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내가 전화를 거는 곳
2년이 더 됐을까.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을 읽었다. 당시에는 그저 잘 읽히는 소설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하루에 한 편을 읽고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들기에 좋은 적당한 분량이 우선 마음에 들었지만, 그것보다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떠오르는 소설 속 장면이 가진 시각적 강렬함에 이끌렸던 탓이 크다. 전면 창 너머로 마당이 내다보이는 카페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소설의 어느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는 식이었다. 그런 일이 쌓이다 보니, 과거에 겪었던 일을 추억하기 위해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는 애틋한 심정으로 소설을 다시 펼치게 된 것이다. 《대성당》에 실린 단편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을 반복해..
2020.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