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없는 시간

2013. 7. 12.


지난 주말 대구로 내려가기 전 IFC몰 서점에서 '시간의 향기'를 펼쳐 서문을 읽고 놀랐다. 그저께 러브레터를 보고 "가속화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나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고민스럽다"는 내용의 일기를 적었기 때문. 책은 정확하게 그 고민을 주제로 한다. 절약 절약을 외치던 그때 지갑 속에 문화상품권이 있는것도 잊은 채 현금으로 책을 사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야기는 시간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점-시간은 향기가 없는 시간이다." 

삶이 점점 정신없이 빨라진다고 느꼈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더 심해졌다.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병처럼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했다. 공모전 수상 관련 메일이 2개, 전시회 관련 메일 2개, 페이스북 알림 3개, 새로운 친구요청 1명, 카톡 읽지 않은 문자 160개, 교수님의 부재중 전화 1통과 스팸 문자메시지 2개. 오늘이라는 하루는 그것들을 수습하며 출발한다. 나의 현재는 중력 없는 공간에서 원자화되어 가속화되지도 못한 채 흩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야기는 구분과 선별을 전제한다."

내가 하는 일들이 구분, 선별된 것들인지 고민해 보는 밤이다.

"시간이 리듬을 잃어버린 채 받침대도 방향도 없이 막막한 곳으로 흘러가버린다면, 어떤 적절한 시간도, 어떤 좋은 시간도 있을 수 없다... 제때 죽을 수 없는 사람은 불시에 끝날 수밖에 없다."

죽음. 영화, 러브레터가 그랬듯 죽은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도 향기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