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1.
서른한 번째 생일을 보냈다. 별다른 약속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생일 전날 오랜 친구가 나를 불러내 함께 저녁을 배불리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들뜬 마음이 아쉬워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딱히 사려고 한 책은 없었지만 생일을 맞아 스스로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서른이면 이립而立이랬다. 나는 인생의 기초가 될 만한 무언가를 세웠는가 뒤돌아 물으면 질문만 남는다. 그저 막연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싶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즐겁고 싶다고 바란다. 십 년 뒤 불혹不惑이 되어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바람들을 지킬 수 있는 기초를 어떻게 세워야 할까. 누군가 알려줬으면, 했다.
서점 이곳저곳을 방황하던 중 눈에 띈 한 권의 책이 <부자의 운>이다. 책의 저자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일본에서 납세를 가장 많이 했다는 사이토 히토리. 성공의 비결을 묻는 세간의 질문에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답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운을 모을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에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면 된다고 심플하게 답한다.
책은 행복, 돈, 관계를 고민하는 서른하나를 위한 명쾌한 조언으로 가득하다. 인생의 아주 적당한 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 느낄 정도로, 지난 며칠간 이 책에 마음을 의지하며 살았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도 십 년 뒤 나의 바람들을 잘 지킬 수 있을 것만 같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책이지만 곁에 두고 삼십 대의 길잡이로 삼아야지.
운세運勢가 좋다는 것은 결국 '옮겨가는 기세가 좋다'는 뜻입니다. 빈둥거리고 있는 상태를 기세가 좋다고 하지는 않죠. 알아서 척척 일을 해치울 때 기세가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