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귀신간첩할머니 리뷰

2014. 9. 12.

 

 

 

미디어아트, 아시아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서구사회 주도로 진행된 세계화 흐름에서 아시아 문화는 역사와 단절됐다. 한국사회만 보더라도 건축, 디자인, 미술, 음악 등 한국 역사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가운데 세대간 갈등, 윤리의식,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사회 문제도 만연하다. 아시아는 강렬한 식민과 냉전의 경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급변을 공유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전시는 흔치 않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1월 23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는 ‘귀신, 간첩, 할머니’의 3가지 주제로 아시아가 가진 강렬한 문화를 미디어아트를 통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귀신은 아시아의 잊혀진 역사와 전통을,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여성과 시간을 비유하며 관객을 전시로 안내한다. 전 세계 17개국 42팀의 작가는 각자의 개성으로 귀신, 간첩, 할머니를 말한다. 그 중 ‘할머니’는 ‘귀신’이 비유하는 무속신앙과, ‘간첩’이 비유하는 전쟁을 경험한 주체로서 관객의 깊은 교감을 이끈다.


전시 작품도 좋지만 전시 기획과 아이덴티티 디자인도 통일성있고 질도 높았다. 아이덴티티 및 그래픽 디자인은 정진열, 이현 디자이너가, 웹 홈페이지 디자인은 홍은주, 김형재 디자이너가, 오디오가이드는 박해일, 최희서가 맡는 등 각각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주제를 잘 살렸다. 크레딧을 하나하나 홈페이지에 개제하고 피드백을 빠르게 달아나가는 등 전체적인 운영도 잘한다. 박찬경 총감독의 역량이 느껴진다.


다시, 전시는 아시아인으로서의 뿌리에 대한 깊은 성찰 불러일으켜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아니면 알면서 모른 채 했던, 혹은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아시아의 정체성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