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플라토미술관 스펙트럼스펙트럼전 리뷰

2014. 7. 28.


삼성 플라토미술관 스펙트럼스펙트럼전 리뷰


Korean contemporary art exhibition <Spectrum-Spectrum>

at Samsung Plateau Gallery

in English translated by Google Inc.


지난 주말에는 창조적 영감과 건강한 에너지를 내 생활에 불어넣고자 갤러리 투어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아 현대카드 '젊은건축가프로그램'을 관람하고 곧장 삼성 플라토미술관으로 향해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을 관람했다. 사실 '젊은건축가프로그램'을 기대하고 갔는데 그보다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이 더 감명깊어 먼저 블로그로 남긴다.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 현대 미술의 현주소를 조망하기 위해 기획된 ‘스펙트럼-스펙트럼’ 전은 ‘아트스펙트럼’ 展 출신 작가 7명이 역량 있는 신진작가 7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범‧길종상가, 미나&Sasa[44]‧슬기&민, 지니서‧홍영인, 오인환‧이미혜, 이동기‧이주리, 이형구‧정지현, 정수진‧경현수 등 총 7팀이 한국 미술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아냈다.


팀 작업이라고 소개는 했지만 막상 가보니 협업이 아닌 각자 작업물을 전시했다. 다만 지목 방식이다보니 서로의 작품을 연관지어 관람하는 재미가 있을수 도 있겠다. (난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 위주로 포스팅한다.

 

 




전시를 보던 도중 '아! 이 전시 너무 좋다'라는 기분에 찍은 인증샷. 어두운 밀실의 영상 작품앞에서 찍어서 인증샷 퀄이 많이 떨어진다. 전시는 3,000원이고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설, 추석 명절 연휴는 휴관이다.





정지현 <저편의 리듬 + 종이 낙하 장치>


첫 인상으로 가장 감명깊었던 작품.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마주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지현 작가의 <종이 낙하 장치 : 전보다 조금 무거워진>과 <저편의 리듬>이라는 작품이다. 두 작품간은 한 작품처럼 작동한다. 천장 아래로 매달린 <저편의 리듬>에는 12개의 가스 계량기를 연상시키는 은 카운터가 째깍 째깍 저마다 리듬을 만들며 작동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종소리가 울리며 천정에 달린 <종이 낙하 장치>작품에서 12 장의 종이가 떨어진다. 그리고 그 종이에는 보시다 싶이 '빛과 중력의 계약을 잊지 않기로 / 월 일 시 분'이라는 심오한 문구가 적혔다.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작품이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육체적 노동(카운터가 달린 긴 막대는 윤기가 나도록 닦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생존의 문제. 죽음.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다들 힘겹지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집으로 돌아와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계속 생각이 날 만큼 느끼는게 많았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마주하고 있는 또다른 작품은 플라토 미술관 소장품 로뎅의 <지옥의 문> 조각.




을 지나 잠깐 길종상가의 작품으로.



길종상가 <아 귀에 걸면 다르고, 어 코에 걸면 다르다>


전시를 알게된 것은 길종상가의 페이스북 포스팅 덕분이다. 작년 페차쿠차 강연을 듣고 길종이형의 팬이 되어버렸다. 길종상가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 생활밀착형. 뭐 이런 종류의 감정이다. 이는 작품에서도 매우 잘 나타난다. 유망'작가'라고 하기엔 작가성향이 가장 덜 나타나기도 하다.


<아 귀에 걸면 다르고, 어 코에 걸면 다르다>라는 이 작품은 플라토의 내부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도록 박길종에 의해 디자인 됐고 그곳에 김윤하가 몇몇 식물과 조명으로 꾸몄으며 마무으리-는 송대영이 워크맨 등 옛날 카세트 테이프로 알 수 없지만 매력적인 BGM을 깔았다. 멸 의도도 없어보인다. 이 작품은 작품이름대로 전시가 끝나면 팔릴 예정이라고.


작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냐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가장 솔직한 작가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이들에 대해 더 이야기 할 것이 없으니 다음으로.




저기 보이는 건 지니서의 <Rivers> 공간, 작품, 관객이 융합되는 지점을 발견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렇게 느끼진 못하고 별 감흥없이 지나친다.



도슨트따라 나도 이야기를 옅듯는다.



음 이작품을 보고 '뭐이래?' 싶었는데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음, 역시 좋군.' 싶었다. '슬기와 민'이라는 부부디자이너라고 한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함께 미국유학?을 다녀와 스튜디오를 차렸다. 이 작품은 리움미술관 스펙트럼전의 포스터 작업인데 의뢰받지 않은 포스터라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 해외에는 의뢰받지 않더라도 클라이언트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고 자신의 디자인을 발전하고 알리기 위해 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미니멀리즘, 정보전달에 충실한 모습이 그냥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왜 A인지, 왜 초록색인지는 모르겠으니 다음 작품으로.



저 뒤에 보이는 작품은 김범 작가의 <친숙한 고통>이란 작품. 빽빽히 미로로 가득찬 그림인데 보자마자 미로를 시작하고 10초가 지나자 피곤해졌다. 이게 그가말한 고통이다.




이미혜 <업사이클링>


위의 하얀 벽에 나사못이 떨어진 사진과, 바로 위의 영상 3개 가 걸린 작품은 한 작품이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영상 3개는 각각 연결되는 영상이다. 첫 번째 영상은 플라토 미술관 지하 숍에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1,000,000원을 주고 구매하는 모습이, 둘 째영상은 그 로뎅의 작품을 부수고 녹여서 나사로 만드는 과정을, 세 번째 영상에는 그 못을가지고 미술관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위의 한얀 벽에 나사못이 떨어진 사진인 <업사이클링 UPCYCLING>이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작품을 녹여 만든 나사못으로 벽에 업사이클링이랑 글을 새겼다.


한국 고전 미술과 컨템포러리 현대미술의 '연결고리 없음'을 비판하는, 플라토미술관의 '맥락의 부제'를 꼬집는 작품이라고 한다. 로뎅의 작품은 고전적 작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플라토미술관 이 로뎅의 작품을 소장하면서도 한 미술관에서 컨템포러리 미술을 다룬다. 이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이 공존하고 있는 이 곳이 한국 미술의 현 실태를 잘 반영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 그리고 대부분 동의 할 것이다.


어디 미술뿐만인가. 한국 어디에서나 근대문화의 부재는 존재한다. 내 전공인 건축에도 특히나 잘 나타난다. 초가집을 다 밀어버리고 콘크리트 주택을 지어버리고 부동산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축문화는 '건축'은 없고 '건설'만 있다. 이 현실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며 남북한의 건축을 전시한 조민석의 <한반도 오감도>가 지난 베니스건축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건 어쩌면 씁쓸하다. 건축 뿐아니라 사회전반에도 마찬가지다. 근대성의 부재는 물질만능주의, 패거리문화, 우리가 남이가, 끼리끼리, 대충대충 문화를 확산하며 지금와서야 문제가 하나하나 드러난다. 세월호, 국정원비리, 관피아 뭐 다 그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야기가 길어진걸 보니 느낀게 참 많나보다. 우리나라의 오늘이 슬프고 비극적이라 그런지 밝은 미술관 내부와는 상반되게 이번 전시 전반적으로 우울한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이동기의 <파워세일>이란 작품. 아토마우스로 유명한,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로 소개됐다. 팝아트적 요소를 가진 작품이지만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순수회화적이다. 최근 그의 작품으로 여러가지가 혼재돼 나타난다. 별로 감동적이진 않은, 상업적인 냄새강한 작품이라 흘낏보고 스쳤다. 차라리 길종상가가 솔직하고 담백하고 실용적이라 더 좋았다.






위 사진 3개는 <경비원과 나>라는 작품. 커밍아웃한 작가가 경비원과 여러번의 만남으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3번의 만남에 그쳐 저 철재 구조물이 가득 채워지지 못했다고한다. 혼자 전시장에서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이 소외된 현대인과 소수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이 작품도 좋았다. 정지현 작가를 지목한 이형구작가의 <MEASURE>이란 작품. 생존하는 생물 중 가장 완벽한 움직임으로 여겨지는 말의 움직임을 흉내내기위해 작가가 직접 저 장치를 고안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장마술을 연마하는 모습. 사뭇 진지하다. 신체의 가장 완벽한 움직임을 갈구하는 작가의 진정성에 육체의 아름다움, 또 놀라움 이런 것들이 느껴졌다. 마치 탭댄스를 보는듯한 - 움직임과 발자국 소리의 완벽한 조화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행위였다.






미나와 Sasa[44] <Life Savers 2014>


몇몇 작품을 빼 먹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포스팅한다. 미나와 Sasa[44]의 공동작업인데 아까 이번 전시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반영한듯 무거운 느낌의 작품이 많다고 했는데 이 작품은 그 중심에 있다. <Life Savers 2014>라는 작품은 '진' '정' '성' 이라는 글로 이루어졌다. 새빨간 벽에 '진'을 크게 적고 '정성'이란 글씨를 옆 벽에 정성스럽지만 흐릿하게 적었다. 너도나도 진정성을 외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진짜 진정성이 있긴 한건지 되묻는 듯하다. 뒤쪽 출구를 가리키는 과장된 화살표는 직관적으로 '탈출'을 연상시키며 세월호 사건의 안타까움이 가슴 깊숙히 느껴졌다.


마무리가 조금 우울하게 됐으니 이것으로 포스팅을 마친다.  한국 현대미술, 참 난애하고 어렵지만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마음에서 느끼는 대로 멋대로 해석하는 게 현대미술의 맛이 아닐까. 대충봐도 상관없고 재밌으면 자세히 보고, 더 궁금하면 도슨트를 따라 전시회를 한바퀴 다시 돌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