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6.
사업 목표가 명확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레버리지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1인 기업의 성장에 대해 다루는 이번 글에서는 목표를 어떻게 세우는지와 레버리지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과거 나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 글은 비즈니스 카테고리 연재 중으로 ‘05. 1인 기업의 성장 | 매출목표와 레버리지’ 편이다. 아래 내용은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N년차 연매출 계산하는 방법
연매출은 투자금의 4배다. (자세한 산출법은 이전 글 참고) 나는 1억 원(자기자본 5천만 원 + 레버리지 5천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해 2021년 연매출은 3억 8천만 원이었다. 얼추 4배다. 내가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2억 원 언저리의 매출을 냈을 것이다. 레버리지는 글 후반부에서 다룬다. 2022년 연매출은 전년 대비 약 2배가 늘어난 7억 3천만 원이었다. 어떻게 2배가 되었을까?
투자금의 4배가 연매출이니, 연매출이 2배가 되려면 투자금이 2배가 되면 된다. (이 역시 이전 글 참고) 투자금 대비 이익률은 15%이고, 정산 주기는 2달이니 이익을 저축하면 1년 뒤 투자금 만큼 모을 수 있다. 그러니 2년차 투자금은 1년차의 약 2배, 매출 역시 1년차의 2배가 된다. 한마디로 연매출을 1년 전보다 2배가까이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익이 나는 족족 재투자했기 때문이고 물건이 그만큼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2023년은 어떨까?
2023년 1분기 매출은 월평균은 1억 3천만 원이다. 꾸준히 오름세에 있는 걸 차치하고 이 대로만 매출이 찍히더라도 올해 연매출은 15억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대비 2배가 늘어난 수치다. 그러니 향후 n년 뒤 연매출 목표를 계산하는 방법은 창업 초기 투자금만 알면 아래와 같이 심플하게 계산할 수 있다. 물론 상품이 잘 팔려야 한다. 상품은 가격이 싸고 고객의 눈에 띄면 팔리게 되어 있다. 1인 기업을 운영하면 다인 기업을 운영하는 경쟁사보다 상품을 싸게 팔 수 있고 공격적으로 광고할 수 있다.
[사업 년차별 연매출과 계산법]
사업 년차 | 연매출 | 계산법 |
1년 차 | 380,167,896 원 | 투자금의 4배 |
2년 차 | 729,430,243 원 | 전년 대비 2배 |
3년 차 | 예상 1,573,672,148 원 | 전년 대비 2배 |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이익률을 높일 수 있고 (판매가를 높인다, 매입 단가를 낮춘다, 광고효율을 높인다, 고정비율을 낮춘다 등) 늘어난 이익률을 상품에 재투자하면 연매출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가져갈 수 있다. 늘어난 이익을 상품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빚을 갚아도 되고 여행을 떠나도 된다. 아니면 더 많은 빚을 내 더 빠른 속도로 기업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 즉,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이익이 매입비용을 넘어설 때 비로소 여유 있는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
목표는 연매출이 아닌 일매출
창업 직후 매출목표 없이 사업을 했다. 매출목표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더 잘했을까? 이 물음에는 아직도 답하지 못하겠다. 나의 꿈은 소박했다. 하루 4시간만 일하고 월급만큼만 벌자. (지금 생각해도 훌륭한 생각이다.) 그래서 매출이 아닌 월 300만 원 이익에 맞추어서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식이었다. 상품 1개를 팔면 1,500원이 남는다. 하루에 67개를 팔자. 그러면 하루 10만 원을 벌고 한 달에 300만 원을 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광고를 하면 할수록 물건이 팔려 나갔고 어느 순간 하루에 67개를 넘게 판매했다. 뻔히 더 팔 수 있는 상황 앞에서 투자를 멈추는 기업가는 없다. 그래서 나는 물건을 더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금 흐름이 막혔다. 매일 증가하는 매출에 맞추어 물건을 더 매입하다 보니 현금이 줄어들었고 줄어든 현금으로 더 많은 광고비와 택배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이때 나는 가까운 은행으로 가서 한도 5천만 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마이너스 통장도 빠듯해서 은행원의 조언으로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고 1년 무이자 5천만 원 대출을 받았다. 현금 흐름이 원활해진 건 대출을 받고 난 1년 뒤이고, 2년이 지난 지금 대출을 모두 갚고 남을 정도로 자본을 쌓았고, 이제서야 매출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매출목표를 세우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매출은 최선을 다해 팔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가 맞지, 매출을 이만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허들은 있다. 개인사업자 매출 15억이 넘으면 성실신고 사업자가 된다 거나, 과세표준 3억 원을 초과하면 소득세율이 40%를 넘는다는 등의 허들. 하지만 이런 허들에 맞추어서 매출목표를 잡는 기업가가 정말로 있을까? 성장할 수 있는데 성장하지 않는 것은 기업가가 아니지 않나?라는 의문이 ‘매출목표’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든다.
앞서 자문한 매출목표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더 잘했을까? 첫 해 목표를 10억으로 잡는다고 하면 지레 겁을 먹고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을 테고, 1억으로 잡는다고 하면 성장 가능성이 있음에도 더딘 걸음으로 나아갔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연매출 목표보다 일매출 목표가 더 손에 잡힐 듯 뚜렷해서 좋다. 매일 매일의 매출 흐름을 보고 있자면 당장 내일을 목표로 오늘을 보내게 된다. 눈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가끔 뒤 돌아보며 현재에 감사할 때가, 멀리 있는 목표를 보며 한숨을 쉬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사업 직후 이익률 15% 일이익 목표가 10만 원이었으니 일매출 목표는 67만 원이었다. 현재 일이익 목표는 75만원이고 일매출 목표는 500만 원이다. 당장 내일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까만 고민하기로 한다.
빚과 레버리지의 차이
나는 빚을 싫어한다. 회사에 취직하기 전까지 체크카드 한 장만 사용했다. 알바로 번 돈으로는 생활이 빠듯했는데 그때마다 부모님께 용돈을 타 썼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도 나중에 어떤 식으로 든 갚아야 할 빚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되도록 받지 않고자 노력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생기자 목돈이 드는 물건(가전제품, 노트북, 가구 등)이 필요할 때, 저축한 돈은 없고 당장 갖고 싶은 욕심에 미래의 돈을 당겨 쓰기 시작한 것이다. 신용카드를 쓰게 된 이후 통장 잔고가 부족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민망한 일이 몇 번 생기면서 빚의 무서움을 알았다.
코로나 이후로 ‘레버리지’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된다. 정확히는 ‘레버리지 효과’로 사전적 의미로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일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빚과 레버리지의 차이는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있다. 내가 과거에 신용카드를 쓰며 부모님께 타 쓴 용돈은 내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목적이 아닌 단순 회생을 위한 것이었기에 빚이다. 빚은 삶을 갉아먹는 해충과 같아서 빚을 지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빠지고 자존감이 낮아져 결국 불행해진다. (나는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불행하다고 느꼈는데, 레버리지와 빚의 차이를 그때 알았더라면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때 유행처럼 번진 부동산, 주식 투자를 해서 수익을 보기 위해 빚을 내는 건 레버리지일까? 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성을 동반한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는 건 레버리지가 아닌 빚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위험성 보다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이다. 주식 부동산과 다르게 개인 사업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강하다. 물건을 판매하고 있으면 일정 기간 동안 판매 추이가 나타나고 자금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 매출 상승세와 현금흐름의 흐름이 자기 자본으로는 충당되지 않을 때, 자기 자본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신상품 신규 투자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조건에서는 빚을 내서는 안 된다. 자기 자본에서 감당할 수 있을 때,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 빚을 내 레버리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 세상 어느 기업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는데, 그럼에도 망하는 기업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전 글과 본 글을 통해 1인 기업의 시작과 성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 ‘1인 기업의 한계 | 현금 흐름과 이익 실현’에서는 1인 기업의 한계를 다룬다. 아무리 매출을 높이고 싶어도 혼자서 하는 일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한계는 내가 지금 겪지 못한 일인데,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다루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