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7.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리뷰
잡지사에 입사하고 첫 출장이었다. 게다가 여느 지방도 아니고 제주! 지난 달 취재한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에 이어 10월 1일 오픈을 앞둔 제주 3개의 아라리오뮤지엄을 취재하기 위해 제주로 갔다. 교통비부터 호화로운 호텔 숙식까지 1박 2일간 완전히 제공받았다. 이모든게 공짜란게 부담스럽고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한 자리에서 40여명의 언론인을 보게 된 것.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나는 혼자 찌그러진채 이틀을 보냈다. 찌그러져 있었다 했지만 주 목적인 뮤지엄을 둘러보고 취재하는 일은 정말 열심히 했다.
앞서 말했듯 아라리오뮤지엄이 상하이와 서울에 이어 제주에 3 곳이 동시에 문을연다. 내년 3월이면 하나더 오픈해 총 4개의 뮤지엄이 제주시내에 존재하게 된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바이크샵│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탑동로 14│관람료 12,000원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산지로 37-5│관람료 6,000원
장소─왜 제주일까
제주도에는 자그마치 100개가 넘는 박물관이 난립해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박물관을 짓는데 저금리 대출을 해주거나 세금감면 혜택을 줬고 버스를 타고다니는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질 떨어지는 박물관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것이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반감을 사기 시작, 제주도 박물관 이미지가 땅에 떨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라리오 뮤지엄 김창일 회장이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숫자만 많지 내세울 만한 뮤지엄이 손꼽히는 제주에서 그간 컬렉션한 값비싼? 미술품을 선보여 제주도 뮤지엄의 격을 높인다.
키워드─보존과 창조 그리고 도심재생
아라리오뮤지엄은 보존과 창조를 키워드로 한다. 앞서 문을 연 상하이와 서울 인스페이스또한 그렇다. 원래 제주 시내에 있던 건물을 보존하고 그 기능을 뮤지엄으로 바꿔 지속가능한 도심 재생을 이룰 수도 있다. 건축이 화려하지 않으니 전시된 작품이 더 빛나기도 하다. 뮤지엄 이름또한 원래 있던 그대로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으로 이름지어 건물의 역사와 연결된 느낌이다. 게다가 작품을 전시할 때 본래 건물의 기능과 연결짓기 위해 노력했다. 동문모텔의 경우 복도를 따라 많은 방이 있는데 방마다 하나의 작품을 전시해 마치 비엔날레 를 보는 것 같았고, 동문모텔을 주제로한 작가의 설치 작품도 선보였다.
하지만 붉게 칠한 외관과 붉은 철제로 마감한 외관이 궁색해 보인다. 외관 또한 그대로의 모습으로 두고 기존의 간판과 새로운 뮤지엄 간판을 조화롭게 꾸몄다면 더 의미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동문모텔2는 기존의 간판이라던가 외관에 크게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창일 회장은 순수한가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탑동시네마와 동문모텔에는 총 37명 작가의 작품 135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그리고 탑동바이크샵에는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기획전시로 이루어진다. 작품 하나의 가격만 봐도 억소리 나는데, 그의 모든 컬렉션과 부동산까지 합치면 쉽게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한번에 이렇게 많은 공간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적으로 오픈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자본의 횡포로 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부동산 투기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이런 의구심에는 무엇보다 김창일 회장이 예술에 순수한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이틀간 직접 대화나눠보기도 하며 그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굉장히 순수한 분이라고 결론내렸다. 한시도 쉬지 않고 뮤지엄을 소개한 김창일 회장은 언번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곧 오픈할 뮤지엄에 대한 애착과 열정 그리고 불안함이 역력했다. 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언론인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며 위트있게 화재를 전환하는 모습도 과시하거나 뭔가 숨기려 하기보다는 세부적인 돈에 대해서 계산하는게 골치아파보였다. 많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 하기 좋아하고, 앞에서 노래부르기도 즐기는 아이같은 모습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때가되면 재단을 만들어 뮤지엄과 작품을 관리할 계획도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개관전 BY DESTINY 전시된 작품
뮤지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 이번 전시투어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이 하나하나의 작품이었다. 시대적 가치라던가 작가의 파워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둘러싸인 현대미술 뮤지엄이다. 특히 아시아권 작가의 작품이 상당수 전시됐다.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작가의 작품이 상당수다. 단순히 서양위주 작품을 전시하는게 아니라 아시아의 작가에 초점을 맞춘건 제주도라는 지역과도 잘 맞게 느껴지고 다른 뮤지엄과의 차별성도 가진다. 특히 탑동시네마에 전시된 장환과 스보드굽타의 엄청난 규모의 작품은 관객을 압도한다. 탑동시네마에 전시된 작품이 이미 검증된? 뛰어난 작품을 전시한다면 동문모텔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실험적인 작품이 전시됐다. 모텔이라는 공간도 이러한 내용과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론 동문모텔에 전시된 작품을 즐겁게 감상했다.
탑동시네마 이미지 슬라이드 (탑동시네마 전경 사진 ⓒARARIO MUSEUM)
탑동바이크샵│동문모텔 이미지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