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지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위치한 ‘아틴해우’다.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던 차에 평소 관심 있게 보고 있던 ‘ 아틴마루’ 를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했고 역시나 12 월 31 일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런데 ‘아틴해우’라는 신규 숙소가 오픈했다는 안내를 보고 예약 페이지로 갔더니 그날이 비어 있었다. ‘ 아틴해우’ 컨셉은 목욕탕이다. 각 층별로 5 평, 3 개 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수직 공간에 아래층에서부터 바스룸, 다이닝룸, 베드룸이 층층이 쌓인 독특한 구조였다. 한 해의 마지막날 큰 프라이빗 욕탕에서 씻을 수 있다니. 냉큼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쉴 곳을 정했으니 무엇을 먹고 마실지 정해야 했는데 숙소 주소를 체크인 당일날 오전 9 시에 문자로 알려준다고 하여 당황했다. (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며 숙소 주소를 되도록 공개하지 말라는 공지를 따라 공개하진 않는다.) 다행히 앞서 숙박한 투숙객 몇 분이 블로그에 투숙기를 남겼고 그분들이 먹은 것들을 참고해 여행을 계획했다. 그 곳은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위치한 ‘ 노다지장어’ 와 ‘마쵸무쵸’였다. ‘노다지장어’ 는 장어덮밥 맛집으로 점심에 찾아갔고 ‘마쵸무쵸’는 멕시코 음식점으로 저녁을 먹고 일부를 포장해 숙소에서 막걸리와 함께 먹었다. 중간에 테라로사를 카페를 들렸다.
‘ 아틴해우’ 는 건축가가 짓고 운영하는 숙소이다 보니, 이곳의 건축에 대해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먼저 외관을 보면 건축가가 의도했듯이 목욕탕의 굴뚝처럼 보이는, 사각형 기둥이 우뚝 솟은 형태다. 지붕과 맞닿은 2 층 상층부를 반사 재질로 둘러 마감하였는데, 이로 인해 멀리서 보면 마치 지붕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으며 이는 연기 구멍 같아 보이기도 했다. 목욕탕 굴뚝이라 하면 모름지기 적벽돌로 마감된 것을 떠올리는데 이곳은 목재를 가로로 눕혀서 쌓아 올린 듯 마감했다. 건축가의 의도를 가늠해 보자면 재료는 목욕탕 사우나 마감을, 형태는 납작한 석제를 눕혀 쌓은 동양의 전통 굴뚝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확인하지 않은 내 감상이다.
평소에 잘 경험하지 못하는 수직 공간 체험이 특별했다. 일반적으로 주거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벽인데 이곳은 계단이다. 우뚝 솟은 굴뚝같은 외관을 만들다 보니 천고를 최대한 높이고 공간 활용을 위해 계단 폭을 최소화하다 보니 계단이 가파르고 좁았다. 매일 이용하기엔 힘들겠지만, 일 년에 한 번 이용하는 숙소이다 보니 특별한 경험이라 좋게 느껴졌다. 하나의 층에 하나의 용도를 위한 공간. 그 심플함이 좋다. 반면, 벽 하나를 두고 옆 객실이 있어서 벽을 타고 소음이 들린다는 점, 지하 담수를 이용하고 있어서 물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 욕실 수증기가 온 집안을 매우는데 환기 시설이 충분치 않은 점은 아쉬웠다.
여행을 다녀오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아틴해우'를 건축한 BK 아키텍처를 리서치하다가 최봉국 대표님과 옅은 인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커리어를 짚어보면 공간 디자이너 유정한 대표님의 NEED21 에서 시작해 100A 건축사무소를 거쳐 2016 년 독립했다. 나는 디자인 잡지사 기자 시절 100A 가 설계하고 BK 아틀리에가 시공한 ‘산수언’을 직접 취재한 경험이 있다. 당시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100A 설계사무실은 국민대 언저리에 있었는데 최봉국 님을 취재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 3 명 공동대표로 운영하던 100A 에서 최봉국 님이 시공을 도맡은 걸로 보이는 점을 미루어 보아 외근이 많아 직접 만나진 못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시 취재한 ‘산수언’은 우연히도 ‘ 아틴해우’ 와 ‘ 아틴마루’ 가 있는 양평에 있다. 건축가는 독립한 이후 아내, 딸과 함께 빈티지 랜드로버를 몰고 유라시아 로드트립을 다녀왔고 이를 ‘ 사월’ 이라는 포토에세이로 남기기도 했는데,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한 것인 양평 땅에 ‘ 아틴마루’ 를 건축한 것임을 보면, 그가 이전에 ‘산수언’을 건축 시공하며 오간 양평의 자연에 이끌리듯 매료되어 긴 세계 여행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정착한 것은 아닐까 추측한다. 나도 올해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인지, 건축가가 지나온 일과 삶의 여정과 이제 양평에 정착한 생활은 어떨까 가늠해 보게 되는 기묘한 여행이 되었다. 자세한 여행 후기는 아래 사진과 함께 남긴다.
양평 가는 길 북한강이 꽁꽁 얼어 붙었다.
양평 가는 길에 멋진 다리의 공사 현장도 보았다. 아마 수도권제2순환 고속도로인 것 같다.
양평군내로 진입.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아 점심을 먹고 카페를 들려 휴식할 예정이다.
양평군 문호리 노다지장어. 장어덮밥 맛집으로 아틴해우를 앞서 다녀온 투숙객의 블로그에 소개된 것을 보고 찾아왔다. 블로거의 말에 따르면 이곳보다 맛있는 장어덮밥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한다.
노다지 메뉴. 장어덮밥으로 히츠마부시와 우나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을 모르고 장어덮밥 2개를 시켰더니 히츠마부시가 나왔다. 장어덮밥의 종류를 찾아보았더니 일본 나고야식 '히츠마부시'는 동그란 솥에 김, 쪽파, 차조기가 들어가고 바삭하게 구운 장어 한마리를 잘라 내는 것. 간토, 간사이식 '우나주'는 네모난 그릇에 장어를 자르지 않고 내는 것이라 하며, 우나동은 동그란 용기에 장어 짧게 자른 장어 몇 점이 올라 온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노다지장어 덮밥 메뉴에서 '히츠마부시'는 장어 한마리 든든하게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메뉴이고 '우나동'은 간단하게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이해했다.
이날 전보다 많이 풀리긴 했지만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따뜻한 차에 몸을 녹이며 메뉴를 기다린다.
히츠마부시 한 상. 장어덮밥과 함께 미소국 냉동참치 2점 계란찜이 나왔다. 사진상에 조금 가려진 반찬은 장어내장조림과 팥, 야채이다.
양이 푸짐하며 소스를 직접 담군다는데 장어 뼈와 대가리 그리고 감칠 맛을 내기 위해 곶감을 더한다고 한다. 요리에 대해 문외한이다 보니 어떤 재료로 만든진 중요치 않고 맛있는 건 분명했다.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즐길 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는 주의다)
이것이 냉동참치 2점. 아주 차갑다. 이것을 먼저 먹어야만 할 것 같아서 장어덮밥을 먹기 전에 해치웠다.
부드러운 계란 찜.
히츠마부시는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정한 걸로 알았으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국룰 비슷한 것인가 보다. 첫째, 1/4은 그냥 먹는 것. 둘째, 1/4은 김, 파 등을 곁들여 먹는 것.
셋째, 1/4은 차에 말아 먹는 것. 넷째, 1/4은 그 중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먹는 것이라 한다. 나는 네 번째가 있는 지 모르고 마지막 세 번째에 남은 걸 다 말아 먹어 버렸는데 돌아보니 2번째 방법이 가장 맛있었다. 3번째 차에 말아 먹는 방법은 어쩐지 느끼하게 느껴졌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근처 카페를 찾다가 양평에 테라로사가 있다하여 찾아간다. 마침 숙소 가는 길목에 있었다. 이곳은 10년 전 문을 열었는데, 허름한 외관과 달리 오픈 당시 신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오래돼 보이는 이유는 30년 간 보관해온 해체 벽돌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그 많은 벽돌을 어떻게 보관했을까)
테라로사를 찾아 왔는데 볼거리가 많은 복합단지였다. 소화도 시킬겸 여기저기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한우곰탕집과 매일상회 사이 길. 좌판이 열려 있고 고양이들이 출몰한다. 나는 세 마리를 보았다.
매일상회 내부. 공방에서 직접 만든 듯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볼 수 있다. 화병을 하나 살까 했으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구경만 했다.
저녁에 마실 와인을 저녁에 장을 보며 사려했는데, 특별한 막걸리가 있길래 저녁에 먹으려 샀다. 문삼이공 약주라 한다.
소화를 시키고 테라로사 카페로 간다. 흡사 성수동에 온 듯한 느낌.
아무리봐도 신축 같지 않다. 10년 전이니 신축이라 할 수 없으려나.
내부에 들어가면 높은 천고에 압도당한다.
사진에 미쳐 찍지 못했는데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광장처럼 조성되어 있다.
연말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2층이 비교적 아늑한 느낌으로 대화하기 좋아 보였다. 나는 1층의 창가 석을 잡았다.
숙소에서 시내까지 나오기가 좀 번거로워 다음날 먹을 빵을 이곳에서 샀다. 다음날 아침 겸 점심으로 파스타를 하려는데 같이 먹을 예정이다.
허니레몬 티와 오늘의 핸드드립 아이스. 그리고 포장한 빵은 단판빵과 크로와상이다.
오늘의 핸드드립이 뭔지 몰라 원두는 모르겠는데 과일향 신맛이 났다. 내 취향은 다크하고 묵직한 맛인데, 실패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이제 따뜻한 숙소로 떠날 시간이다.
시내를 지나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고도가 높아지며 인적도 드물다.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걸려 아틴해우에 도착했다.
아틴해우의 외관. 컨셉이 목욕탕이다 보니 수직으로 곧게 솟은 외관이 마치 목욕탕의 굴뚝 같다.
지붕 아래를 반사재질로 마감하여 지붕이 마치 떠 있고 그 사이로 연기구멍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틴 해우는 건물을 반으로 잘라 2팀이 함께 이용한다. 지하1층은 바스룸, 지상1층은 다이닝룸, 지상2층은 베드룸이다.
측면으로 난 작은 창문은 환기 창이다. 남향으로 난 정면의 긴 창문은 열 수 없도록 되어 있다.
2층의 창문인데, 창문이라 할 순 없고 환기 목적을 위한 창인 것 같다. 문을 열면 겹겹히 쌓인 나무 사이로 바람이 들어온다. 아쉽게 내부에서 찍은 사진은 없다.
지하1층 바스룸에서 야외로 연결된 문이 있는데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라는 안내 문구가 있다. 아마 창밖에서 옆 객실 욕실 내부가 보여 프라이버시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블라인드가 있어 시선을 차단할 수는 있다.
바스룸 한쪽 벽면의 절반이 넓은 창문이라 창밖의 벽개천 뷰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아틴해우의 출입문 디자인. 작은 지붕이 있다.
일부러 부식된 철판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 것 같다. 다녀온 테라로사도 그렇고, 양평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감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마감재는 아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한다.
1층 내부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것은 4인용 식탁과 생화. 애써 마련해 주셨을 생화가 감사하고 예뻤다.
생화와 함께 '사월' 책이 있다. 아틴해우를 건축하고 운영하는 대표가 가족과 함께 떠난 유라시아 여행기를 엮은 포토에세이이다.
옷걸이는 3개가 있다.
가로로 긴 창은 앉았을 때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되었고 열 수는 없다. 한 폭의 액자처럼 자연이 담긴다. 가로로 긴 창이라, 르코르뷔지에가 생각났다.
키친 개수대. 상부장은 없고 하부장에는 갖은 식기와 조리도구, 전자레인지, 커피포트가 있다.
식기와 조리도구가 넉넉하게 준비됐다. 유아용 컵과 식판도 있다. 접시가 없다시피한 건 아쉬웠던 부분이다.
2층으로 올라가 본다. 평소에 잘 경험하지 못하는 수직 공간 체험이 특별했다. 일반적으로 주거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벽인데 이곳은 계단이다. 우뚝 솟은 굴뚝 같은 외관을 만들다 보니 천고를 최대한 높이고 공간 활용을 위해 계단 폭을 최소화하다 보니 계단이 가파르고 좁았다. 매일 이용하기엔 힘들겠지만, 일 년에 한 번 이용하는 숙소이다 보니 특별한 경험이라 좋게 느껴졌다.
계단실에 버블램프. 옆 방과 맞닿은 부분은 흡음소재로 마감되고 계단 바닥도 카펫으로 마감됐지만 얇은 벽을 타고 들어오는 소음은 마감재만으론 어쩔 수 없다.
소음에 대해 좀 덧붙이자면, 옆 방에 대화하는 소리가 웅얼거리며 들린 정도. 매너타임 (22:00~08:00) 이외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으나 날이 날이니 만큼 새해를 맞아 밤 늦게까지 옆방에서 들리는 대화소리는 조금 참기 힘들어 준비되어 있던 귀마개를 착용했다. 옆방의 대화소린 일상적인 대화 소리 정도라 뭐라 하기도 좀 그랬다.
2층의 베드룸. 넓은 공간에 2인용 침구 하나. 아주 포근하고 따뜻했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단출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청장에 난 창문. 조명이 딱히 없다고 해야겠지만 흐린 날 조명을 켜지 않아도 내부가 운치 있는 밝기로 느껴졌다.
2층의 창문. 1층과 마찬가지로 가로로 긴 창에 자연이 액자처럼 담긴다. 이곳은 1층보다 조금 높게 섰을 때 눈높이로 창문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친 않다.
남향으로 난 창이다 보니 우측으로 해넘이가 보인다. 내일 아침엔 좌측에서 뜨는 해를 볼 수 있으리라.
침실을 둘러보고 아랫층으로 내려가 공간의 하이라이트인 바스룸으로 향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계단실을 밝히는 버블램프. 나는 이 조명이 세련되면서도 동양적인 느낌이 나서 좋다. 아마 많은 가정집에서 PH5 다음으로 많이 사는 팬던트가 아닐까 싶다.
침실에서 욕실까지 한번에 내려가려면 조금 힘들긴 하다.
아래로 내려왔을 때 마주한 영롱한 욕조. 4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다. 붉은 색 계열의 작은 타일로 마감되었는데 이는 붉은 땅의 색깔에서 따온 것이라 생각했다.
이곳은 지하 담수를 이용해 물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목욕탕을 컨셉으로 하면서 물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기획 단계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문제였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뜨거운 물은 게스트가 정하는 시간에, 호스트가 정한 용량을 원격으로 받을 수 있다.
빛은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타일이 예뻤다. 욕조에 한번에 내려가기 조금 벅찬 높인데 계단이나 사다리가 없는 게 아쉬웠다.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욕조 옆에 작은 의자 2개가 있다. 저녁에 저기 앉아 때를 밀어보았지만 평소 샤워를 잘 한 탓일까? 때가 나오질 않았다.
창문 반대편 벽면은 거울로 마감되 건너편 자연이 내부까지 이어져 마치 야외 온천탕에서 목욕하는 느낌이 든다. 거울 벽 뒤로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있다. 참고로 수건은 개인당 2개가 주어지는데 둘다 사이즈가 작아 큰 바스타올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숙소에서 거울과 유리는 손때가 잘 보여 관리하는 입장에서 매우 골칫거린데, 이용하는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
숙소 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장을 보러 다시 시내로 나간다.
밤이 깊었다. 여자친구에게 차에서 사진을 의뢰했는데 예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서종 남한강마트. 이곳은 북한강과 맞닿았는데 왜 남한강일까?
12월 31일 저녁에 장보는 사람이 많진 않지. 덕분에 쾌적하게 장을 봤다. 마트가 커서 좋았다.
큰 마트지만 산건 몇 개 없다. 내일 해먹을 파스타. 저녁에 술 안주로 먹을 과일과 주전부리들.
저녁을 먹으로 마쵸무쵸에 왔다. 이곳 역시 앞서 아틴해우를 다녀간 블로거가 추천한 맛집이다.
레트로한 감성이 왠지 연말과 잘 어울린다. 식당은 지하 1층에 있다.
연말, 삼삼오오 모여 북적이는 점내. 자리를 맡기 어렵진 않았다. 방문객 연령대는 다른 곳에 비해 젊었다. (30~40대)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점심을 배불리 먹었고 숙소로 돌아가서 한바탕 더 먹을 거라 화이타 1개 메뉴만 주문했다. 막걸리 안주로는 께사디아를 포장했다.
비프, 새우를 콤보로 얹은 화이타. 두 명이서 먹기 양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적당했다.
또띠야에 싸 먹으니 맛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연남동 살 때 베무쵸칸티나 추억의 맛이 떠올라 괜히 감상에 젖었다. (그곳에 화이타 메뉴가 있었나?)
값을 치르고 나가는데 문 옆에 지역신문에 난 기사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사장님은 이곳을 오픈하기 전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그 경험을 살려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고. "Architect turned chef" 영화 노팅힐 윌리엄의 친구 토니가 떠오른다. 토니는 망했지만 이 사장님은 성공하신 듯. 아, 마쵸무쵸의 뜻은 마초같다 (수컷의, 남성의, 활기찬) 할때 그 마쵸와, 많다는 뜻의 무쵸가 합쳐진, 상남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직원피셜)
저녁을 먹고 술 안주를 들고 든든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간다.
미리 예약해둔 온수. 수증기 열기가 다이닝 룸부터 느껴졌다.
계단실에서 보이는 수증기. 열기가 엄청나다.
온수는 약 1500L 정량이 채워지는데 양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욕조의 1/4 가량이 채워진다.) 온도는 50도 정도이니 찬물을 섞으면 조금이나마 양을 늘일 수 있다.
습기가 차 창문을 열 수 밖에 없었는데 따뜻한 물에 반식욕하며 찬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투숙객 팁: 사우나는 30분 이상 하면 위험하다고 하니 너무 오래 하지 않도록 하시고 음주 후 이용하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화장실 환풍기 및 1, 2 층 환기 창을 열어 두길 추천합니다)
연말 분위기를 복돋아줄 야식 술상.
마쵸무쵸에서 포장해 온 께사디야, 마트에서 장봐온 과일.
문삼이공 약주. 국내산 밀누룩으로 만든 순도 100% 전통 약주라 한다. 도수는 16%. 양조장은 강원도 홍천군에 있다고 한다.
차갑게 먹으면 깔금한 맛. 상온에 먹으면 맛과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고. 우리는 차갑게 해 마셨다. 향이 좋았으나 메뉴와의 조합 때문인지 잘 들어가진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한 해의 마지막 날이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알람 없이 눈 뜨자 마자 블라인드를 걷었더니 산 너머로 새 해가 오른다.
밖이 많이 추워 보이긴 하지만, 여자친구가 늦잠을 부리는 동안 잠시 산책을 다녀 온다.
산에 둘러싸여 보내는 새해 아침. 찬 공기가 상쾌해 기분이 좋다.
지난 며칠 강추위 속에 벽개천이 얼었다. 북한강도 어는 마당에 안 얼 수 없다.
언 물 아래로 흐르는 물. 그래도 물은 흐른다.
흰 눈에 발자국이 많아 자세히 보았더니 인간의 것이 아닌 동물의 것. 맺돼지 개 고양이 새의 것들로 추정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숙소.
낮은 오전 햇살이 다아닝룸 내부에 깊에 들어온다.
여자친구를 깨우고 요리를 하기 전 사월 포토 에세이를 읽어 본다.
건축가이자 호스트가 가족과 유라시아 횡단을 한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엮은 책. 전문가라 해도 좋을 만큼 멋진 사진과 짧은 감상들이 감성적이라 간단히 넘겨 읽기에 좋았다.
본격적으로 파스타를 만든다. 라면보다 쉬운 밀키트 파스타.
3분만에 뚝딱 만들어 먹는다. 새해 첫요리가 파스타라니. 돌아보니 아쉽다.
그리고 전날 테라로사에서 포장해온 단팥빵과 크로와상. 크로와상은 파스타와 함께 먹고 단팥빵은 이후에 먹었다.
팥이 엄청 많이 들어 있고 이것저것 견과류도 함께 들어 있어서 맛있었다.
체크아웃 시간은 12시. 짐을 싸고 체크아웃 시간 이전에 출차한다.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 간다. 2023년은 인생에서 특별한 한 해가 될 예정이다. 모두 무사히 계획한 대로 잘 마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