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리모와 리뷰

2014. 12. 9.

여행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지금껏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 하나를 뽑으라면 알랭드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A Week at the Airport)'입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현대 기술과 여행 그리고 사람에 대해 쓴 에세이 책입니다. 공항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는 그의 문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했던 스물 한 살때 군에서 책을 읽으며 먼 이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전역 후 뉴욕으로 배낭여행 떠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알랭드보통 또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라고 하합니다. 지구 반대편 독자의 댓글 하나도 메시지로 답해주는 그는 정말 독자 관리를 잘하는 작가인 것같군요.


알랭드보통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매거진B 리뷰를 위해 뉴욕 배낭여행 이야기로 건너 뛰겠습니다. 뉴욕 여행의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풍경과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 서툰 영어로 밥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를 구하고.. 아르바이트로 전전긍긍하는 가난한 학생인지라 기념품 하나 없었지만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영수증을 모았습니다. 뉴욕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리고자 영수증을 콜라주 했습니다. 그리고 액자도 만들었죠. 졸업 때 기획한 개인전시회 한 칸에 전시하기도 했고 항상 내방 한쪽 벽을 장식하며 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매거진B 리모와 리뷰


이번 매거진B에서 다룬 브랜드는 리모와(RIMOWA) 라는 여행가방 브랜드입니다. 매번 말끔한 미니멀리즘 커버를 보여온 매거진B인데 왠일인지 이번엔 좀 '지저분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각종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인 이 지저분함이 리모와 브랜드의 강한 정체성입니다. 지저분함이라 표현하니 부정적이군요. 매거진B 편집부는 이를 두고 '사연(Attachment)'이란 키워드를 뽑아냈습니다. 리모와라는 브랜드는 알지 못했지만 많은 스티커로 가득한 리모와 가방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갖고싶은 제품은 브랜드를 알기 전 강한 인상으로 먼저 다가오나 봅니다.


단순히 복제품이 아닌 나만의 것, 즉 개성이 제품 디자인의 가장큰 화두가 되어가는 것같습니다. 3D 프린팅이 전 세계적으로 혁명으로 표현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또한 개인화(Customizing) 때문입니다. 나만의 여행 이야기가 담긴 스티커로 캐리어를 꾸며 단하나뿐인 나의 가방을 만드는 것은 패션이기도 하고 착륙 후 가방을 쉽게 찾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볼 때마다 그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감성이죠. 휴대폰 케이스와 노트북을 스티커로 꾸미는 게 유행인 것도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매거진B에는 이런 개인의 감성을 지면으로 잘 담았습니다. 36페이지부터 41페이지까지 여섯 명의 리모와와 그 사연을 담았습니다. 리모와를 가장 잘 나타낸 페이지지만 다소 짧은 감이 있어 아쉽습니다. '사연'외에 리모와 브랜드가 사랑받는 또다른 큰 이유는 '소재(Material)'입니다. 가방은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을 유지하지만 소재에서는 항상 혁신해온 브랜드입니다. 최초로 알루미늄으로 만든 캐리어 브랜드가 바로 리모와라고 하군요. 그리고 2000엔 세계 최초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좋은 건축가가 재료 위에 장난질을 치지 않듯 리모와 또한 소재 본연의 개발과 텍스쳐는 그대로 살리는 군요.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브랜드는 장난을 치지 않나봅니다. 이 외에 리모와와 닮은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브랜드투브랜드 카테고리에서 폭스바겐 자동차 브랜드와의 비교가 인상에 남습니다. 기능에 충실함에도 세련됐다는 느낌이란 의견이 리모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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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이미지 magazine-b.com


이번 호의 아쉬운 점


언제나 그랫듯 지금부터는 이번 호에 아쉬운 점을 늘어 놔야겠습니다. 애착이 갈수록 아쉬운게 먼저보이는 병이 있나봅니다. 몇 호전부터 코멘트 카테고리에 인스타그램 유저 사진이 올라왔는데 이번호엔 글만 있었습니다. 아마 저작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원인이 어쨌든 독자로서는 사진이 첨부되어 페이지 구성이 풍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멘트는 매거진B를 읽을 때 대면하는 첫 '정보'로 가까운 지인에게 듣는 것같은 기분 좋은 카테고리니 더욱 신경써 주셨으면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모와의 가장 인상적인 개인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그 부분이 더 풍부했더라면 더 사랑스러운 호가 되었을 것같군요. 오피니언 카테고리 인터뷰이였던 에바종 CEO와 레옹코리아 편집장의 리모와 캐리어를 만나지 못한 것은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번에도 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하겠습니다. 어제 본 '꾸뻬씨의 행복여행'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구체화 한 것인데(영화의 주제와는 큰 상관 없지만) 매거진B는 너무 세련되었다고 할까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끔하고 완벽히 정리된 상태를 항상 유지합니다. 물론 그만큼 디자이너와 에디터가 완벽한 책 한권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이겠지만 독자로서는 조금 다가가기 힘들다는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분명 독자마다 다른 의견이 분분하겠지요? 브랜드와 독자의 중간역할인 매거진 B가 조금 덜 완벽할지라도 브랜드와 책을 만드는 사람의 냄새로 가득한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매거진B 3주년 행사에 소년님의 추천으로 초대받았는데 마침 여친님의 생일과 겹쳐 아쉽게 참석치 못했습니다. 직접 매거진B를 만드는 분들을 만나고 인사나눌 소중한 기회였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겠습니다. 추천해주신 소년님! 이하 매거진B 편집부께 좋은 책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블로그로 전해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