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관 산책,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2016. 1. 26.

여건이 되면 윤동주문학관을 가야겠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윤동주문학관은 K선배와 지난여름 방문했지만, 그날은 휴관이어서 머쓱하게 산책만 했다. 윤동주문학관 뒤 시인의 언덕에 오르니 남산 아래 종로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석양에 비친 교보타워, 트윈트리타워, KT타워, D타워, SK서린타워, 종로타워, 정부청사를 감상했고, 창의문로를 걸어 서촌으로 향했다. 좋아서 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몹시 추웠던 지난주 부암동에서 일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 윤동주문학관을 찾았다.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의 삶에 비추어 보면, 겨울과 잘 어울리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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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중


이곳은 세 개의 전시실로 나뉘는데 2·3 전시실은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을 모티브로 만들어 졌다는 게 관리인의 설명이다(1전시실에는 윤동주 시인의 친필 원고와 사진으로 구성된 일대기가 전시되고, 3전시실에는 짧은 영상을 상영한다). 그래서 이름도 '열린 우물'과 '닫힌 우물'. 지난 5주간 한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위가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다. 때마침 윤동주를 돌아보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도 개봉한다. 흑백영상으로 제작된 영화가 한 편의 시 같을까? 영화야 어떻든,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이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