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프러너 04. 1인기업의 시작: 창업 자금과 아이템 선정

2023. 4. 3.

초보 사업가답게 창업 당시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몸으로 부딪히면서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돌아보면 어리석었지만 용감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1인 기업가로서 3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 절세를 위해 법인사업자를 추가로 냈고, 3년 전 개인사업자를 처음 시작할 때처럼, 법인사업자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용기가 아닌 현명함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 개인사업자의 시작이 어땠는지 이번 글에 정리하며,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세우려 한다.

 

이 글은 비즈니스 카테고리 연재 중으로 ‘04. 1인 기업의 시작 | 투자금과 아이템 선정’ 편이다이번 편에서는 이커머스 1인기업을 창업할 때 자금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아이템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를 기록한다.

연재 첫 글과 목차 보기

 

 

투자 대비 수익률만 보고 시작한 이커머스 사업

처음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매출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오직 투자 대비 수익률만 보고 시작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은 100%였다. 이 계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판매 상품을 개당으로 계산 봤을 때 판매가가 10,000원이었고, 매입단가가 1,500(관부가세, 물류비용 포함), 판매관리비가 7,000원 (판매수수료 1,000원 + 광고비용 3,000원 + 택배비 3,000원 + α) 이었으니, 판매가에서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이익은 1,500원으로 매입단가 1,500원과 같았다. 그러니 투자 대비 수익률(정확히는 매입비 대비 이익률)은 100%였다. 이 계산이 섰을 때 나는 퇴사 후 이직을 고사하고 1인 기업가가 되었다.

[창업 아이템 개당 이익률 계산 표]

판매가 10,000 100%
매입단가 1,500 15%
광고비용 3,000 30%
판매수수료 1,000 10%
택배비 3,000 30%
이익 1,500 15%

 

이 계산의 함정은 광고비용, 판매수수료, 택배비 등 판매관리비용을 초기 비용으로 보지 않고, 매출 정산대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이로 인해 현금 흐름이 막혀 1인 기업 경영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자금으로 초도 매입비와 연매출 계산하기

경영에 대한 지식 없이 투자 대비 수익률만 보고 시작했으니 좌절하기 일쑤였다. 주먹구구식으로 창업자금이 얼마가 있으니, 그 돈으로 상품을 산 뒤에 광고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판매수수료와 택배비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으로 먹고 산다,라는 심플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판매도 잘 되고, 판매관리비도 예상 범위 내에서 지출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현금흐름이 막히고, 매입 자금이 부족하고, 상품이 품절되고, 생활비는 부족했다.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커진 책임감은 큰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돌이켜 봤을 때 창업 당시에 자금 대비 연매출에 대해 계산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 같다. 창업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고, 판매관리비에 대한 지출 계획 없이 상품만 주구장창 매입하다 보니 생긴 문제들이었다. 상품이 잘 팔려 기쁜 마음에 자금의 대부분을 상품 매입에 쓰다 보니, 판매 대금을 정산 받기 전에 청구되는 판매관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이다. (리버리지)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투자금에서 얼마를 매입비용으로 쓸 수 있는지, 판매관리비로 얼마를 남겨 두어야 하는지, 투자금 대비 연매출은 얼마나 되는지를 기록해 둔다.

 

- 초도매입비 = 창업자금의 15%
- 연매출 = 창업자금(분기매출) * 4


경영은 현금흐름 관리다. (창업 2년 차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 경영'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사업 이익이 고스란히 소득으로 돌아오는 1인 사업자에게 현금흐름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앞서 정리한 이익률 계산표에 따르면 운영 자금에는 매입비용 15%과 판매관리비 70% (광고비용 30% + 택배비용 30%+ 판매수수료 10%)로 나뉜다. 그러니 상품 매입 비용은 투자금의 15%를 넘지 않아야 판매대금 정산 전에 판매관리비를 지불하더라도 현금 흐름이 막히지 않는다. (나머지 15%는 소중한 생활비) 이제 연매출을 계산해 보자. 투자금의 15%로 구매한 상품을 모두 판매했을 때 매출금액은 계산대로라면 투자금액만큼 찍히게 된다. 매입대금 결제 후 상품을 창고에 받기까지의 시간(리드타임)을 1, 판매대금 정산기간을 2(쿠팡 기준)으로 본다면, 매출금액은 리드타임에 판매대금 정산기간을 더한 기간인 3달을 기준으로 한 값이다. 그러니 연매출은 투자금의 4배가 된다.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았을 때)

 

 

1인 기업가가 아이템을 선정하는 기준

마지막으로 아이템 선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아이템 선정은 우선적으로 외부 시장의 관점에서 시장 판매가 대비 매입단가, 경쟁강도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게 맞다. 하지만 1인기업가로서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외부 시장의 관점과 별도로, 내부 운영의 관점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선정 아이템의 기준이 있다. 왜냐하면 아이템에 따라 들어가는 노동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판매하는 아이템이 작고 가벼워야 하며, 고부가가치여야 한다. 2인 이상 다인 기업에게 이 조건은 아이템 선정 시 선순위 기준일 뿐이지만, 1인 기업가에게 이는 필수 기준라고 생각한다.

 

- 기준1. 매입단가가 시장 판매가의 15% 이하인가?
- 기준2. 입고 박스 세 변의 합이 150CM 이하인가?
- 기준3. 입고 박스의 무게가 10KG 이하인가?
- 기준4. 입고 박스당 상품수가 100개 이상인가?


제안하는 아이템 기준은 이렇다. 1박스의 사이즈는 세 변의 합이 150CM가 넘지 않을 것. (그래야 한 사람이 옮기고 랙에 상품을 저장하기 용이하다.) 1박스당 무게는 10KG을 넘지 않을 것. (그래야 한 사람이 수십 개의 박스를 옮길 수 있다.) 1박스당 100개 이상의 상품이 들어갈 것. (그래야 매입 시 한 사람이 들어야 하는 박스 수량이 줄어들고, 풀필먼트 입고 관리가 수월해진다.) 매입단가가 시장 판매가의 15% 이내여야 한다. (그래야 판매관리비; 광고비, 판매수수료, 택배비 70% + 매입비 15%를 제외하고 최소 15%의 마진, 이익률 100%를 남길 수 있으며, 그래야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이 기준보다 유리한 조건일수록 1인 기업을 확장하기에 유리하고, 불리한 조건일수록 1인 기업 운영에 한계가 빨리 찾아온다.

 

 

앞서 밝혔듯 사업 초반 경영학에 대한 이해 없이 팔리는 족족 상품을 매입하다 보니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겨 1인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무식함과 용감함 덕분에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매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다음 글 2-2. 1인 기업의 성장 | 매출 목표와 레버리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