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6.
지난 11월 12일 친구, 후배와 함께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인원 폭주로 시청역에 내리지 못하고 충정로역에서 내려 집회 장소인 시청으로 걸었다. 집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더라.
촛불집회로 서소문고가차도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혹은 아이를 목말 태운 가족 참가자가 유난히 멋졌다. 학생 참가자를 보면 왠지 미안하고 뭉클했다. 그들을 보며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으로서 책임감이라는 걸 처음 느낀 것 같다.
본격적인 집회전 들뜬 분위기의 시청 주변
집회 장소인 시청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구호를 따라 외치며 조금씩 광화문으로 걸었다. 내가 합류한 행진 대열은 시청에서 출발해 소공로 방면으로 우회하여 청계천을 건너고 안국동 사거리를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는 코스였다. 청계천부터는 사방이 사람으로 가득 차서 행진이 힘들었다.
#박근혜 퇴진 | #퇴진 박근혜 |
광장 한복판에 서서 구호를 목청껏 외쳤더니, 뉴스를 보며 고구마 백 개는 족히 먹은 듯한 텁텁함이 시원하게 가셨다. 그러고는 분노로 참여한 집회라는 게 무색하게 즐거웠다. 다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손을 높이 들고 노래를 부르는 게 마치 축제 같았다. 사람들 표정도 밝고 행진도 질서정연했다. 차 없는 대로변을 걸으며 도시를 감상하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소공로를 지나는 집회 행렬, 멀리 LGBT 깃발이 보인다
소공로를 지나는 집회 행렬, 멀리 LGBT 깃발이 보인다
결국 광화문을 찍고, 친구, 후배와 대열에서 빠져나와 안국동으로 향했다. 거기서 국밥에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그리고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동네로 돌아와 또 술을 마셨다. 기분이 좋아서 노래방도 갔다. 그리고 집으로 가서 또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깊어질수록 그 많던 나라 걱정은 온데간데없었고, 우리는 각자 개인 걱정과 농담만 늘어놓았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는 집회 행렬
집회 행렬들이 합류해 청계천을 건너 광화문으로 향한다
나 홀로 내 걱정을 할 집이 있다는 것에, 다 함께 나라 걱정을 할 광장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 하루였다. 집회에서 미처 다 쓰지 못한 남은 필름에 담은 사진 몇 장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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