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드와 자가토의 조우, 시계 공학의 경계를 허문 ‘랩 원 자가토 컨셉’ 공개

2026년 02월 04일 리서치/디자인 댓글 0개

시계 제작과 자동차 설계는 정밀함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지만, 최근 쇼파드가 발표한 ‘랩 원 자가토 컨셉(Lab One Zagato Concept)’은 그 연결고리를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 모델은 단순히 디자인을 차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의 공간 프레임 엔지니어링을 오트 오를로지(Haute Horology)의 세계에 완벽하게 이식한 파격적인 실험작입니다.

쇼파드와 자가토의 조우, 시계 공학의 경계를 허문 ‘랩 원 자가토 컨셉’ 공개

쇼파드 공동 사장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의 자동차를 향한 열정과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자가토의 미학이 결합된 이 시계는 쇼파드 역사상 가장 가벼운 티타늄 워치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스트랩을 포함해 단 43.2g에 불과한 이 시계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무게 수치보다 그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적용된 집요한 구조적 설계에 있습니다. 42mm 크기의 본체는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단순한 케이스가 아니라, 자동차의 섀시처럼 무브먼트를 통합 지지하는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기능합니다.

디자인의 핵심은 자가토의 레이싱카 섀시에서 영감을 받은 관형 구조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시계의 러그를 과감히 생략하는 대신, 원통형의 그물망 구조가 케이스의 골격을 형성하며 무브먼트를 감싸 안습니다. 여기에 적용된 가동식 러그는 손목의 형태에 맞춰 유연하게 반응하며 프레임에 가해지는 압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데, 이는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학적 해법을 손목 위로 옮겨온 것입니다.

쇼파드와 자가토의 조우, 시계 공학의 경계를 허문 ‘랩 원 자가토 컨셉’ 공개
쇼파드와 자가토의 조우, 시계 공학의 경계를 허문 ‘랩 원 자가토 컨셉’ 공개

내부에는 쇼파드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L.U.C 04.04-L 무브먼트가 탑재되었습니다. 세라믹화 티타늄으로 제작된 무브먼트의 브릿지와 메인플레이트는 다이얼 표면으로 노출되어 그 자체가 시계의 얼굴이 됩니다. 특히 무브먼트 곳곳에는 자가토의 시그니처인 ‘Z’ 패턴이 정교하게 각인되어 현대적인 산업 건축물 같은 차가운 미학을 완성합니다. 또한 연료 게이지를 닮은 파워 리저브 표시계와 스티어링 휠을 형상화한 투르비용 브릿지는 이 시계가 자동차의 DNA를 얼마나 깊게 공유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소재 선택 역시 철저히 기능적입니다. 전기 플라스마 산화 과정을 통해 탄생한 세라믹화 티타늄은 티타늄의 경량성과 세라믹의 경도를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무광의 안트라사이트 톤은 화려한 장식보다는 마찰과 열에 견뎌야 하는 고성능 자동차 부품의 진중함을 연상시키며, 상단에 배치된 ‘글래스 박스’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복잡한 내부 메커니즘을 마치 입체적인 건축물을 감상하듯 투명하게 드러냅니다.

쇼파드와 자가토의 조우, 시계 공학의 경계를 허문 ‘랩 원 자가토 컨셉’ 공개

자가토의 설립 연도를 기념해 전 세계 단 19피스만 제작되는 랩 원 자가토 컨셉은 과거의 향수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항공우주 프로토타이핑이나 실험적 건축의 영역을 탐구하며 시계 제조가 나아갈 미래적인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소재의 정직함과 구조적 표현력에 집중한 이 타임피스는 시계가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고도의 공학적 예술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