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
월정사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파크로쉬에 도착했다.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리차드 우즈의 인상적인 벽면 아트워크와, 주변 산에서 채석한 돌로 꾸민 로비 벽면, 그리고 편안한 소파가 놓인 라운지가 기분 좋게 조화를 이루었다.
리차드 우즈의 작품 역시 호텔을 둘러싼 숙암리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로비뿐만 아니라, 1층 야외 수영장과 루프탑 야외 벽면에 연속적인 작품을 남겼다. 난색 계열로 벽면에 작업한 루프탑의 작품은 호텔 외관과 함께 멀리서도 보여 인상적이다.
이날 머문 객실은 숙암 코너 스위트다. 코너 객실이라고 해서 양면으로 창이 난 것은 아니고, 사선의 여분 공간을 활용해 욕조가 놓였다. 에바종 패키지로 예약해 스파실론 입욕제와 레스토랑 바우처를 받았다.
1시간가량, 객실을 구경하고, 스스로 웰컴 티를 만들어 마시고, M 카운트 다운에서 블랙핑크가 1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객실에 커피가 없었는데, 숙면을 위해 일부러 카페인이 없는 차만 제공한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저녁을 먹으로 1층으로 갔다. 호텔 로비는 지하 1층인 그라운드플로어에 있는데, 경사를 따라 설계되어 그라운드플로어 역시 1층과 같이 탁 트인 분위기이다.
호텔에는 한식 레스토랑 파크키친와, 양식 레스토랑 로쉬카페가 있는데, 편안하게 휴식하는 여행 콘셉트가 한식과 어울리는 듯하여,파크키친에서 한식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한식 세트메뉴에는 전복무침, 숭어전, 봄동무침, 한우 등심, 밥, 된장국, 과일, 커피 또는 티가 포함됐고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아쿠아클럽으로 향했다. 다녀온 사람들 후기를 보니 아쿠아클럽 사우나가 정말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온도별로 마련된 네 가지 탕과 습식 건식 사우나가 있었다. 이곳 역시 아무도 없어서 혼자서 전세낸 듯 사우나를 즐겼다.
사우나를 개운하게 마친 뒤에는 2층 라이브러리를 이용했다. 호텔에서 읽으려 가져온 <안목의 성장>과 함께 라이브러리에 있는 댄 플래빈 작품집을 보았다. 라이브러리에 있는 직원에게 요청하니 아스텔앤컨에 담긴 편안한 음악과 소니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하게 해주었다. 라이브러리가 문을 닫는 10시까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객실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으며 아이리버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틀었다. 창밖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맛비가 거세게 내리는 분위기가 좋아 멜론에서 비 올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해 틀었다.
윤하의 우산, 이적의 Rain, 정승환의 비가 온다, 선우정아의 비온다, 등등을 들으며 스파실론 입욕제를 푼 욕조에 몸을 담그고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좋은 향이 은은하게 퍼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시원쌉쌀한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니 세상이 내 것 같더라. 자정에 들 무렵 <경애의 마음>을 읽으며 경애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잠에 빠졌다.
8시에 일어났다. 간밤에 비가 시원하게 내린 탓인지, 구름이 조금 남았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는 쾌청한 날씨였다. 9시 30분에 마인드풀니스를 예약해 두어서 얼른 씻고 조식을 먹으로 파크키친으로 갔다. 조식은 있을 것만 꼭 갖춘 아담한 규모였는데, 하나하나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조식을 느긋하게 먹었더니 9시 30분이 다 되었다. 한 층 올라가 라이브러리 옆에 있는 웰니스클럽으로 갔다. 마인드풀니스라는 프로그램을 한 시간정도 진행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의 집착이나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 현재 내 몸으로 마음을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웰니스클럽 프로그램을 매달 요일별로 일정이 바뀌는데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를 한다.
진부역 기차 시간에 맞추어 가기에도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객실에서 짐을 싸고, 차를 우려 마시며 어제 읽다 잠든 <경애의 마음>을 이어서 읽었다. 경애가 공상수와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 영업을 시작하는 무렵의 이야기였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진부역으로 향한다. 호텔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니 나 뒤에 체크아웃한 팀이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 나왔다.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오지 않고, 택시 잡는 것도 여의치 않은 위치여서, 진부역에 가는 길인지 물어볼까 고민했지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나쳤다.
진부역에 기차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승강장에서 시간을 때우는 도중에 아까 호텔 앞에서 지나친 그 팀이 역에 도착했다. 함께 갈까 물어볼껄 그랬나 싶었지만, 그랬다면 괜히 이 시간이 불편했을 것 같아 안 묻길 잘했다고 고쳐 생각했다. 그보다 객실에 스파실론 입욕제를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음 마음하는 마음이 곧 부처’ 라는
탄허 스님의 글이 문득 떠올라 뜻을 헤아려 보았다
마음 가는 대로 생각이 이어지는 걸 보니
1박 2일 동안 제대로 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