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가구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

2023. 10. 19.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가구는 덴마크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Hans J. Wegner)의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 기간에 그만두었던 에어비앤비(정확하게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를 새로 준비 중이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와 진행상황 및 운영 노하우는 비즈니스 카테고리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번 글에서는 새롭게 꾸밀 공간의 컨셉을 아이데이션 하던 중 발견한 무리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업실, 책은 없고 LP 10,000장 이상으로 가득 차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업실

언제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내가 하고싶은 것, 고객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면 투자금이 많이 들고 투자금이 많이 들면 고객이 지불해야 할 가격이 오른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해서 모든 고객이 좋아할 것은 아니다. 거창해 보이는 컨셉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완료하더라도 고객에겐 별 감동이 없을 수 있거나, 감동을 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금액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에 이야기가 나온 김에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 라고 느끼는 건 마음의 문제다. 마음은 일정한 주기로 변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얼마간 지나지 않아 마음이 바뀌어 다르게 바꾸고 싶을 수 있다. 결국 처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마음을 한참 쓰다가, 종국에는 고객이 원하는(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프로젝트를 마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업실을 그대로 복각하여 사업장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는 그 형태와 음질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를 좋아하는 건 널리 알려져 있고, 그가 음악을 듣는 오디오 셋업은 일본의 잡지 카사 부루투스 Casa Brutus 지와 스위치 Switch 지에 소개된 바 있어서 알려져 있다. 그의 오디오 셋업은 아래와 같다.

작업실에 앉아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디오 셋업

 

무라카미 하루키 오디오 셋업

-메인 스피커: JBL 4530 (Cabinet) D130 (Low) 2440+HL89 (Middle) 2420 (High)
-서브 스피커: Tannoy Berkeley
-앰프: Accuphase E-408, Octave V40SE
-턴테이블: Luxman PD-171A, Thorens TD520

 


그렇다면 그의 작업실에 놓인 가구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단서는 가구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몇 장의 사진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평소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여 사진으로도 많이 찾아보고 실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시간을 들여 열심히 살펴보는데 사진만 봐서는 핀 율 Finn Juhl 또는 한스 웨그너 Hans J. Wegner 가 디자인한 덴마크 가구라는 것만 유추해 볼 뿐 처음 보는 디자인이었다. 어쩌면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닌 일본 브랜드의 어떤 가구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 여행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이 가구를 찾느라 열심히 노력해 보았으나 헛수고였고, 이튿날 데스크톱 컴퓨터로 집중하여 찾아보았고 결국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업실에서 앉는 의자를 알아냈다. 그 의자는 한스 웨그너의 AP 16 라운지 체어이다. 이 가구는 1960년대 가구제조사 A.P. Stolen 에서 생산되었다. 오크와 가죽 소재로, 등받이부터 엉덩이까지 지탱하는 의자의 옆 구조가 두껍고 힘 있게 짜여 있고 팔걸이와 다리는 다소 우아하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해당 의자와 함께 사용한 테이블 정보는 정확하지 않으나, 의자를 디자인한 동 시대에 가구 제조사 Andreas Tuck 에서 생산한 커피 테이블로 보인다. 소재는 동일하게 오크 마감이고, 일반적인 커피테이블 보다 조금 높은 50cm이다. 사이즈는 여러 가지가 생산되었으나 사진을 참고로 테이블의 짧은 폭에 지지대가 있는 것으로 봐서 너비 140 80 상판의 테이블인 듯하다. 해당 정보를 찾기가 쉽진 않았으나,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같은 디자이너의 가구를 쓰지 않았을까 싶어 한스 웨그너의 빈티지 테이블을 찾다가 발견할 수 있었다. 라운지 체어와 테이블의 정보는 아래와 같다.

한스웨그너 AP16 라운지체어 1960s
한스 웨그너 커피 테이블 1960s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용하는 가구

-라운지 체어: AP16 Lounge Chair by Hans J. Wegner, A.P. Stolen, 1960s
-커피 테이블: Coffee Table 140 * 80 by Hans J. Wegner, Andreas Tuck, 1960s

 


당장 해당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빈티지샵을 찾아보았다.

의자의 경우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용하는 검은색 가죽 커버로 된 것은 일본 도쿄 긴자 소재의 길드빈티지퍼니처 Guild Vintage 에서 1개 재고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75만 엔 (며칠 전 50만 엔이었으나 이메일로 해외 배송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답변은 없고 가격이 올랐다) 한화로 약 700만 원이다. 독일 기반의 빈티지 가구 셀러 파모노 Pamono 에서는 검은색 가죽 커버로 된 것은 없고 오렌지색,와인색 가죽 또는 회색, 갈색 패브릭 커버로 된 버전은 있다. 개당 가격은 약 4~5,000유로. 한화로 약 700만 원이다. 재고는 상품별로 상이하나 2~4개 세트로 파는 경우도 있다.

테이블의 경우 파모노 Pamono 에서 하나 발견하였는데 상태가 썩 좋지 않다. 가격은 668유로로, 한화 약 100만 원이다. 다른 곳에선 찾지 못했다. 구매 정보는 아래와 같고, 배송비는 당연 별도다.

 

빈티지 가구 구매처

-라운지 체어 Guild Vintage 750,000링크
-라운지 체어
Pamono €4,022 링크
-
커피 테이블 Pamono €668 링크

 


무라카미 하루키가 앉는 의자 2개와 테이블 1, 럭스만 턴테이블과 탄노이 버클리 스피커를 모두 갖추는데 최소 3,000만 원 이상이 들 것이다. (이것으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은 거실 한 편의 작은 구역 일부일 뿐이다.) 더군다나 동일한 조건의 빈티지 가구 및 오디오 스피커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이를 세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쉽지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가구를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하고,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방을 꾸미겠다는 마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마음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참고한 사이트

https://www.harukimurakami.com/homepage_tile/desk-of-murakami/

https://guild-vintage.ocnk.net/product/919

https://www.pamono.eu/ap-16-lounge-chair-by-hans-j-we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