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2.
SMAC 개관과 함께 열린 특별전
베니스 비엔날레 개최 시기에 맞춰 새롭게 문을 연 산 마르코 아트 센터(SMAC)가 한국의 대표 조경가 정영선(Jeong Youngsun)의 전시로 개관을 알렸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가 리노베이션한 이 공간에서 열린 《지구의 모든 호흡을 위하여》는 그녀가 1987년 설립한 서안조경기술사무소(STL)의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조경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왔는지를 조망합니다.
조경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사
정영선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해 조경 분야로 진출한 한국 최초의 여성 토목 기술자이자 조경가입니다. 본 전시는 그녀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선수촌 조경, 1993년 대전엑스포 국가관 조경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도시와 자연을 연결해왔는지를 조망합니다. 또한 한국의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 속에서 조경이 발휘한 ‘소프트 파워’로서의 역할을 조명합니다.
한국적 감성의 정원 설계 철학
정영선의 조경 철학은 일본식 정원의 형식성과 중국식 조경의 장대함보다는, 일상 속 자연과 공존하는 ‘차경(借景)’을 중시합니다. 폐산업시설, 병원, 도시 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그녀는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식재를 통해 새로운 생태적 풍경을 구현해왔습니다. 특히 아산병원의 ‘힐링 가든’처럼 개인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조경은 그녀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조경과 건축의 긴밀한 협업 사례
정영선은 건축가 마리오 보타, 매스 스터디스, 한라한 마이어스, 그리고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같은 세계적 건축가들과 협업해왔습니다. 특히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옥상정원은 그녀와 치퍼필드가 함께 설계한 대표작으로, 계절마다 단풍나무로 변화를 주며 도시 속 자연을 실현합니다. 이는 조경과 건축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국내외 모범 사례로 손꼽힙니다.
자연의 치유력에 대한 믿음
전시는 총 24개의 프로젝트를 300여 점의 도면, 모형, 사진, 영상으로 소개하며, 전시 정보는 정영선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노란색 전통 직물에 인쇄되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무지개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는 것처럼, 우리가 돌보고 가꾸는 정원이 모두에게 회복과 영감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합니다. 이번 전시는 정영선이 추구해온 조경의 본질, 즉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되새기는 기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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