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7.
경동교회 오픈하우스서울 리뷰
매주 목요일 낮 12시부터 30분간 정오음악회가 열린다. 때마침 오픈하우스 날이었다. 기획때부터 이 음악회에 맞췄을 것이다. 건축 답사지만 공간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없이 깊이있게 이해하기 어렵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과 오보에 그리고 테너의 공연은 압도적이고도 평온했다. 공연이 끝나고 건축 설명이 이어졌다.
종교건축에 있어서 편리함은 우선순위 가장 뒤에 있다
음악회 얘기부터 꺼냈지만 경동교회 건축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동선이다. 이날 경동교회 설명을 해주신 임영섭 목사님은 많은 시간을 동선설명에 할애했다. "종교건축에 있어서 편리함은 우선순위 가장 뒤에 있다"며 불편한 동선 배치를 신앙심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속세의 편리함이 예배보다 앞서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 예배당을 중심으로 감싸안은 듯한 평면 설계다. 예배당 입구가 도로 정 반대에 있어서 반원을 그리며 오른다. 뻥 뚫리지 않은 정면과 꺽여진 계단은 발 아래를 조심하게 하는 건축적 장치가 되 예배당에 들어서기 전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가짐을 새롭게하게 한다. 그리고 예배당에 들어서 다시 단이 내려간다. 자연스럽게 교단이 성도 아래에 있다. 교단으로 갈수록 조금씩 좁아지는 구조로 공간도 협소하다. 하나님 아래 모든 성도가 평등한데 권력관계를 가지지 않는 민주적인 공간으로 구현된 것이다.
종교 상징을 건축언어로 표현
기독교에 있어서 7과 12는 의미있는 숫자다. 7은 완전한 수를 뜻하고 12는 12지파와 12제자를 의미한다. 경동교회는 12개의 콘크리트 기둥과 7개의 보가 구조를 이룬다. 타원형 평면으로 울림이 좋아 설교, 음악회의 전달력이 뛰어나다. 또 공간 어디서나 십자가와 교단이 보이고 반대편과의 심리적 연대감도 생긴다. 공동체에 결속된 느낌이 강하다. 외관은 기도하는 손 모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처음 설계됐을때 언론사에서는 크리스탈과 닮았다는 평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설계한 김수근 건축가와 당시 승효상 및 제자의 건축의도가 공식적으로 그렇다고 밝히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35년 시간 속 변화, 그리고 원형재현의 꿈
35년 시간이 지나며 사용자도 바뀌고 예배의 형식도 바뀌었다. 그에 따라 공간도 조금씩 손보게 됐다. 당시 차량이 많지 않았던 탓에 주차장이 협소했는데 그 공간을 식당으로 변경했다. 끝없는 하늘을 그대로 느끼는 옥상 노천 예배당이 있었는데 소음이 심해 민원이 들어왔고 환경적 요인에서 자유롭기 위해 철골구조로 지붕을 덮었다. 그 외에도 비가 새 얼룩덜룩한 콘크리트를 덧대거나 페인트칠 하기도 했고 냉 난방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목사님은 옥상 예배당을 예전처럼 노천으로 복구하는 꿈이 있으셨다. 15년 뒤면 문화재 등제가 유력한데 그에 맞춰서 원형을 복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이셨다. 기능보다는 상징성이 큰 건축물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셨다.
행사 마지막에는 예배당 모든 인공조명을 끄고 자연광만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투어를 이끌어 주신 목사님 종교와 건축의 배경지식도 상당하셨고 위트있고 차분한 인도로 기분 좋게 경동교회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예배에 맞춰 종종 찾아 기도드리러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