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 모든 이의 집 리뷰

2014. 12. 9.

건축가에게 첫 작업의 의미는 어느 창작자보다 큰 의미를 지니는 것같습니다. 건축물은 그림이나 조각품과 달리 작가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할 수 없습니다. 우선 건축물을 필요로 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하고 건축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반 영구적이고 도시 경관을 만들어가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더 신중해야 합니다. 건축물이 완공되기까지의 물리적인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또한 다른 분야에 비해 건축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건축가의 첫 작품은 건축가가 성장하는데에 큰 방향을 설정하게 됩니다. 처음이라는 경계가 애매하니 초기 작품이라고 표현하는게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건축가의 초기 작품은 주택이 많습니다. 그리고 좋은 건축가는 그 초기 작품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나타냅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에도 많은 작품활동을 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타다오입니다.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안도의 초기작품임에도 폐쇠적인 외관과 개방적인 내부 공간의 대비가 큰 강한 인상의 작품입니다. 그때 사용한 노출콘크리트와 깊은 그림자는 그의 트레이트 마크가 되었습니다. 미국인 건축가로는 졸업작품을 그대로 현실화해 직접 그곳글래스 하우스을 집으로 사용한 필립존슨의 글래스하우스가한국인 건축가로는 조민석의 픽셀하우스가 생각납니다. 근대건축 거장인 르꼬르뷔제가 레만호숫가에 지은 어머니를 위한 집, 로버트벤투리의 벤투리 하우스 또한 초기작품으로 건축가의 개성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서해문집 출판 고시마 유스케 '모든 이의 집' 리뷰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책의 내용에 대해 주저리 늘어 놓는 것 보다 건축가에게 첫 작업의 의미를 길게 늘어 놓는 것이 책을 설명하는데 더 요점을 짚어 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해문집에서 출판한 '모든이의 집'은 일본의 젊은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의 첫 작업을 일기처럼 엮은 것입니다. 그의 첫 건축은 고베여학원대학 문학부 명예교수이자 합기도 6단의 무도가인 우치다 다츠루입니다. 문화에 대한 많은 집필과 블로그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보니 책 속 이야기가 풍성했습니다. 건축가와 건축주의 우연한 첫 만남부터 건축주의 의뢰, 잦은 미팅과 수정, 설계, 지신제, 재료의 선정, 시공과정 그리고 가구제작까지 차분하게 다뤘고 건축가로서 느낀 생동감 넘치는 생각을 옅봐 마치 설계과정 전체에 함께 참여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뿐만아니라 일본과 독일유학 학생시절에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예를들면 포르투갈 여행에서 알바로 시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그에게 포르투갈 도시 스케치를 보여준 경험-등과 함께 건축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중간중간 담아냈습니다.


고시마 유스케가 시대의 뛰어난 건축가가 될런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타건축가가 보다 일상의 건축가가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역할을 하는 법이죠. 건축주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새겨들어 설계에 반영하고 시공자를 마음 깊이 존경할줄 아는 마음 그리고 마지막 디테일까지 끈기있게 매듭짓는 모습에 '좋은 건축가'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앞으로의 건축도 기대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