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테크노돔 / 건축가 노먼 포스터, 대전 죽동 택지개발지구 산책

2018. 4. 9.

지난 주말 초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이 있어서 대전을 찾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적당한 시기에 하나둘 떠날 채비를 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누구는 터미널로, 누구는 기차역으로,
누구는 낚시하러 가는 등,
각자 일정을 얘기하는데,
나는 건축 답사를 하러 간댔더니,
다들, 응? 하는 눈치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같이 갈 사람은 역시 0명
다행스럽게도 BMW 오픈카 오너
친구가 그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뚜껑을 열기엔 매서운 날씨라
얌전히 뚜껑 닫고 아쉬운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다
(여기까지 온 김에 같이 구경하지?)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건축 답사지는 바로,
한국타이어 R&D센터인 테크노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파트너스에서 설계를 했고
2016년 가을 준공을 마쳤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하이테크놀로지 친환경 건축으로 유명한
노먼 포스터는 건축가들의 건축가로 추대받는
명실상부한 현대 건축의 탑 클라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영화 원초적 본능에 등장하고
일명 오이 피클 빌딩으로 유명한,
런던 30세인트메리액스빌딩을 비롯,
런던 시청과 밀레니엄 브릿지,
홍콩 HSBC 사옥, 베를린 신청사 유리 돔,
그리고 애플 파크까지,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굵직한 프로젝트만 읊어도 끝이 없다!
젊은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영국의 괴짜라면,
원로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영국 신사 느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필로티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은 포스터&파트너스가
국내에 설계한 유일한 건축물이다
(1999년 프리츠커상을 받을 당시
서울에 대우전자 신사옥 빌딩을
설계 중인 것으로 알았으나,
설계 단계에서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한국타이어 측이 ‘혁신적인 건축물’을
요구한 만큼, 포스터&파트너스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매끄러운 은빛 지붕의
신비로운 건축물을 만들고자 계획했고,
우주선같이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건축물을 완성했다


유성 죽동 택지개발지구


위성 사진을 보면, 지붕 아래 건물을
다섯 가닥으로 나누고 곳곳에 천창을 두어
어디서든 채광이 좋도록 설계되어 있고
한국타이어 연구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중앙 홀에서 줄기 뻗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유성 죽동 택지개발지구 내 신축 빌라 단지


일찍이 한국타이어 측에 물어봤으나,
보안상의 이유로 내부 견학은 안 되어서,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가는 것에 만족하기로


유성 죽동 택지개발지구 내 신축 빌라 단지


테크노돔이 있는 대전 유성 일대는
죽동 택지개발지구에 묶인 부지로,
신축 건물들이 다수 지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몹시 어수선한 분위기


유성 죽동 이티씨 eTc 카페


아파트 단지 앞으로는
황량한 논밭이 펼쳐지고,
옆으로는 신축 다세대 주택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곳곳에 건축자재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기도


유성 죽동 이티씨 eTc 카페


판교 신도시가 개발되고
신축 주택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을 때
한 건축 평론가는 판교를
‘건축가의 무덤' 이라고 비판했는데,
테크노돔 일대도 딱 묘지 같은 분위기
게다가 테크노돔은 왕릉같이 생기기도


유성 죽동 이티씨 eTc 카페, 아이스 말차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후기가 되었는데,
포스터&파트너스가 설계한 애플 파크를 두고
몇몇 평론가가 비판하자, 조너선 아이브는
아이폰처럼 대중에게 공개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일하려고 만든 업무 공간인데,
간섭이 참 많다, 라는 분위기의 말로 일갈했다지


유성 죽동 택지개발지구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참으로 맞는 말, 내가 보기에 맥락 없는
(애초에 맥락이 없는 부지였다)
미래 왕릉 같은 건축물이지만
(주변 풍경으로 인한)
자신들을 위해 기획하고 만든
한국타이어 연구 건물인데다가,
앞으로 주변이 어떻게 바뀌며
조화를 이룰지도 모를 일이다


유성 죽동 택지개발지구


기대가 컸던 탓에 아쉬운 마음으로 산책을 마치고,
테크노돔 건너편 eTc 카페에서
아이스 말차 한 잔을 들이키며,
요 몇 달 건너뛴 GQ 4월호를 읽었는데,
신임 편집장이 멋진 출사표를 던졌더라
그리고 GQ를 읽다가 기차 시간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