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3.
무인양품의 행보를 보여주는 두 가지 비즈니스, 오두막 무지헛(무인양품의 소옥; 無印良品の小屋)과 무지 호텔. 이래저래 리서치하며 무심코 지켜만 보다가 블로그에 남겨두고 싶어 생각을 적는다.
MUJI HUT ⓒMUJI
無印良品の小屋
무인양품은 무지헛 오두막에 앞서 무인양품의 집(無印良品の家)을 판매하고 있으나, 그 사업이 일본 현지에서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무인양품의 집이 얼마나 잘 나가냐 안 나가냐를 떠나서, 오두막은 집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인 건 확실하다.
'자연 속에 저런 오두막 하나쯤 갖고 틈틈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다', 라고 느끼는 중년의 사람들이 많을 터(30 직전의 나도 그런 생각이 절실한데). 상당한 자본력을 가진 노년의 베이비붐 세대에게 설득력 있는 사업이다. 앞서 건축가 세 명에게 의뢰한 실험적인 오두막 전시가 무지헛의 좋은 인상을 주었고, 얼마전 공식 사이트를 열어 무지헛의 설계안과 가격을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판매를 예고했다.
MUJI HUT ⓒMUJI |
판매
무지헛 정식 판매는 올가을부터 일본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일본 지방의 한 폐교에 무지헛 십여 개에 한해 첫 분양을 시작한 모양이다. 주말농장 분위기의 무지헛 집합소로 폐교를 개조하여 공동 샤워시설과 주방, 코워킹스페이스 등을 갖추었다고 한다. 2016 하우스비전 도쿄 전시에서 무인양품이 아틀리에 원과 협업하여 농촌에 거점 거주를 구상한 '계단식 사무실'에서 그랬듯, 지역과 상생하는 주거문화에 일관성 있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훌륭하다.
가격
무지헛 가격은 300만 엔, 한화로는 약 3,000만 원. 토지 비용은 별도고 5년 무상 보증기간이 주어진다. 총 12.2㎡(내부 9.1㎡와 툇마루 3.1㎡)이니, 평당 설계비와 시공가격이 약 800만 원꼴.
네이버에 검색 결과, 무지헛과 비슷한 크기의 컨테이너 하우스가 국내에 대략 300만원 전후로 판매된다. 가격으로만 따지만 무지헛과 약 10배 차이다.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쓰레기통을 살 것인가, 무인양품에서 5만 원짜리 쓰레기통을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생각하니 피부에 더 와 닿는다. 하지만 무척이나 감상적인 무지헛 홍보 페이지를 보고 나면, '이걸로 충분하다'라는 내면의 만족감과 함께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아직 해외 판매 계획은 없다니 당장은 허망한 욕구다.
디자인
무지헛은 직사각형의 실내에 창문은 하나로 심플하다. 전면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외부 툇마루와 실내 바닥을 하나처럼 넓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다른 무지 제품처럼 기능(오두막)의 원형을 드러낸 모양이다. 감흥 없이 보면 그냥 직사각형에 지나지 않지만.
내부 벽면은 편백, 바닥은 몰타르 마감이 기본 조건이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벽지, 도장 등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분전반의 설치나 천장 조명 스위치와 콘센트 위치 등 전기 설계 옵션도 추가할 수 있지만, 추가 설비를 갖추지 않고 달빛에 밤을 보내는 게 어쩐지 무지헛에 어울릴 것 같다.
MUJI HOTEL ⓒUDS
UDS × 무지 호텔
무지 호텔 소식은 부동산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본 기업 UDS를 보도자료를 통해 전해 들었다. UDS는 서울 호텔 카푸치노 개발에 참여한 곳으로, 안테룸 교토, 안테룸 아파트먼트 오사카, 분카 호스텔, 리그 긴자 등 숙박, 쉐어하우스, 코워킹스페이스, 식음 브랜드를 두루 개발하고 운영하는 오프라인 주도적인 부동산 기업이다.
국내에서 찾자면, 지역의 부동산을 숙박, 식음 등 공간으로 개발하는 지랩이나 공간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카드와 닮았다고 볼 수 있겠다. 젊은 나이에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쿨내 나는 후배에게 UDS가 국내 프로젝트 건으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하던데(역시 바쁘다는 쿨내를 풍기며 거절했다고), 카푸치노 이후로 한국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마 무인양품의 집이나 무지헛이 한국에 판매된다면, UDS를 통해 들어오지 않을까.
MUJI HOTEL ⓒUDS
2019 도쿄 긴자
여담이 길었다. 다시 무지 호텔 소식. '마로니에 × 가로수길 요미우리 긴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도쿄 긴자 3초메 상업 및 복합 빌딩 건물이 지난달 6월 15일 착공에 들어갔다. 2019년 봄 완공 목표인 10층 규모의 이 건물에 무인양품 시설이 들어선다고 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 일부는 무지 플래그십 스토어가, 6층 일부부터 10층까지는 무지 호텔 MUJI HOTEL(가칭)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무지 호텔이 들어설 빌딩을 포함, 긴자식스, 도큐플라자, 소니 본사 재건축 등 규제 완화로 인하여 긴자에 새로운 빌딩이 하나둘 들어서는 모양새다.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의 긴자가 새로운 번화가로 재편성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가면 무지 호텔에 가봐야지.
무지 호텔의 기획, 설계, 운영을 UDS가 도맡는다고 하니 무지와 UDS의 합작품일 터다. 정확하진 않지만, 무인양품의 집과 무지헛 역시 일본 내 각 지역 부동산 등과 연계하여 진행하는(아마 전부 무인양품에서 소화하기에 자본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위험부담이 커서겠지만) 걸 보니, 호텔 역시 전문가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모양새. 기업이 기존 인력에 부담을 주고 무리하게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국내 사정과 달라 보인다. 일본과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한국도 앞으로 차차 바꾸어 나가야 할 부분.
UDS가 해석한 무인양품의 호텔은 어떤 모습일지, 서비스는 어떨지 어서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다.
참고 사이트: 무지헛 아사히 신문 무지헛 기사 무지 호텔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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