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으로 만든 새로운 심장
제네바 워치 데이즈 2025에서 태그호이어(TAG Heuer)는 기존 합금이나 실리콘이 아닌 카본으로 제작된 새로운 헤어스프링을 공개했습니다. 헤어스프링은 무브먼트 내 밸런스 휠에 연결돼 시간을 조율하는 시계의 핵심 부품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TH-카본스프링은 브랜드의 대표 모델인 까레라(Carrera)와 모나코(Monaco)에 처음 적용되었습니다. 블랙 톤의 카본 소재는 기존과 차별화된 분위기를 선사하며 기술적 도약을 상징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재 교체가 아닌 시계 제작사에겐 구조적 혁신에 가까운 사건입니다.
실리콘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
지난 수십 년간 실리콘은 100년 넘게 표준으로 사용된 니바록스(Nivarox) 합금을 대체하며 시계 산업을 이끌어왔습니다. 실리콘은 온도 변화에 안정적이고 자기장에 강하다는 장점으로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실리콘은 상대적으로 부서지기 쉬운 취약성이 있습니다. 극히 드물지만 충격에 의해 균열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기계식 시계에겐 치명적입니다. 오메가(Omega), 파텍필립(Patek Philippe), 롤렉스(Rolex) 등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실리콘 강화 기술을 도입했지만 태그호이어는 전혀 새로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탄소 기반 신기술의 잠재력
태그호이어가 선택한 방법은 ‘탄소 침투 탄소 나노튜브 템플릿 구조(Carbon Infiltrated Carbon Nanotube-Templated Structures)’ 연구를 기반으로 한 카본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충격에 강하고 설계 자유도를 높여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형태의 부품 제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난관도 있었습니다. 투자 손실, 프로젝트 중단 위기, 기술적 좌절이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태그호이어는 보완 기술을 추가로 개발해 향후 다양한 컬렉션에 적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10년의 여정 끝에 상용화된 카본스프링
약 10년간의 연구 끝에 태그호이어는 TH-카본스프링을 본격 양산 단계로 끌어올렸습니다. 첫 적용 모델은 모나코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TH-카본스프링과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익스트림 스포츠 TH-카본스프링입니다. 두 모델은 각각 50피스 한정으로 출시되며, 태그호이어는 이 기술이 17세기 이후 가장 근본적인 시계 제작 혁신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신제품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향후 기계식 시계의 신뢰성과 디자인 가능성을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디테일로 드러나는 첨단 기술
모나코 모델은 블랙 골드 도금된 시침과 분침에 화이트 수퍼루미노바를 채워 야간 가독성을 높였으며, 카본 다이얼 위에 카본 인덱스와 블랙 골드 초침이 배치되었습니다. 까레라는 발광 마커를 사용해 기능성과 미학을 동시에 강화했습니다. 카본 헤어스프링은 미세한 부품이지만, 시계의 정확성과 내구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됩니다. 태그호이어의 이번 시도가 업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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