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홍 개인전 Cherry Blossom 리뷰 / 한옥전시공간 시청각

2015. 3. 26.

1년여 전 시청각의 첫 전시가 기억납니다. '인왕산'을 주제로 한 단체전에 잭슨홍은 배를 설치했는데 그것이 마치 산으로 가는 배 같아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청각에서 열리는 잭슨홍의 전시 ‘Cherry Blossom'은 그때처럼 무어라 똑 부러지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작품은 애매합니다만 디자이너 출신의 예술가인 잭슨홍이 점점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했습니다.


2012, 13년 겨울에 열렸던 개인전 ‘13개의 공’은 오브제를 넘어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예술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이 참여해 공을 던지며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규칙들 그리고 부서지는 작품들, 이 상황 모두가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타이포그래피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을 묻는 질문에 “깔끔함에 대한 콤플렉스를 풀고 싶다”고 말했었죠. 2014년 두산아트스쿨에서 열린 임근준 평론가와의 대화에서는 향후 작업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지역성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 연장선상에 이번 ‘Cherry Blossom’전시가 있는 듯합니다.


잭슨홍 개인전 Cherry Blossom

전시장소 : 시청각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7-6

전시기간 : 2015.3.19(목)~ 2015.4.26(일)

관람시간 : 오후 12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잭슨홍 개인전 Cherry Blossom 리뷰

왜 벚꽃일까요? 그냥 단순히 봄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딱히 작품 같지 않은 조각들이 곳곳에 배치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한옥에 사는 식구의 멈춰진 일상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합니다. 택배기사 아저씨가 바라보고 있는 노래를 부르는 선녀, 아저씨의 다리를 붙들고 마당으로 끌어내리는 야쿠르트 아줌마와 그 옆에 벽을 보고 서있는 아가씨. 방에는 뚱뚱한 아저씨가 팬티만 입고 책을 보고 있고, 반대쪽 방에는 어린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듯합니다. 마당 건너 방에는 할아버지가 인형 눈을 붙이고 있습니다.


함께 간 친구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싶었습니다. 

멍하니 둘러보다가 서로 사진을 찍고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저 조각은 누구를 닮았느니, 이 상황은 이럴 것이니, 저럴 것이니 가벼운 토론도 했죠. 작품과 함께 셀카도 찍어 보았습니다. 작품인데 닿아도 되는지, 작품에 다가서는게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딱히 큰 감흥 없이 전시장을 빠져나와 효자바베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말했던 한국의 지역성에 관한 이야기였을까요? 

저는 청년실업,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과 같은 한국의 사회문제를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구성했다고 느꼈지만 더 깊이 이해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뭐 친구와 함께 방문한 시간은 유쾌했습니다. 어쩌면 자꾸 이해하려고 하는 관람자의 심각한 태도가 예술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군요. 디자인 설계아래 명확한 오브제가 아닌 인체 조각을 보니 확실히 깜끔에 대한 콤플렉스는 벗어난 듯합니다. 예술가라기보다 예술이 대중에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디자이너적인 태도가 잭슨홍 작품의 정체성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같다, ~모르겠다, ~일것이다 라는 애매한 문장들만 나열해 버린 글이 되었네요. 작품을 대하는 제 마음이 애매하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