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6.
인테리어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한지 7개월이 되었습니다. 직장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학생 시절부터 이야기해야 겠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에 08학번으로 입학해 무사히 졸업했으니 인테리어디자인을 마음에 담고산지 8년입니다. 막연히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미술입시를 준비했고, 대학원서를 써야할 때쯤 공간을 다루는 일이 하고싶어 인테리어 디자인과로 진학했습니다.
건축과 인테리어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입학은 미술대학이었지만 2010년 건축학대학이 신설되고 학과가 옮겼습니다. 이전엔 한국에서 건축이 공대소속이었습니다. 건설위주로 성장해온 한국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죠. 그렇게 공학, 환경, 미술대학 소속 학과 7개가 모여 건축학대학이 만들어 졌습니다. 제가 있던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건축학과가 생기는 시기였습니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건축과 인테리어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였지만 건축학과와 마찬가지로 건축 스튜디오 수업을 했습니다. 우리과 학생은 미술을 공부해서 그런지 감각이 좋아 건축학과 학생들을 무시했고, 건축학과 학생들은 더 논리적이어서 우리과 학생을 무시했습니다. 교수들 끼리도 유치하리만큼 사이가 안좋았습니다.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건축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듯 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건축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통층이겠죠.
ⓒJOH
인테리어 디자인은 99%가 밸런스입니다.
하려는 이야기를 아직 시작도 못했네요. 건축과 인테리어가 무엇이 다를까요? 학생들의 이런 혼란은 교육자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세대가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건설을 공부한 교수님이 건축학을 가르쳤고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교수님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가르쳤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하면 할수록 이상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잘된 곳, 잘되었다는 표현보다 편안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은 인테리어 디자인이 과하지 않습니다. 그저 공간 컨셉을 잘 표현하는 미술 작품과 가구가 균형있게 배치되고 동선배치가 잘 됐을 뿐입니다. 말 그대로 공간(空間)이 빌 공(空)자에 사이 간(間)자로 밸런스가 전부인 것입니다. 그러니 인테리어 디자인과에서는 건축 프로세스를 교육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분명히 필요한 교육이지만) 미술과 가구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감각을 기르도록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제 말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다음 세대니 조금 나아진 것은 맞겠죠?
서문이 본문보다 길 것같으니 제목을 바꿔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매달하는 리뷰이니 그냥 적고 싶은대로 가죠. 첫 문장에서 말하려 한 인테리어 잡지사 이야기로 잇겠습니다. 7개월간 일하며 몇몇 가구 브랜드 론칭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더홈에서 수입하는 이탈리아 가구브랜드 나뚜찌(Nattuzzi)의 리-바이브 론칭행사와 두오모에서 수입하는 미국의 가구 브랜드 놀(Knoll) 론칭 행사였습니다. 리-바이브 리클라이너가 시대의 명작이라 느낄 정도로 혁신적이었지만 비트라와 엮어야 하니 놀브랜드를 이야기 해야겠습니다. 미스 반 데어로에의 바르셀로나체어, 마르셀 브루이어의 바실리체어, 에로 사리넨의 튤립체어 등 모더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 디자이너의 가구를 생산·유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에로 사리넨의 튤립체어, 테이블은 이번 매거진B 비트라 호에서도 사진으로 눈에 띄더군요. 놀 브랜드는 프랭크 게리와 렘쿨하스 등 해체주의 건축가의 의자를 발표하며 시대와 호흡하고 있습니다. 직접 앉아보고 누워보니 착용감이 정말 좋더군요. 조형감은 두말할 것 없구요. 놀과 비교자하면 비트라는 홈 퍼니처 뿐만아니라 오피스 퍼니처에 독보적으로 특화되었습니다. 놀은 홈 퍼니처의 명품정도로 소개하면 될까요? 비트라가 작년 홈 퍼니처의 명가 아르테크를 인수하였다니 홈 퍼니처 시장에 더 깊이 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Lineup ⓒJOH
Brand to Brand ⓒJOH
이제야 매거진B 리뷰입니다.
구글이나 스노우피크 편처럼 본사의 적극적인 취재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실망한 경험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번 편은 매거진B 편집부가 책을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합본호라 두께에 대한 압박감도 많았을 텐데 콘텐츠가 탄탄했습니다. 매거진B에는 영업부서가 없고 파워-네트워킹 부서가 있는 듯합니다. 비트라를 중심으로 정말 많은 유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국내외 할 것없이 비트라에 대한 풍부한 이해, 경험 그리고 관점을 가진 인터뷰이로 가득합니다. 브랜드 본사의 취재가 담기면 물론 좋겠지만, 소비자의 관점으로 브랜드를 분석하는게 매거진B이니, 그런 기획에 더 충실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 비트라 브랜드의 성향을 느껴보니 취재에 응하지 않을 법하다고 느꼈습니다.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보다 제품 디자이너를 내세우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유통사로가 지켜야 할, 제 위치를 아는 듯합니다. 그럴 정도로 브랜드가 마케팅이 섬세하고, 성숙한 유럽권 기업문화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비트라 가구는 아직 저처럼 20대의, 젊은 세대가 다가가기 쉬운 브랜드는 아닙니다.
어쩌면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영영 비트라 가구를 즐기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집을 소유하는게 점점 어려워 지니 가구도 가벼워야 하니까요. 책 속 인터뷰 곳곳에서도 '가구를 알아가는 단계에서는 이케아, 경제적 여유와 자신만의 공간이 생길 때에는 비트라' 라는 공식이 있더군요. 그러니 준-공공공간에서 비트라를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포화상태라는 진단에도 동네카페가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는 커피 때문이 아니라 공간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세대가 집에서 충족할 수 없는 문화를 카페가 충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동네카페와 같은 준-공공공간에서 비트라의 가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산 이미테이션이 많지만, 점점 비트라와 같은 좋은 가구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리라 생각합니다.(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카페하니 뉴욕 비트라 쇼룸 지하에 있는 비트라 카페가 생각나네요. 프리렌서 일이 많은 뉴욕커 문화를 받아들여 3~4년 전쯤 생겼던 것으로 어느 잡지에서 보았는데요, 그곳에 모든 가구가 당연 비트라였죠. 아무튼 책에서 만나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College ⓒJOH
Environment ⓒJOH
Campus ⓒJ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