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
이번 글에서 컨설팅 중인 에어비앤비 공유숙박업의 브랜딩 과정에서 한 고민들을 추가로 기록하고자 한다. 앞서 작성한 공간 브랜딩 노트에 이은 두 번째 글이다. 앞선 글에서 밝혔듯 해당 프로젝트의 컨셉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이다. 브랜딩은 고객이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번 글을 통해 '하루키의 집'이라는 컨셉의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브랜딩 과정을 정리하고자 한다.
어떤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고 이를 기억하고 다시 떠올리는 일련의 인지사고 과정이다. 무엇을 인식시키느냐에 답하려면 먼저 누구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킬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즉 타겟 고객을 규정해야 한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숙박 공간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은 (주로) 에어비앤비이고 그 대상은 외국인이다(이었다). 2020년 이전에는 내국인에게 숙박 공간을 판매하는 영업 행위가 불법이었으나, 코로나 시기 정부의 ICT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시행으로 위홈을 통해 내국인을 180일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현재 서울과 부산에 한해서 가능하다.) 이로서 판매 플랫폼은 에어비엔비와 위홈이고 타겟층은 내외국인이다.
누구에게 인식시킬 것인가?
타겟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자. 제한된 공간의 특성상 타겟은 2인 이하의 여행객이다. 3인 이상의 가족 단위 고객은 타겟이 아니다. 그러니 미혼 또는 자녀가 없는 부부인 20대와 30대를 메인 타겟으로 한다. 공간의 규모에 따라 타겟의 연령대와 결혼여부를 정했으니, 공간의 컨셉에 따라 타겟을 좀 더 좁혀 보자. 판매될 공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이라는 컨셉아래, 문학, 재즈, 빈티지 가구로 꾸며질 공간이다. 그러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인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 더불어 문학, 재즈, 가구에 관심이 많은 2030 고객이 타겟이다. 타겟은 좁히고 좁혀 단 1명의 타겟으로 귀결될수록 좋다. 그러니 타겟을 더 좁혀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심이 많은 2030은 누구인가? 직업 상으로는 출판업 특히 문학 분야에 중점을 둔 출판사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니치한 브랜드 (1일 1팀의 손님만 받는 업이다 보니 니치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에 관심이 많은 마케터나 디자이너가 타겟이다. 그중 타겟 1명으로 필자가 즐겨 보았던 민음사TV 유튜브 채널의 조아란 마케터를 타겟으로 생각했다. 타겟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디자인 과정에서 구체적인 컨셉도구를 개발하고 운영 원칙을 세우는 데에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민음사TV 채널을 이끌어 나가는 그의 취향과 생각을 유추해볼 거리가 많아 적합한 타겟이라 생각했다.
무엇을 인식시킬 것인가?
타겟에게 인식시켜야 할 최종의 요소는 브랜드 스토리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진정한 브랜드의 팬이 아니고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브랜드 스토리가 전파된다는 것은 브랜드의 팬이 많아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순서 상 타겟설정 이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나, 타겟에게 인식시켜야 할 세부사항을 선별하고 스토리를 다듬어야 하기에 타겟 선정을 설명한 이후에 브랜드 스토리를 설명하게 되었다.
브랜드 스토리는 한번 들으면 머리에 각인되어야 하고 브랜드의 철학(슬로건)은 스틱 메시지일수록 좋다. (브랜드 스토리가 진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선 글에서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브랜딩 스토리를 설명했으나 이는 브랜드 스토리가 되지 못한다.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를 소유한 대표이자 운영의 주체인 클라이언트가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운영할 클라이언트의 관점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한다.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1. 운영자가 왜 숙박업을 하게 되었고 2. 브랜드의 철학은 무엇이며, 3. 해당 브랜드를 통해 고객에게 약속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각인시켜야만 한다.
1. 브랜드 스토리
클라이언트(이하 운영자)는 왜 숙박업을 하게 되었나? 운영자는 도서관 사서로 8년 간 일하며 도서관의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점차 문학을 읽지 않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른 미디어가 대체할 수 없는 독서만의 즐거움을 다양한 도서관 행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으나 현대 도서관의 시스템에서 제약사항이 많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숙박업이라는 형태로 도서관을 운영하게 되었다.
- 문학의 즐거움
먼저 운영자가 생각하는 문학의 즐거움을 들어 보고 제약사항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그가 생각한 독서의 즐거움은 문학 작품에 쓰인 표면적 이야기(픽션)에 국한하지 않고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작품을 읽는 독자의 실제적 경험(논픽션)으로 확장한다. 독자는 작품 내적으로 작중 인물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이해하여 자신의 실제 삶에 반영하고, 작품 외적으로 작가가 작품에 담은 실체적 생각을 해석하고 이를 본인의 삶에 반영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성장하는 매개체가 문학인 것이다. 시청각 정보에 비해 활자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다는 점이 다른 매체와 차별화된 독서만의 매력이다.
- 기존 도서관의 제약
이어서 운영자가 생각했던 도서관의 제약사항은 무엇이었나? 도서관은 방문객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예산의 제약이 있었다. 1) 시간적 제약은 도서관 운영시간과 이용객이 독서하고 싶은 시간 또는 도서관 방문에 필요한 시간적 비용 사이의 간극이다. 2) 공간적 제약은 도서관에 다양한 사람이 이용하고 관리자의 감시 하에 있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과 가구와 조명의 물리적 불편함이다. 3) 예산의 제약은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도서관의 특성 상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방문객의 흥미를 끌만한 도서 행사를 기획하는 일의 한계이다.
- 사서가 운영하는 숙박업
운영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숙박공간을 겸한 도서관을 제안한다. 숙박업이라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토대로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예약한 1인 또는 소수의 인원만 원하는 시간만큼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에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도 해소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운영자가 생각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기획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다. 이로써 운영자가 기획한 독서 공간을 방문객이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2. 브랜드 철학
그렇다면 왜 무라카미 하루키인가? 이는 브랜드의 철학과 연결된다. 브랜드 스토리에서 보았듯 운영자는 문학의 즐거움이란 독자의 경험과 성장에 있다고 보았다. 독자가 할 수 있는 경험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져보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다양한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문학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문학, 음악, 음식 등 다양한 문화가 녹아 들었고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와 방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즉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인물을 문학의 체험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매개체인 것이다. 브랜드의 철학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매개로 방문객에게 풍성한 문학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3. 브랜드 약속
해당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고객에게 약속하는 것은 무엇인가? 도서관을 주제로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이야기했지만 기본적으로 운영자가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은 숙박업이다. 그렇기에 운영자가 생각하는 최우선 고객 약속은 1) 깨끗하고 쾌적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 약속은 브랜드의 철학이기도 한 2) 풍성한 문학적 체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독서는 기본이고 독서와 관련된 음악 감상, 식음료 체험이 제공된다. 가령,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감을 받은 20세기의 문학작품들 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거나 그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중반의 재즈 앨범들 그리고 그가 사랑한 위스키의 향과 맛,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용하는 암체어의 질감과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또 약속해야 할 것은 이렇게 준비된 컨텐츠를 방문객이 불편함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3) 편안한 감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프라이빗한 공간인 점과 음악을 감상하고 독서하기에 편안한 하드웨어 환경을 갖춘다.
이 글로 브랜딩 디자인 노트를 마친다. 브랜드 제품(Product; 네이밍, 공간디자인, 서비스디자인…)과 가격(Price) 그리고 유통(Promotion)에 관한 컨텐츠는 다음 브랜드 디자인 노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