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쓰이 야스타카 장편 소설 [모나드의 영역] / 세상 모든 고민을 들어 주는 존재

2017. 1. 14.

소설 [모나드의 영역] 중 "그 누구도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고 꼬집는 부분에서 죄책감을 느꼈다.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이 될까, 어려운 문제를 되도록 피했기 때문이다.


시체 유기사건으로 시작되는 [모나드의 영역]은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물인 듯하지만, 실상은 '신 이상의 존재'임을 자처하는 소설 속 존재인 GOD에 투영된 작가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우주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가 담긴 소설이다. 마지막 장이 얼마 남지 않은 책 후반부까지 '그래서 시체를 유기한 범인은 누구냐', 라는 물음이 이어지는데 가능세계에서 일어난 시체 유기 사건은 가능세계와 현실세계가 어긋나 발생한 것이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에 이른다. GOD는 그 어긋난 틈을 메우러 잠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


허무한 결론의 사건이 이루는 긴장감은 작가가 소설에 담고자 하는 알맹이를 감싸는 껍데기일 뿐이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알맹이의 핵심을 잘 짚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세계가 있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하나의 가능세계일 수도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GOD는 자신이 존재하는 그곳이 소설 속의 가능세계라는 것을 밝히며 독자인 내가 살아가는 가능세계와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모나드의 영역 표지 ⓒ은행나무, 디자인 권예진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TV 생방송에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보다 독자를 만족하게 하는 글을 쓰게 되어 고민하는 젊은 작가와 GOD가 토론하는 부분이다. 젊은 작가의 고민에 대한 GOD의 답변은 "당신이 사고해야 하고, 글을 써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저항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누가 내린 지령인가, 그 정당성은 어떤 것인가, 이런 물음이야말로 참으로 열린 질문이지." 였다.


소설 속 젊은 작가의 고민은 아마 소설을 쓴 쓰쓰이 야스타카의 젊은 시절의 고민이고, GOD의 답변은 이 소설이 "자신의 최고의 걸작"이며 "아마도 마지막 장편"일 거라 말한 현재의 쓰쓰이 야스타카가 내린 답변일 거다. 그러니 작가는 소설을 읽는 젊은 독자들에게 자신 젊은 시절 했던 고민과 상담을 소설을 통해 전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모든 젊은이의 것이 아닐까? 당분간 '저항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누가 내린 지령인가, 그 정당성은 어떤 것인가', 라는 참으로 열린 고민 속에 살 것 같다. 고민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다 보면 모든 존재의 기본 실체라는 모나드의 영역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고.



책 속 밑줄 (모음)


이런 기이한 일이 생기면 나는 왠지 도리어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야. '아직도 영문 모를 일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나 미래를 꼼꼼하게 계산하고 분석해서 결정하고 마는 나쁜 버릇이 있어. 자기 일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야.


"그랬구나. 선생님은 신이셨어." 잠시 후 다카스키 미네코는 몹시 감동한 얼굴로 교수를 보았다. 신이니 예언이니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지 않지만, 왠지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세계에 그 정도는 존재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쩔 수 없었다.


여기가 단지 소설 속의 세계라고 하면 어떨까. 독자가 보자면 나나 당신들이 있는 이 세계는 가능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겠지. 당신들도 알잖아. 여기가 소설 속의 세계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