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7.
결혼 전 마지막 여름휴가를 양양으로 다녀왔다. 작년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양양 신규 호텔 시공 현장 일을 한 것을 들었고 완공이 되면 신규 호텔에 가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곳이 코랄로바이조선 호텔이다. 방문 전 사전 조사는 없었고 막연하게 조선호텔 계열의 신규 호텔이고 식사 메뉴가 꽤 괜찮고 수영장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광복절 연휴를 껴 3박 4일 일정으로 결혼 전 여자친구와 푹 쉬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호텔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비좁은 진입로를 지나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로비로 들어갔을 때 체크인 데스크가 보이지 않아 조금 헤맸다. 직원 동선과 투숙객 동선이 겹쳐서 우왕자왕했고 엘리베이터는 느렸으며 배정받은 객실까지 엘리베이터에서 굽이진 복도를 꽤나 걸어 들어가야 했다. 크지 않은 호텔임을 감안하면 수고스럽다. 조식은 뷔페가 아닌 단품 메뉴 3가지로 제공되는데 체크인 과정에서 미리 메뉴를 골라야 했고 시간까지 정해야 했다. 첫 식사가 제공되는 시간도 8시로 늦었다. 멀리서 운전해 온 터라 꽤나 예민해진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게 불편했다. 객실이 많지 않고 소규모로 운영되는 부티크 호텔인데다가 신규 호텔이니 이런 불편함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겠다고 단념했다.
호텔에서 편히 쉬며 며칠 경험해 보니 좋은 점들도 많았다. 우선 객실이 넓어서 여유로웠고 침구도 편안했다. 수영장을 마주하는 테라스 멀리 동해 바다가 보였다. 객실 수 대비 수영장이 넓고 수심별로 마련되어서 수영장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2층 객실에서 머물렀는데 1층 객실은 객실 테라스에서 수영장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어서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에게 좋아 보였다. 요리 맛도 좋았다. 조식보다는 산타쿠루즈 식당의 식사와 바 메뉴가 맛있었다. 양양 바다를 오가거나 수영장을 오갈 때 잠시 들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잠들기 전 술 한잔 하며 대화하기 좋았다.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인구해변이 있고 주변 맛집들도 소소하게 있었다. 호텔과 주변에 방문한 곳 위주로 사진과 함께 방문기를 남긴다.
주차장 출입구가 좁고 주차장은 붐볐으며 도보로 호텔에 진입할 때 계단을 오르내리고 로비입구가 어딘지 어수선했다.
도보로 진입하려면 호텔 로고가 있는 벽을 따라 지하로 내려 가야 한다.
도보 진입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좌측에 보이는 로비 사이니지를 따라 문을 열면 로비가 나온다. 어쩐지 어수선한 동선이다.
로비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건 따뜻한 환대가 아닌 자판기였다. 주변 편의점이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다 보니 다양한 편의 용품들을 구비해 놓았다.
로비에 시원한 서핑 영상이 틀어져 있다. 양양이랑 잘 어울린다고 느꼈고 오가면서 봤을 때 기분도 좋았다.
로비가 지하 동굴을 파 놓은 것처럼 어두웠고 아케이드가 있었다. 어쩐지 깊고 내밀한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다. 번잡한 인구해변을 지나 호텔로 들어왔을 때 이 차분한 분위기가 좋았다.
객실수가 40여 개로 많지 않으니 체크인 데스크도 그리 크지는 않다. 오후 3시 체크인 시간 때 겹치면 기다림이 필요하고 체크인 안내 직원 분들 거리가 좁아 이것저것 물어보는 데 안내에 귀 기울이는 게 조금 힘들었다. 체크인 할 때 조식 메뉴와 시간대를 물어본다.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고 객실에서 생각해보고 말해준다고 하니 오후 8시까지는 알려달라고 했다. 참고로 조식 메뉴는 3가지, 소고기국,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우동이였으며 조식 시간대는 8시, 9시, 10시 3부제로 운영됐다.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2개 있는데 1개는 직원용으로 쓰고 있어서 해당 투숙객용 엘리베이터 1개만 사용할 수 있다. 객실이 많지는 않지만 수영장을 오가는 사람도 많고 엘리베이터 자체가 좀 느렸으며 건물 평면의 중앙이 아닌 한쪽에 치우친 탓에 안쪽 객실을 배정 받으면 동선이 길어져 불편했다.
건물이 크게 3개 매스가 어긋나듯이 디자인되어서 복도가 1열로 되어 있지 않고 지그재그로 꺽어 들어가야 한다. 동선이 길어지는 건 불편했고 조금 더 프라이빗한 느낌이 든 점은 좋았다.
기본객실임에도 수퍼킹 침대에 2인용 소파까지 겸비했고 테라스까지 있어서 꽤나 넓고 여유로웠다.
향수처럼 보이는 건 블루투스 스피커다. 작은데 꽤나 성능이 좋았지만.. 잘 때 아래에서 불빛이 나와서 뽑아서 꺼놓고 잠들었다. USB A타입 충전구가 2개 있었지만 한쪽은 작동되지 않았다. 반대편도 마찬가지. 충전할 게 많지 않아서 불편하진 않았지만 사용하기 전에 작동하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
수전은 잘 작동하지만 전기레인지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아마 법적으로 레지던스가 아닌 호텔은 취사가 불가능할 거다. (애초에 왜 만들었을까?) 커피 머신은 없고 커피 드리퍼와 티백이 있다.
룸과 화장실은 오픈형태이고 커튼을 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로비 층 동선은 참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객실은 여유롭고 평면 계획도 잘 되어 있어서 매우 편안했다.
레인샤워가 있고 어메니티는 발망이다. 여자친구가 발망 컨디셔너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요즘 고급 호텔 어메니티로 많이 보이던데, 진짜 좋나보다.
화장실은 별도로 마련되어서 좋았고 상큼한 향의 방향제도 은은하게 퍼져서 기분 좋게 이용했다.
수영장에서 2층 객실이 보이는 구조라 처음엔 프라이버시 보호가 일부 안 되어 불편하다 생각했지만 이용하다 보니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커튼을 치면 되고 오히려 수영장이 내려다 보여서 여유롭고 좋았으며 수영장의 사람들 행복한 웃음 소리가 듣기 좋았다.
호텔에서 인구해변까지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린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건 아니어서 아쉽지만 멀리서나마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어서 좋았다.
객실에서 웰컴드링크로 차를 한잔 우려 마시며 잠시 휴식하며 주변 맛집을 찾아보고 짧은 여행계획을 세웠다.
주차장 주차 가능 댓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인이 레스토랑 등에 방문하느라 차를 몰고 오는 시간 대엔 투숙객도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 보였다. 주차장이 넓지 않아서 자리가 없는 경우 회차하기도 불편했다.
호텔에서 나와 인구 해변쪽으로 가는 길은 2가지다. 한가지는 해송천 뚝방길을 따라 걷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인구초등학교를 끼고 인구시장 쪽으로 걷는 길이다. 이 길은 인구시장 쪽으로 걷는 길인데 옛 정취가 느껴져서 정감이 갔다.
점심으로 한식이 당겨서 음식점을 찾던 중에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서울식당을 찾았다. 양양까지 와서 서울 이름이 걸린 식당을 찾는 게 좀 그랬지만 사람이 붐비는 걸 보니 맛있어 보였다.
메뉴는 간편하게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요리 메뉴 중 오삼불고기 2인분으로 정했다.
사진상으론 많지 않아 보이지만 2명이서 먹기에 양이 많았다.
인구해변에 유독 켈리광고가 많았는데 켈리 측에서 광고로 꽤나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른 맥주보다 켈리 맥주를 마셨다. 오삼불고기를 든든하게 쌈싸먹으며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풀었다.
서울식당 바로 옆에 피프티피프티라는 카페가 있다. 네이버 후기가 좋길래 이곳도 방문했다.
피프티피프티 카페 인테리어가 바닷가 정취에 걸맞게 시원시원했다. 그리 넓지 않는 내부지만 폴딩도어를 열어서 외부와 바로 연결되었고 해변가에 걸맞는 서핑 보드 등의 소품도 있어서 여행지의 기분을 고취시켰다.
입가심으로 레몬샤베트와 아메리카노를 먹고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자몽에이드도 한 잔 추가해서 마셨다. 저녁에 방문했다면 이런저런 칵테일도 마셔도 좋을 뻔했다.
인구시장 쪽을 벗어나 인구해변 쪽으로 더 걸어가면 완전 유흥가였다. 동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차량이 진입해서 도보로 여행하기엔 불편했다. 연령대는 20대 초반으로 커플보다는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구해변은 아담한 크기의 모래사장이었다. 걸어서 5분 안에 끝에서 끝까지 걸을 수 있을 정도다. 전날 무슨일이 었었던 건지 해변 진입로에 쓰레기와 술 담배 냄새로 기분이 좋진 않았다. 파라솔은 그냥 이용할 수 있는 지 알았는데, 누워 있다 보니 관리인이 와서 이용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가격은 4만 5천원. 그대로 자리를 떴다.
이날 날씨가 많이 흐리기도 했고 동해기도 해서 해 질 녘 풍경이 그리 멋지진 않았다. 그래도 서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어두운 해변은 정취가 있다.
인구해변가는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르다. 낮은 조금 어수선하고 불쾌했다면 어둠이 내리면 많은 20대 인파가 몰리고 술집들이 문을 연다. 나와 여자친구가 즐기는 취향은 아니어서 호텔로 가는 길 사람들을 구경하는 걸로 만족했다.
뚝방길에서 본 호텔의 야경이 멋졌다. 번잡한 유흥가를 떠나 어서 호텔로 돌아가자.
허기가 져서 치킨과 맥주를 마셨고, 후식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맛있어서 추천한다.
호텔 지배인으로 보이는 어떤 분께서 3연박을 하고 이것저것 호텔 레스토랑을 많이 이용해 주었다고 칵테일 2잔을 내어 주셨다. 체크인 과정에서 여러 불편했던 감정들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전날 구름으로 가득했던 날은 조금 지나 날씨가 조금 개었다. 날씨가 개니 좀 더 휴양 분위기가 났다.
조식을 먹으러 8시에 맞춰서 내려갔다. 아침 해가 드는 창가 자리를 골랐다.
여자친구는 소고기국을 나는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먹었다.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메뉴에는 커피, 오렌지쥬스 중 음료 메뉴를 골라야 한다. 고른 메뉴 외에 추가하려면 추가 요금이 붙고.. 빵 하나를 더 시켰더니 3천원이 청구됐다. (그냥 좀 주세요 ㅠㅠ)
강원도라 그런지 감자빵을 준다. 맛있음.
조식을 마치고 객실로 올라와 커피 한 잔을 더 내려 마신다. 객실 머그 잔이 있는데 전날 사용한 컵 설거지가 안 되어 있어서 종이컵 하나를 얻어서 올라왔다. (원래 객실청소 때 설거지는 포함이 안 되는 거였나)
커피를 마시고 수영을 하러 내려갈 예정이라 수영복을 갈아 입고 이것저것 물품을 챙겼다.
수영장 풀은 총 3개이다. 위 사진에서 가까운 쪽이 가장 깊은 풀로 1M 가슴 높이 정도 인 것 같고, 뒤쪽에 성인 허리 높이, 더 안쪽엔 무릎 높이 풀이 있다. 가족 단위가 이래저래 쾌적하게 즐기기 좋은 수영장이다. 1층 객실은 테라스에서 수영장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어서 아이가 있는 투숙객이 이용하기 좋아 보였다.
수영을하고 선베드에 누워 편히 쉬며 과거 읽다가 포기한 저공비행을 읽었다. 하라 켄야가 쓴 디자인 에세이인데 호텔과 여행에 관한 단상이 많아서 여행지에서 읽기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호텔에 머물며 완독했고 느낀 바가 많아 조만간 리뷰를 쓸까 싶다.
점시에 허기가 져서 레스토랑에 들려 새우버거와 로제떡볶이를 먹었다. 새우버거도 맛있었지만 로제떡볶이가 더 베스트였다. 여기 레스토랑 메뉴 맛있다. 무얼 주문해도 맛있을 거란 믿음이 간다.
수영을 마치고 객실에 마련된 건조대에 수영복을 널었다. 깨끗하게 씻고 저녁 외출할 채비를 한다.
뜨끈한 국물 메뉴가 당겨서 소고기수육전골을 먹으러 호텔 바로 옆 식당을 찾았다.
6~7 테이블 있는 아담한 가게로 전골 외에 국밥, 도가니탕 1인 메뉴도 판매한다.
그리들에 정성들여 담은 고기에 뜨거운 육수를 붓고 4~5분 끓인 뒤 불을 줄여 먹으면 된다고.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고기를 먹고 면을 추가해서 면도 다 먹었다.
그리고 휴양에서 빠질 수 없는 술. 별빛 청하 스파클링 한 잔을 곁들였다.
3박 4일 일정을 모두 블로그에 남기는 건 구차하고 할 말도 없어서, 호텔과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주변 맛집 위주로 정리했다. 여행지 방문했던 하조대 해수욕장 사진 몇 개를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하조대해수욕장 파도가 세서 그런지 모래사장 경사가 매우 높았다. 파도가 빠지며 만들어내는 그러데이션이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딱히 물놀이는 아니고 휴양 분위기를 내고자 차가운 바닷물에 발장구를 쳤다.
이렇게 서른 다섯, 아니 나이 계산 법이 바뀌었으니 서른 셋의 여름, 싱글의 마지막 여름이 이렇게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