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말 / 아크네스튜디오 청담, SSG.COM 쓱

2016. 2. 3.

“결국은 콘셉트 싸움이니까요.”라고 말한 것이 누구였나. 사회에 막 발을 내디뎠던 일 년 전쯤 술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결국을 콘셉트 싸움이다. 다른 말로는 기획 경쟁이고, 디자인 경쟁이다. 그 기준은 나의 관점이지만, 크리에이티브 ‘경쟁’에서 ‘경쟁’에 초점을 맞추면 실패하고 ‘접근법’에 초점을 맞추면 이긴다는 건 역설적이다. 성공하는 기획은 비교우위보다는 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는 작가적 접근법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최근 웹진에서 본 두 가지 기획자 인터뷰가 떠오른다.



012


하나는 스페이스매거진 웹진에 올라온 아크네스튜디오 청담 건축가 소피 힉스의 인터뷰.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에서 한발 물러나 작은 마당을 끼고 있는 아크네스튜디오 플래그십스토어의 입지선정은 건축가의 말대로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덧붙여 “메마른 상업주의에 물든 소란스러운 압구정 대로변보다 골목이 문화적으로 더 흥미롭다.”라고 한다. 이 건물이 재밌는 건 말쑥한 외관과 내부의 육중한 ‘콘크리트 괴물’의 반전에 있다. 이를 더욱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내부 설비를 모두 옥상에 얹어 콘크리트 덩어리를 강조했다. 건축 설비를 모두 외부로 노출했다는 점에서 그 유명한 퐁피두센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질문에 대해 소피 힉스는 이렇게 답했다. 


퐁피두센터에서 설비들을 외부에 노출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고, 그 건축적 탁월함으로 언제나 기억될 것이다. 아크네 스튜디오처럼 다른 건축가들이 비슷한 것을 할 때마다 항상 그와 비교될 테지만, 그것이 정말로 그 건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이런 비교를 무릅쓰고라도 해야 할 명분이 있다.



0123


다른 하나는 CA 웹진에 올라온 SSG.COM 쓱 광고의 기획자 박인규 CD 인터뷰. “신세계와 이마트가 갖고 있는 인지도에 비해 SSG.COM은 이름부터 생소하다는 분들이 많았죠. 이번 광고를 통해 ‘쓱’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이 광고를 처음 보고는 자연스레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 특히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의 색감과 분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묻는 말에 대답은 이랬다.


이번 광고에서 카피만으로는 다소 엉뚱하고 뜬금없을 수 있는 설정을 고급스럽게 표현하려면 예술 작품 같은 비주얼이 받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팀원들 각자의 관심사를 총동원해 언급하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비롯하여 웨스 앤더스의 영화들, 칼 라거펠트의 화보, 페르난도 보테르의 작품,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등 정말 많은 영상과 화보, 화집을 쌓아놓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