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01] 이제는 보내주자

2014. 1. 15.

이제는 보내주자.

누구에게나 서랍 속에 5년 이상을 잠자고 있으면서 세상이 알아봐 주길 기다리는 대본이 있다. 이제는 제발 접고 넘어가자. 창의적인 사람은 한 번 반짝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마련이다. 인생의 걸작이 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중에서




NJ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NJ팀은 4명의 친구, 후배가 모여 양말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사업을 구상한지는 한 학기가 지났는데 학교 일정에 쫓기다 보니 아직 제대로 시작한 것이 없는 모양이다. 더욱 방향을 아직 못잡고 있는듯 하다. 블루오션이든 레드오션이든 비즈니스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려면 정확한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2012년 2학기 시각디자인과 <브랜드디자인과 CI>라는 수업을 들으며 관심갖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기업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정도로만 브랜딩을 인식했던 때다. <브랜드 자산 경영>이라는 책을 가이드라인삼아 진행된 수업을 통해 브랜딩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했고 단순히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디자인이 아닌 무형의 기업이미지를 창조하고 확장시켜나간다는 것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한 학기간 브랜드 가치창출, 픽쳐, 고객창출, 포지셔닝, 확장 등 전반적이 이해를 했고 햄버거 브랜드의 네이밍, CI작업, 어플리케이션디자인을 진행하며 간접적으로 내 브랜드를 만들어 봤다. 그 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미래를 경영하라>, <러브마크> 등 1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브랜딩 서적을 접했고 매 달 <매거진B>를 구독하며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켰다.


NJ팀에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취업의 실패와 공부에 대한 미련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제안을 한주 한주 미루다 지난 화요일에 처음 미팅을 가졌다. 4명의 팀은 각자 내가 배울점이 많고 믿는 친구 후배들이다. 다들 착한 마음과 큰 꿈, 창의적인 생각으로 똘똘뭉쳤는데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창의적이지만 두서없이 아이디어가 쌓이고 있었다.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고 브랜딩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나침반역할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 브랜드 비전 설정 > 2. 브랜드 픽쳐 설정 > 3.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딩을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의 감각적인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브랜딩은 건축도면처럼 정확하진 않지만 올바른 방향과 단계가 있다. 방향과 단계를 넘어선 아이디어는 아무리 좋을지라도 전체적인 그림을 망칠 수 있다. 흔히 브랜딩과 마케팅을 혼동하는데 브랜딩이 장기적인 관점의 전술이라면 마케팅은 단기적이고 효과적인 전술이다. 당연히 전술에 앞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팀의 기존 아이디어는 마케팅과 그보다도 구체적인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이제는 보내주자. 비즈니스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브랜딩에 있어 방향은 비전Vision이다. 브랜드 비전은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해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신뢰와 믿음, 지속적인 관심을 유발하며 심지어 사랑하게 만들기도 한다. 팀의 멤버들에게 왜 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과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사회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브래인 스토밍을 했다. 창립 멤버가 한두명이 아니다 보니 조금은 느리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브랜드를 발전시켜야 할 것같다. 다음 미팅에는 기존 공장의 역사와 각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비전을 숙성시켜 2~3 문장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동시에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해 타 브랜드와 산업구조에 대한 분석과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고민해 오기로 했다.


おげんきですか (오갱끼데스까-잘지내나요?) 영화 러브레터는 주인공 히로코가 연인이 사망한지 3년이 지나서야 마음에서 떠나 보낸다는 애절한 순애보를 담고있다. 오갱끼데스까를 무한으로 외치는 후반부 장면이 많은 관람객의 가슴에 남아있다. 이제는 우리도 보내주자.


당장 네이버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너무나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고 각자의 자리에 성공적이든 망했든 포지셔닝 됐다. 핏빛바다와 같이 보이는 이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가치와 비전을 가진 블루오션호 브랜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