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2일 오리지널/에어비앤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아내와 함께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어느덧 후기 100개를 달성했다. 아내는 게스트 응대와 청소 관리를 포함한 호스팅의 대부분을 맡고 있고, 나는 숙소의 가구와 설비를 정비하며 곁에서 서포트하고 있다. 100개 후기를 받는 동안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99점이었다. 물론 에어비앤비 특성상 C2C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리뷰가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100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게스트에게 만점을 받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결과였다. 이 글에서는 100개의 후기를 기념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4.99점의 의미
후기 수가 80여 개를 넘어서자 우리는 100번째 리뷰까지 모두 만점으로 채우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그 목표가 현실이 된다면 좋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용한 만찬을 즐기자고 아내와 약속도 했다. 하지만 96번째 게스트가 "로케이션이 아쉽다"는 이유(비공개 후기)로 4점을 남기며 완벽한 5점 만점의 꿈은 비껴갔다. 순간 아쉬운 감정이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평점이 오히려 자만해졌던 우리의 마음에 경각심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선,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되새긴 계기였다.
먼 이국에서 다시 찾은 손님들
해외 여행 중 같은 에어비앤비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숙소에서 두 분의 해외 게스트가 재방문해주었다는 사실은 아내와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오신 애비 님과 뉴욕에서 오신 앤 님은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다시 에어비앤비를 방문해주셨고, 앞으로의 재방문도 약속해 주셨다. 재방문하게 되는 관계는 단순한 숙박 제공자와 손님의 관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음 서울 여행을 위해 장기간 짐을 보관해 드리고, 재즈 레코드와 빈티지 가구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 추천 카페와 바 사장님을 소개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나이와 국경을 넘어선 친구가 되었다.
선물이라는 따뜻한 연결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선물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있다. 프랑스 메츠에서 오신 포토그래퍼 게스트 크지슈토프 님은 한국 여행 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프랑스어와 폴란드어 번역판을 우편으로 보내주셨다. (에어비앤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을 컨셉으로, 그의 장편소설 영어, 한국어, 일본어 판을 컬렉션했다.) 런던에서 오신 게스트 세린 님과 아버지는 영국산 티와 플라잉 스코츠맨 증기기관차 미니어처를 선물로 건네주셨다.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라면 설명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받은 선물들은 숙소에 비치해두고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나누며 작은 추억들을 이어가고 있다. 공간을 매개로 이뤄지는 교류가 작은 커뮤니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몇 몇 속상한 기억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에어비앤비에는 고가의 미드센추리 빈티지 가구와 조명, 레코드 플레이어 같은 정성스러운 오브제가 많다. 그래서 파손이나 고장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늘 긴장된다. 운영 초기에는 비트라 블랙 버드 장난감이 선반에서 떨어져 부리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고, 최근 아르네 야콥센의 앤트 체어는 등받이에 균열이 생겼으며, 레코드 플레이어를 수리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고른 것들이기에 파손은 아쉽지만,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누군가와 나누고 수익화한다는 기쁨이 더 크기에 이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숙소의 분위기를 어떻게 더 따뜻하게 만들지 이야기하며, 그 과정을 즐긴다.
다음 100개의 후기를 향해
101개의 후기가 쌓이며 이제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 지난 1년 반 동안 '평점 5점'이라는 목표는 우리에게 때론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100개의 여정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 예를 들면, ‘재방문하는 해외 게스트 2팀 만들기’, ‘숙박 외에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게스트 5팀 만들기’, ‘체크아웃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는 게스트 1명 만들기’, ‘게스트가 살고 있는 동네를 여행해서 함께 커피 마시기’와 같은 목표들이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우리는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따뜻한 일들이 다음 100개의 후기가 쌓이는 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