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집 / 무지(MUJI)의 주택신축·아파트리모델링 사업

2014. 12. 26.

저는 무지(MUJI 無印良品)를 무지무지 사랑합니다. '상표가 없는 어진 상품' 이란 뜻의 무인양품이란 네이밍도 참 마음에 듭니다. 브랜드가 없다는 컨셉의 브랜드는 어쩔 수 없이 하나밖에 없을텐데 그것을 무지가 낚아채 간 것같아서 얄밉기도 합니다. 무인양품 매장에 가서 잘 정돈된 가구와 아기자기한 생필품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언젠가 집을 저렇게 꾸미고 싶다는 꿈을 꾸게합니다.


무인양품이 의류, 가구, 가전제품 그리고 침구류 등의 생필품을 판매한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집을 짓고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펼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아직 일본의 경우에 한정되긴 했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집에 대한 무인양품의 철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마 건축전공자이거나 주택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2013년 초에 도쿄에서 열린 하우스비전(House Vision)전시를 알겁니다. 저도 그 전시를 통해무인양품의 집(無印良品の家)」을 알게되었습니다. 오늘은 무인양품의 집에 대해 리서치한 것을 공유합니다.


이번 포스팅의 모든 사진과 글은 無印良品の家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관련글 무인양품 나무의 집 기타마쓰도점 방문기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도시가 확장했습니다. 일본이 먼저 산업사회로 빠르게 진입했으니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도시민이 집을 대하는 태도가 양국이 비슷하고 사회 문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무인양품은 기존의 집에 거주자의 생활이 중심에 없다는 문제인식을 합니다. 집을 단순히 장사치래로 여겨온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집의 수명이 짧아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도 지적합니다. (미국 55년, 유럽 77년, 일본 30년) 7,000여 개의 무인양품 생활용품을 통해 생활의 기본을 제시하고 가족의 유대관계를 소중히 하는 생활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강한 개성보다는 보편성을 내세워 지속가능한 집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생활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틀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자신에 맞게 리폼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예를들면 칸막이를 이용해 집을 원하는 대로 분할할 수 있고 자신의 소품에 맞춰 수납장을 꾸밀 수 있는 것이죠.













(사진은 순서대로-외관기준 나무의 집, 바람의 집, 수직의 집) 


뭐 집을 무지의 가구와 시스템으로 레노베이션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무지가 집 사업을 대하는 태도가 더 흥미롭습니다. 집은 레노베이션 하는게 가장 좋지만 신축도 가능한데요, 집을 크게 나무의 집, 바람의 집, 수직의 집이라는 3가지 주제로 나누고 전국에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직접 방문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홈페이지에 제안된 많은 집의 형태를 통해 자신의 집에 꼭 맞는 레노베이션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철저히 사용자 중심이죠. 집을 바꾸거나 신축하기로 결정하면 무인양품에게 의뢰하고 맡기면 됩니다. 기초공사부터 배선, 배관공사 그리고 준공 검사까지 책임지고 맡으며 계획안과 달라지는 부분에 있어서 건축주와 꼼꼼히 상의해 나갑니다. 자세한 건축과정과 시공사례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무인양품은 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레노베이션에도 관여합니다. 주택이 개인사용자에 특화된 것이라면 아파트 레노베이션은 좀더 사회적인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준공기업 하우징에이전시인 UR(Urban Renaissance Agency)와 함께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UR의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지의 철학을 내세우는 전략입니다. 기둥, 벽 등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그리고 마루와 주방 등 생활 분위기를 결정짓는 실내공사를 컨셉에 맞춰 진행합니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거주자의 생활양식에 맞게 평면을 분할하고 수납장을 꾸미는 것입니다. 새로 짓는 아파트에만 변화하는 생활양식에 맞추는 것이 아닌 기존의 아파트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제안이 현실적으로 와닿습니다. 










한국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국가 주도적으로 주택사업에 관여하는 반면 일본은 대부분 시장에 맡기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무인양품과 같은 브랜드가 자신의 철학을 내세워 사업을 펼치는 배경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국가 주도든 시장의 기업이든 중요한 것은 거주자의 생활이 윤택해 지느냐일 것입니다. 한창 주택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지는 단계에서 지금 당장의 결과를 두고 평가할 순 없겠지만 무인양품의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향후 10년 뒤가 기대되는군요. 일본을 가게 되면 가까운 무인양품 모델하우스를 검색해 방문해 봐야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의 모든 사진과 글은 無印良品の家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