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불안, 나는 왜 돈을 버는가?

2023. 10. 18.

3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막연하게만 꿈꾸었던 경제적 자유의 길이 이제는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1년 전부터 월 1천만 원씩 꾸준히 모았고 현재 약 15천만 원의 돈이 모였다. (주식 계좌에 7천만 원, 예금에 8천만 원이 모였다.) 이렇게 모으다 보면 5년 뒤 즈음엔 서울에서 원하는 집을 사고 그다음 좋은 차를 사고 어느 순간에는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주식과 부동산 자산이 내가 쓰는 것보다 많은 수익을 내는 경제적 자유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 즈음 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은 왜 돈을 버는가?’이다. 지난 6월까지 꾸준히 연재 중이던 비즈니스 카테고리 글의 마지막 장을 약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쓰지 못하였다.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왜 돈을 버는가?를 주제로 글을 쓰려면 그에 답할 수 있는 합당한 명분이나 명분이 될 수 있는 생각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연재를 다시 이어서 쓸 수 있는 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다시 읽고 나서 왜 돈을 버는가?에 대한 명분이 될 수 있는 생각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영미판 표지 2004

이 글은 비즈니스 카테고리 연재 중으로 ‘5-1. 왜 돈을 버는가?’ 편이다. 이번 편을 통해서 필자가 돈을 버는 궁극적인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고 비즈니스 목표 의식을 더욱 뚜렷하게 갖고자 한다. 연재 첫 글과 목차 보기

 

자본능력주의 사회에서
더 높은 지위를 이루기 위해 돈을 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돈을 버는가? 앞서 말한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쌓이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함이라는 문장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다는 것은 돈을 번다와 같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삶의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을 버는 목적,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해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10여 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이 20대 초반 군대였으니 10년이 훌쩍 넘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인 꿈만 컸던 당시엔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내용이 사회에 찌들 대로 찌들어 본 지금 읽으니 내용이 더 크게 와닿았다.책의 구조는 아주 심플하다. 현대인이 불안한 이유 다섯 가지와 그 해법 다섯 가지이다. 해법 다섯 가지는 불안을 다스리는 심리적인 대안일 뿐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작가가 제시한 해법을 발판 삼아 독자 스스로 그 답을 구해야 한다.

현대인의 불안은 자본능력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병이다. 현대에서 물리적으로 생존을 위해 다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 현대인은 사회적 지위를 위해 다툰다. 자본능력주의사회는 돈이 곧 지위이고 돈을 얼마나 버느냐는 개인의 능력에 달린 사회이다. 사회에 희소한 가치인 돈(돈의 가치는 우하향하므로, 더 정확하게는 구매력)을 두고 무한 경쟁하는 사회에서 돈이 많은 사람은 지위를 잃게 될까 불안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지위가 낮은 것에 불안하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여
더 높은 인격을 갖기 위해 돈을 번다.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나는 돈을 왜 버는가? 돈을 버는 것은 자본능력주의 사회에서 견고한 사회적 지위를 달성하고 불안을 지우기 위함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지위는 서울 도심(강서송마용성) 30평대 신축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고급차를 모는 것이다. (자산 20~) 나는 이것이 속물근성임을 알고 입 밖에 꺼내기 부끄럽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자본능력주의 사회의 규칙임을 안다. 과거 조선시대에 양반과 천민 계급을 나누는 것이 규칙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위를 얻는 것만으로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에서 얻는 안정감은 사회라는 추상적인 관념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정감 역시 막연하다. 추상적인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관념이 필요한데 그것은 5천만 한국인이 이루고 있는 사회가 아닌 50여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비롯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관계에서는 돈만큼이나 상대방에 대한 관심, 사랑 그리고 겸손함과 정의로움이 중요하다.

나는 왜 돈을 버는가? 내가 살아가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지위를 달성하여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된 심리적 상태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돈은 사회적 지위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님을 안다. 돈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개인의 높은 인격도 필요조건이다. 돈 외의 필요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 시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 시간,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된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 높은 인격이 결국 경제적 달성을 이루어 얻고자 하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