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25일 리서치/디자인
시계 산업의 새로운 실험
3D 프린팅은 불법 무기 제작부터 디자인 프로토타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전통적 시계 산업에서는 주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크기를 가늠하는 임시 샘플 제작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플라스틱 같은 인공 소재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실제 금속 제품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 브랜드가 영국의 아피어(Apiar)입니다. 아피어는 첨단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을 적용해 본격적인 시계 생산에 나섰습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으로 완성된 Gen1.0
이번에 공개된 아피어의 첫 작품 ‘Gen1.0’은 세계 최초로 미드 케이스와 다이얼까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시계입니다. 텍스처가 살아있는 거미줄 같은 구조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통해서만 구현 가능합니다. 네덜란드 브랜드 홀틴리히스(Holthinrichs)가 이미 금속 케이스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해온 바 있지만, 아피어는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Gen1.0은 티타늄으로 만들어졌으며 스켈레톤 다이얼은 케이스의 일부로 결합되어 독창적인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외관은 전통적인 손목시계와 비슷하지만, 디테일은 전적으로 새로운 미학을 제시합니다.
고성능 티타늄과 전통 무브먼트
Gen1.0은 강하면서도 가벼운 5등급 및 23등급 티타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베젤만 CNC 가공으로 만들고 나머지 주요 부품은 모두 적층 제조 방식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직경 39mm로 제작된 이 시계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내부에는 스위스 라 주-페레(La Joux-Perret)의 전통 무브먼트가 장착되어, 실험적 외관과 정통 기술이 조화를 이룹니다. 공동 창업자 샘 화이트(Sam White)는 자동차와 시계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성능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의 혁신
아피어의 접근 방식은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지향합니다. 전통적인 절삭 가공은 금속 블록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을 낭비하지만, 적층 제조는 필요한 부분에만 재료를 더해 효율적입니다. 공동 창업자 맷 우스트하위젠(Matt Oosthuizen)은 “전통적인 CNC 가공으로는 불가능한 유기적이고 복잡한 형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Gen1.0의 미드케이스, 다이얼, 케이스백 제작에서 버려진 티타늄은 단 14g에 불과합니다. 이는 환경적 효율성과 디자인 자유도를 동시에 확보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400만 원 대 가격과 미래적 비전
아피어는 Gen1.0을 2,250파운드(한화 약 420만원, VAT 포함)라는 가격에 공개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기존 고급 시계 제조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험적으로만 도입해온 것과 달리, 아피어는 실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내놓았습니다. 이는 시계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복잡한 구조와 유기적 형태가 가능한 3D 프린팅 시계는 앞으로 전통적 디자인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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