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카와 미와 수필 고독한 직업

2019. 5. 18.

사고로 아내를 잃은 유명 소설가. 지진 피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다큐멘터리에 출연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에, 사고로 가족을 잃은 자신의 슬픔은 빗댈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니시카와 미와 아주 긴 변명의 주인공, 사치오의 얘기다.

 

니시카와 미와 수필 「고독한 직업」 표지


니시카와 미와의 수필 「고독한 직업」은 한국에 2019년 번역되었지만, 2016년 작품인 「아주 긴 변명」을 쓰기 이전에 7년 간 쓴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그사이 3.11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니시카와 미와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고 고백한다. 평소에도 영화 일을 ‘허업’이라고 생각하던 그였다.

 

"평소에도 가뜩이나 '허업(虛業)'이라고 불리는 이 일이다."


그런 그가 상실을 극복해 나가는 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룬 「아주 긴 변명」을 발표한다.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인생은 타인이다’이다. 감독의 이전 작품이 자아에서 출발했다면 「아주 긴 변명」은 타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런 탓에 다른 작품보다 이 작품에서 내가 더욱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한 단계 ‘성장’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아주 긴 변명」에 관한 얘기는 없지만, 「고독한 직업」에는 「아주 긴 변명」이 쓰일 수 있었던 실마리가 되는 감독의 고민으로 가득하다. 나는 그의 다음 작품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그의 고민이 머문 자리에 다음 작품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