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명가 대구본점 로컬커피브랜드 / 드립커피 딸기케이크

2014. 12. 29.

간만에 대구방문입니다. 대학생활 4년을 대구에서 보냈으니 제겐 20대 초반의 많은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고향은 구미라 서울 취직 후 서울 구미만 오갔지 대구는 잘 가지 않게되더군요. 연말에 휴가를 내 대구를 찾아 오랜 친구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커피소비가 많은 도시가 대구입니다. 엔제리너스 커피점 매출 1위가 대구 동성로점이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던 것같습니다. 대구의 가장 큰 번화가이자 중심 상업지역인 동성로에만 스타벅스 커피가 열 곳 가까이 밀집해 있는 것만 봐도 대구에서 커피소비가 얼마나 많은 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골목만 지나도 스타벅스가 있는 꼴이니까요.


1990년에 만들어진 대구 로컬 커피브랜드 커피명가를 소개합니다. 사실 커피명가는 2010년 복학하고서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저씨 아주머니가 찾는 다방느낌으로 올드한 이미지라 생각했습니다. 브랜드 로고와 인테리어도 그런 이미지이고 매장의 로케이션이나 실제 방문하는 손님의 연령대도 높은 편입니다. 대학 근처에 스터디 모임장소로 잠깐 가봤을 뿐 인상깊지 않았습니다.






옛 모습의 인테리어와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점원

오늘 만난 친구가 커피명가 딸기케잌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근처 커피명가를 방문했습니다. 몇몇 체인점에는 딸기케잌이 소진되어 본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냥 포기할까 싶기도 했는데 오기가 생겨 본점까지 가게 됐죠. 본점은 간판이 허름하고 실내도 80년대 고급 다방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입니다. 꽤 넓었는데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 바테이블 두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고 드립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와 수많은 손님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며 서빙을 하는 직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정직한 '요리'

주문한 드립커피 두 잔과 딸기케잌 한 조각이 나왔습니다. 커피맛은 잘 모르지만 신선했습니다. 함께간 친구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얼마전 땄는데 걔도 인정 했으니 정말 맛있는건 확실한 것같습니다. 원두까지 샀으니까요. 딸기케잌은 생크림을 과하게 바르거나 자극적인 시럽을 넣지 않고 정말 생딸기 그대로를 케잌으로 만들었습니다. 커피가 신선한 맛이었던 것처럼 딸기도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바테이블에 앉아 직원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받은 신선한 고령딸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일해봐서 카페운영에 대해 조금 아는데 엄선된 신선한 재료를 그날 직원이 케잌으로 만들어 손님의 테이블에 내놓는 다는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만큼 브랜드의 경영 철학과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입니다.


오늘 방문은 커피명가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단지 올드해서 가고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구닥다리가 아니었습니다. 유행을 쫓거나 세련되보이려 하기보다 25년 전통을 지키고 제대로된 음료를 만든다는 깊은 철학이 있었던 것이죠. 어쩌면 저 자신이 조금 늙어진 것이라면 별 반박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깊이 반성했습니다.












커피명가의 역사

커피명가는 1990년도에 설립되었고 1992년부터 자가 로스팅을 시작했습니다.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체 로스팅 머신을 개발했습니다. 그 기능이 얼마나 좋고 아직까지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후로도 1999년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a)에 가입, 2000년에는 일본 커피 명인 Terasawa Tagaesi, Hiriguchi와 교류하며 대구 브랜드지만 세계적인 활동을 펼칩니다. 2001년엔 커피 교육을 시작, 2002년엔 생두 산지 직구매를 시작했고 2007년부터 커피 프랜차이즈를 시작합니다. 2011년 강원도 영월에 로스팅 공장을 지었으며 2012년엔 커피 체험공간인 La Finca를 오픈했습니다. 서울에도 커피명가가 있는지 궁금해 직원에게 물어보니 대전까지는 있지만 아직 서울에는 없다고 합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에도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고 조금씩 프랜차이즈 점을 늘려나가는 모습은 커피를 대하는 태도와 닮은 듯합니다.


고향의 좋은 로컬 커피브랜드를 알게되어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한편으론 지역에서 자란 지역민으로써 부끄럽게도 했습니다. 다시 대구를 방문하게 되면 커피명가가 만든 커피체험공간 라핀카에도 방문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강릉 테라로사 커피점을 방문해 볼 예정인데 커피명가와 비교해 보면 좋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