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9.
요즘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다. 아침에 눈뜨고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읽었다. 그러다 네이버에 들어갔는데 실시간검색어 순위 1위에 '강남역 묻지마'가 올랐다. 여기가 지옥인가, 싶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저런 키워드가 실시간검색어 순위 1위인 것도.
나는 '속도감 있는 문장과 완벽한 기승전결의 구성(장강명의 단편 소설, <알바생 자르기>에 대한 오해진의 해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하나의 메시지가 가슴에 남는 소설도 좋다. 올해 들어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 <사라바>에서 작가 시니 가나코는 독자의 가슴에 이런 구절을 남겼다.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한국이 싫어서>에서 작가는 "미래를 두려워하면 행복해 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며 살고 싶진 않아."라는 구절을 가슴에 남겼다. 계나의 사고방식은 퍽 합리적이지만, 그것이 한국 사회 시스템에서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호주로 떠난다. 누구나 가슴 속에 숨기고 지냈던 또 다른 자아를 소설 속 주인공 계나에 투영하고 공감하게 된다.
다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이야기. 페이스북에 내 생각을 올렸더니, 어느 정신병자의 우발적인 범죄이니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멋지게’ 살라는 댓글이 달렸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 한국이 싫은 것보다 가해자와 남성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이제까지 저런 일이 계속 있었는데도 바뀌지 않는 게 싫은 거다. 언제까지 한국 남자라서 부끄럽고, 한국 여자라서 두려워해야 하는 건가.
“미래를 두려워하면 행복할 수 없다.” 두렵고 불편한 게 있으면 피하기보다 말해야 한다. 저 두렵고 불편해요, 라고. 이민을 갈 게 아니라면, 미래가 두렵지 않은 사회가 되도록 말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