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 충격적이고 기괴하고 애처롭다
귓속을 울리는 이명, 지끈거리는 두통,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누군가 좇아오는 듯한 피해망상… 가끔 그런 증상에 시달릴 때면, 나는 식물이 되고 싶다. 주어진 땅에 홀연히 서서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아름드리나무처럼, 아무 생각과 의지를 갖지 않고, 물과 햇살만 먹고 받으며,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조금씩 늙는, 맑은 상태를 꿈꾼다.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속 인물, 영혜는 정말 하루씩 식물에 가까워지는 삶을 산다. 처음부터 식물이 되려 한 것은 아니다. 시작은 채식주의였다. 육식에 관한 악몽을 꾼 뒤로 고기를 먹지 않았다. 끔찍한 악몽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어릴 적 트라우마를 끄집어낸다. 동시에 그녀의 채식 기준도 엄격해진다. 조용하고 순종적이기만 하던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며 의지를 드..
2018.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