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고양이와 이사

2019. 9. 15.

며칠 전 이사를 했다. 10년 동안의 원룸 생활을 접고 작은 방 두 개가 딸린 아파트로 옮겼다. 평소 갖고 싶었던 가구를 사고 원하는 대로 집을 꾸몄는데 설레지 않는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낯선 여행지에서 눈을 뜬 것만 같이 어색하다. 내가 정한 가구의 배치가 적절한지 이곳저곳 옮겨 본다. 손톱깎이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온 서랍을 뒤진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손 닿기 쉬운 곳으로 위치를 옮긴다. 새로 산 바스타월이 욕실 벽 수납장에 맞지 않아 부엌 서랍에 수납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 아버지가 서울에 왔다. 이사한 집을 보기 위해서였다. 집을 계약한 뒤 입주까지 약 3개월 동안 나는 집 꾸미기에 소홀했는데, 오히려 아버지가 신경을 많이 쓰셨다. 그리 넉넉지 않은 평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틈틈이 전화로 공유해주셨다. 나는 전화기에 대고 네, 네, 하고 답했지만, 막상 집을 꾸밀 때 아버지 의견보다는 내 취향대로 꾸몄다. 그래서 아버지가 집에 왔을 때 살짝 긴장했다. 아버지는 내가 잠든 사이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셨다.

 

아버지를 배웅하고 다나를 데리러 갔다. 이사 직전 출장 기간까지 합쳐서 2주 동안 돌보지 못해서 미안하고 걱정됐다. 다행히 몸은 건강했다. 겁이 많은 다나. 이동장에 들어가지 않아 한 시간 동안 씨름을 하다 강제로 넣어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무서웠는지 이동장에 소변을 봐서 온몸에 냄새가 진동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기고 짐을 정리하니 자정에 가까웠다. 환경이 계속해서 바뀌어서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나 다행인 건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 어딜 가든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내일부터 다시 평범한 일상이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다나 밥을 주고, 간단히 청소하고, 씻고, 밥을 먹고, 출근하겠지.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다시 다나 밥을 주고, 청소하고, 밥을 먹고, 씻고, 잠에 들 것이다. 다나가 이 집에 완전히 적응할 때쯤이면 나도 이 집에 적응할 테지. 집에 들인 물건들도 제 위치를 찾을 테고. 그때가 되면 내 생활도 한결 안정을 찾았으면 한다.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어서 그날이 오길 바란다. 정신이 없었던 지난 몇 달을 떠나보내며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쓴다.