작되었으며, 아울렌티 특유의 러그리스(lugless) 구조와 12시 방향의 크라운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케이스는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폴리시드 옐로 골드로 마감되었으며, 크라운에는 루이비통 특유의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 텍스처가 새겨졌습니다. 뒷면에는 ‘1 of 188’ 문구가 각인된 퀵 릴리스 스트랩 시스템이 적용되어 한정판임을 강조합니다.
예술적 공예가 담긴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새로운 몬터레이의 중심에는 20시간 이상의 수작업과 최대 900도의 고온 소성 과정을 거친 그랑 푀(Grand Feu) 에나멜 다이얼이 자리합니다. 이 다이얼은 미세한 오팔빛 깊이를 구현하며, 붉은색과 푸른색의 프린트 스케일은 1988년 오리지널 디자인을 기념합니다. 화이트 골드로 제작된 주·분침과 블루 스틸 초침이 광택 있는 다이얼 위에서 세련된 대비를 이루며, 루이비통의 장인정신을 드러냅니다.
현대 기술로 재해석된 자동 무브먼트
기존 쿼츠 무브먼트를 대체한 것은 루이비통의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LFTMA01.02입니다. 45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자랑하며, 원형 그레인 마감의 메인 플레이트와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브리지, 그리고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V 노치가 새겨진 18캐럿 골드 로터로 구성되었습니다. 모든 공정은 제네바의 루이비통 워치메이킹 아틀리에에서 직접 진행되었으며, 기계적 정밀함과 미적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자인의 대화
루이비통 라 파브리크 뒤 땅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튜 에지(Matthieu Hegi)는 “몬터레이는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상징한다. 우리는 원작의 그래픽 코드를 존중하면서도 오늘날의 감각으로 이를 끌어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루이비통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는 2025 가을/겨울 런웨이에서 1988년 LV II 시계를 활용해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현재를 연결했습니다. 그 결과, 몬터레이는 단순한 복각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진화의 결과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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