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프리뷰 / 열람이 아닌 전시를 위한 도서관

2015. 5. 20.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가 곧 문을 엽니다. 버스를 타고 이태원을 지날 때마다 남산을 향해 뻥 뚫린 공사현장을 흥미롭게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픈 소식이 타임라인을 뜨겁게 했죠. 뮤직 라이브러리는 희귀 바이닐 음반과 책을 즐기며 음악을 통한 영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아날로그 공간이고 언더스테이지는 다양한 문화 리더들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집결지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음악에 대한 식견이 높지 않고 관심도 크게 없는지라 별로 반갑지 않은 공간입니다. 음악 마니아라면 정말 좋아할 만한 공간일까요? 제가 디자인과 여행에서는 마니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열성적인데요,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경험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 않을 것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세지마 카즈요가 -기획설계인지 아이디어만 낸 것인지가 명확하게 보도되지 않아 찝찝하네요- 초기에 기획하고 최문규가 맡은 말끔한 건축과 겐슬러가 인테리어 디자인한 세련된 공간 그리고 음악계에 영향력 있는 분들이 셀렉션한 음반과 책들로 가득한데 마음 한구석이 냉랭한 것은 왜일까요?


OCT 2013 /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리뷰
JUL 2014 /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리뷰

사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홈페이지 library.hyundaicard.com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보도자료 www.hyundai.co.kr / 최문규 건축가는 남산과 한강을 향해 공간을 최대한 비우는 열린 디자인을 추구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보도자료 www.hyundai.co.kr / 뮤직라이브러리에는 50년대 이후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1만여 장의 엄선된 아날로그 바이닐과 3천여 권의 음악관련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보도자료 www.hyundai.co.kr / 언더스테이지에는 스탠딩으로 약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갖추어 컬처 큐레이터들이 다양한 콘서트와 연극, 뮤지컬 등을 펼친다.


회원을 위한 것이 아닌 마케팅을 위한 공간
우선, 현대카드 회원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물론 현대카드가 있어야 입장할 수 있지만 온전히 현대카드 회원의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서울시에만 엄청나게 많은 현대카드 회원이 있는데 그 규모에 비해 공간이 너무 협소합니다.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분명히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문화적인 ‘마케팅’으로 접근했기 때문일 겁니다.

열람이 아닌 전시를 위한 도서관
뿐만아니라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책을 대여할 수 없을 뿐더러 대부분의 시민에게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가회동, 청담동, 한남동 등 외부에서의 유입이 많은 동네이며 ‘놀러’간 김에 들른다는 힙플레이스 느낌이 강합니다. 진짜 도서관을 이용할 것이라면 학생은 학교 도서관을, 시민은 동네 도서관을 이용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큰 모니터의 인터넷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그러니 전시를 위한 책. 브랜드 홍보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년쯤에는 요리를 주제로 한 쿡 라이브러리 정도가 생기지 않을까요?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작은 도서관
좀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작은 도서관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뭐 장황한 컬렉션을 보유했다거나 희귀한 것을 소장하지 않았더라도 현대카드 회원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카페라면 어떨까요. 제가 살고 있는 연남동을 예로 든다면 20석 규모의 현대카드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로컬에 기반을 둔 전시회를 연다면 어떨까요. 그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가구를 즐긴다거나 우연히 마음이 맞는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회원으로서 더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뮤직 라이브러리처럼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니, 여러 동네에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카드를 사용함으로서 실제 내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도 더욱 강하지 않을까요?

2년전 처음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문을 열었을 때 카드회사가 도서관을 만든다는 것은 참 신선했습니다. 그땐 그러한 존재만으로도 좋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라이브러리가 만들어 지며 이런 의구심이 증폭되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현대카드를 쓸 때마다 유행을 쫓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썩 즐겁지 않습니다. 오는 주말에 이곳을 들러보고 다시 리뷰하려 합니다. 직접 경험하는 뮤직 라이브러리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