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
A nook is a small and sheltered place.
누크(Nook)라는 단어가 좋다. 아늑하고 조용한 곳, 구석이란 뜻으로 예스럽다는 뜻의 앤틱(Antique), 빈티지(Vintage)한 느낌도 가지면서 발견한다는 기분으로 모험, 경험의 냄새도 풍긴다. 서울에서 누크한 동네가 인기있다. 경리단길, 서촌, 연남동도 다 누크한 동네다. 구석이지만 아늑하고 조용하다. 그래서 걷기에 좋고 머물고 싶은, 자꾸 찾아가고 싶은 동네다. 서울역 바로 맡은 편 동네인 후암동은 개발제한에 걸려 수십 년간 방치됐다. 서울의 중심이고 서울 성곽길, 백범광장과 남산으로 오르는 길목이기도 하다.
며칠 전 교수님께서 후암동에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 공간도 둘러보고 함께 동네를 산책했다. 높은 빌딩숲 한 골목만 지나면 만나는 후암동은 50년 전 서울과 현재의 서울의 경계같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주택건물은 일본 목수가 만든 적산가옥이다. 천정을 뜯어보니 목재의 상태도, 구조도 조금만 손보면 될 정도로 양호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시간의 흐름을 겸손하게 존중하는 컨셉으로 이끌어 가야할 것이다.
후암동을 산책하며 오히려 이렇게 오랜 세월 방치된 것이 잘됐다 싶었다. 돈과 정책에 이끌려 도시계획과 건축이 행해시던 시절에 이 동네가 개발됐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오랜 세월을 버틸수록 그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시대의 손길이 필요하다. 앞만 보며 성장하던 경기 좋았던 시절의 서울은 지나고 주위를 둘러보고 다른 가치를 찾고 만들어가는, 또 그래야만 하는 불경기에 청춘을 보내게 된 것이 어쩌면 진짜 행복을 찾을 기회일지 모른다.
그렇게 누크서울과 첫 시작을 함께했다. 젊게 생각하고 청춘의 아픔을 공감하고 다그치는 교수님과의 후암동 데이트, 다음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